김혼비 작가, 오늘 발견한 최고의 작가다. 스스로는 비주류라하지만 그덕에 참신한 소재가 끊임없이 나오는지도.


어쩔 줄 몰라 하는 친구에게 D가 건넨 말들이었다. "한잠도 못잤지? 얼마나 놀랐어... 여러 생각들로 비행기 안에서 무척 고통스러웠는데 토토도 토토지만 네가 걱정되기 시작하더라. 토토를 못찾으면 가슴이 찢어지겠지만 그래도 나는 언젠가는 또 어떻게든 겨우겨우 잊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너는 절대 잊지 못하고 평생가슴 치며 살 것 같아서. 그러면 나는 어떡해야 하나..."
내가 D에 관해 꾼 꿈, D가 친구에게 무서운 얼굴로 달려드는걸로 시작하는 그 꿈이 부끄러웠다. 나의 미래 너의 미래보다 훨씬중요한, 아니 전부인 토토에 대한 걱정은 애써 언급하지 않은 D의 마음. 가슴 한쪽에 자리했을 끔찍한 슬픔과 원망과 분노를 누르고 친구가 가진 죄책감의 무게와, 그 무게를 유독 혹독히 짊어지고 살 게 분명한 친구의 성정을 헤아리는 사람의 그 깊고 넓은 속 남는 건 모진상처와 자괴뿐일 걸 알면서도 감정에 휩쓸려 파탄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럼에도 절대 그 경계선을 넘지 않고 그 바깥에 단단하게 서서 호흡을 고르며 다른 걸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D는 그런 ‘어른‘이었다. - P21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그래, 이거였다. 나는 갑자기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어졌다.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 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 되는 4차적인(4차 산업혁명적인 것도아니고 그냥 4차적인 존재이지만, 그래서 범국민적 도구적 유용성 따위는 획득하지 못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 잉여로우면서도깔끔한 효용이 무척 반가울 존재. 보는 순간 ‘세상에 이런 물건이?‘
라는 새로운 인식과 (김솔처럼) 잊고 있던 다른 무언가에 대한 재인식을 동시에 하게 만드는 존재. 그리고 그 인식이라는 것들이 딱 김에 기름 바르는 것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 김솔통, 드디어 찾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두괄식을 만들어 줄 첫 문장,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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