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진찰실'은 다른 의사들이 나오는 책과 달리 권력 다툼이나 긴박한 상황 등 한순간 몰입하게 하는 장면은 없고, 그냥 잔잔한 이야기가 전개 되었다.
책 제목에 왜 하필 스피노자가 들어있다 했더니 주인공 데쓰로가 추구하는 삶이 스피노자의 철학과 닮아 있어서였다.
책 속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고령에 암환자로 살날이 얼마남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 환자를 진료하는 데쓰로는 이런 방법으로 치료해보자, 새로운 약을 먹어보자, 조금 더 살기 위해 노력해보자, 힘내자, 포기하지 말자라는 말 대신 그저 서두르지 말자라고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서두르지 말자'라는 말을 곱씹어 보았는데, 이 여섯글자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살기위해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또 빨리 죽기위해 서두르지도 말고, 그냥 현실을 받아 들이고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은대로 살아가면 된다라는 말같다.
그리고 많은 환자들도 그래도 편한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길 바라고, 또 머리카락을 포기할 수 없어서 항암 치료를 거부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면허증에 '고맙습니다 선생님'이라는 인사를 남기고 간 쓰지였다. 정말로 마지막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자신이 원하는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과연 어떤 환자가 의사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날까? 정말 데쓰로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장면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면 병원을가고 다양한 의사들을 만난다. 그리고 가끔은 나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을까? 그리고 이미 정해진 죽음을 위해 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스피노자의 진찰실'을 읽는 내내 들었던 질문인데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