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범죄학 - '상식' 속에 가려진 범죄의 진짜 얼굴
이창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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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 패러독스 범죄학 - '상식' 속에 가려진 범죄의 진짜 얼굴 (메디치미디어, 2009)
 

"'상식' 속에 가려진 범죄의 진짜 얼굴" 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범죄의 실상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쓰여졌다. 책의 전체 구성은 현대에 일어나고 있는 범죄의 특성들-새로 등장한 범죄 유형, 특정 범죄를 일으키는 집단, 범죄의 동기 등-과 그 범죄 발생 양상에 대한 오해, 그리고 현 형사사법체계의 문제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이 시사하고 있듯이 저자의 초점은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었던 범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인데, 그 만큼까지 신선함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신선했던 것은 "산업스파이는 '스파이'가 아니다"-내부자의 소행이라는 의미- 꼭지였는데, 그 외 살인범의 대부분은 아는사람이다, 연쇄살인범은 범죄 현장에 자신의 서명을 남긴다, 유리창을 갈아 끼우면 범죄가 줄어든다 와 같은 이야기는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방화의 원인-원한과 보험금-과 관련한 꼭지도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이상의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방화'광'에 대한 이야기도 기껏해야 이들이 전체 방화범 중 10%에 지나지 않는다는 수치에 의해 그 중요성이 반감되는 면도 있다.
 

그러나 특정 범죄의 유형과 범죄자의 실행 동기 등에 대한 수치적 통계를 기초로 그 범죄를 분석,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 예방법에 대한 지식까지 얻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평가할 만한 부분이 있다. 저자는 이들 범죄자들의 '합리성'을 역이용하여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기본 논리는 범죄자는 범죄 행위의 수익과 비용을 철저히 계산하기 때문에 비용을 더 크게 만든다면 범죄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도의 경우 체포 및 유죄판결의 비용, 수감생활에 따른 비용, 그리고 체포 가능성을 고려하여 범행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따라서 보다 통제력이 강한 사회에서 범죄가 적게 발생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설명은 범죄자들은 미래의 가치를 적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형벌에 대해 크게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 이익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그 외에도 9.11 테러이후 테러형 범죄에 수사가 집중되면서 다른 분야-특히 금융부분-에 투입되던 인력이 줄었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금융위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었으며, 시위에 대한 강경진압보다는 정부의 권위를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현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비록 '범죄형 얼굴이란 없다' '범죄는 유전되지 않는다'는 등의 논의는 우리가 아직도 사회진화론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진부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범죄의 경향과 속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단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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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 우리는 날마다 '숫자'에 속으며 산다
정남구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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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은 결코 객관적이지 않다!


정부 보고서, 신문 방송, 각 분야의 연구들이 내세우고 있는 각종 통계수치들은 매우 객관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금리, 이혼률, 범죄율, 임금인상률, 세금인상률 등 각종 수치들을 가지고 국민들의 생활을 평가하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여러 연구기관에서 내놓는 수치가 각각 다른 것은 무슨 까닭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고 있는 수치들은 결코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1) 조사 과정에서의 문제: 표본추출, 모집단, 조사대상의 신뢰도 2) 의도적인 수치 조작 등을 들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실업률의 경우 비경제활동인구(취업의사가 없는 사람들)를 포함시켜 실업률이 올라갔다는 주장이나, 20대 인구 감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청년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 통계라고 하더라도 정부시책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이기 위해서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을 완만하게, 세금인상률을 낮게 의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수치 자체를 조정하지 않고서도 계산 방법에 따라서 수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숫자를 멀리했던 사람들에게, 특히 숫자가 나타내는 의도성을 모른 채 그 수치를 맹목적으로 믿었던 사람들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특히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조사가 얼마만큼 부정확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 가장 낮다는 결과가 보도된 적이 있는데, 이 통계수치에서 상대적으로 독서량이 많았던 인도의 경우 문맹자는 제외되었으며, 우리나라는 설문대상이 300명 정도에 불과했다. 근거 자료에 대한 신뢰도에 대한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과학 연구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글이다.


