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의 바다 - 제1회 창비그림책상 수상작
이경아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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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아빠라는 단어는 그리움, 눈물, 따뜻함이 연상되는 것이기에

이경미 작가의 <아빠, 나의 바다>는 제목에서부터 나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작가님의 헌사를 통해, 이 이야기가 자전적임을 알고 나니 더더욱.

 

바닷바람 나부끼고, 파도가 일렁이고,

어딘가로 떠나고 있는 어선이 보이는 바다 풍경.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아빠와 딸.

거뭇한 수염에 풍채 좋은 아빠,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하고 바다와 대조적인 빨간 원피스를 입은 딸.

처음엔 부둣가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뱃머리에 앉은 두 사람.

 

이경미 작가님의 그림은 표지부터 한참을 쳐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

앞면지는 출렁이는 바다, 뒷면지는 잔잔한 바다를

그리고 아빠의 가방 안에 바다를 담은 것도~

그림체도 좋지만, 그림 구성도 ‘좋다’, ‘좋아가 절로 나온다.

 

주인공의 아빠는 먼바다를 다니는 배의 선원, 마도로스(네덜란드어 matroos에서 온 말).

마도로스 모자를 쓴 뱃사람 아빠는 바다 위에서는 모르는 길이 없다 하고,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에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지,

자신이 지내고 있는 바다에 대해 딸에게 이것저것 알려주