일상 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객관적인 것 같아 보이는 수치들을 앞으로는 세심하게 그 의도를 따져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일상이 고달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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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과학 에세이 - 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
홍성욱 지음 / 동아시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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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홍성욱의 과학에세이: 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과학에 무지한 인문학도들 혹은 일반인! 과학이 사회적으로 우리 생활에 얼마만큼 깊이 파고들어 있는지 느끼지 못하고 있거나, 과학이 인문학 혹은 사회과학과 별개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하는 분들! 혹은 아인슈타인의 창의력의 비결이 궁금한 부모님들?!


1. 첫 장을 넘기며: 과학에 대한 두려움 혹은 맹신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은 ‘과학’이라는 낱말에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그 하나는 두려움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맹신이다. 이는 전적으로 본인의 경험담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을 것 같지만, 어찌 되었든 내게 있어서 ‘과학’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렇기에 과학에 무지하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공포’의 감정, 그리고 소위 과학자들이 발표하는 새로운 발견들에 대한 ‘맹신’이 뒤엉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하나도 온갖 과학 원리에 기반한 기술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현대 사회에서 과학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은 부분 인간 사회를 지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인간복제나 핵공학의 경우 단순히 과학 분야의 연구를 넘어서 윤리적인 문제로서 거론되는 것을 볼 때, 과학이라는 학문이 실험실에서 연구되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으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2. 과학에서의 창의성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예를 들면서 그가 철학, 수학, 물리학을 넘나들며 ‘잡종’적으로 학문을 섭취하였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그룹과 교류하면서 폭넓은 사고를 했기 때문에 특수 상대성이론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핵폭탄이나 레이저 무기가 문학적 상상력에서 자극을 받아 개발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래드랩’이라고 하는 미국의 레이더 연구소는 이러한 학문간 연구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영역의 과학자들 그룹은 물론이고 경제학자, 통계학자, 음악가까지 총동원되었는데, 연구원들은 각자 자기 분야에만 매몰되어 있던 시각에서 벗어나 타 학문과의 교류를 통해서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인류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고 지금까지 거론되는 과학자들의 대부분은 소위 ‘정상 과학’이라고 하는 체계화된 과학 교육 내에서가 아닌, 타 학문과의 경계 속에서 배출되었다고 할 때, 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학문간 교류가 중요함을 느끼게 해준다.


3. 과학과 가치판단의 문제

아무리 과학이 창의적인 과학자들에 의해서 발전한다고 해도 그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저자는 황우섭 사태, 대운하, 광우병 논란 등 과학에서 비롯한 혹은 관련된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현대시대를 펀토위츠와 라베츠가 말한 ‘탈정상과학’시대라고 말한다. 특히 광우병 논란의 원인은 ‘감정적이다’ ‘과학에 무지하다’고 국민을 매도하기만 할 뿐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의견을 수렴하거나 전문 연구를 통해 이해시키지 못한 정부와 전문가들에 있다고 말한다. 즉, ‘정상과학’의 언어와 습관으로는 현대 사회의 민주적 움직임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과학의 가치중립의 문제에 있어서도 자연과학 분야의 지식 생산이 겪는 변화를 제 1양식에서 2양식으로 규정한 기번스를 인용하면서, 과학이 사회에 유용하며 사회적 책무를 가지고 인류 사회 속에서 함의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과학기술 시대의 윤리> 장은 과학의 사회성에 대해 저자의 깊은 고민과 설득력 있는 논의라 생각된다.


4. 책을 덮으며


저자의 논의는 ‘고전물리학’도 모르는 우리 일반인들이 좇아가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책에서 거론되는 과학자들이나 개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불친절한 저자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본인도 스스로 이야기하듯이 이 책은 과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인간사회와의 공통분모를 인지시키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공적이라 하겠다. 과학과 사회의 발전적 공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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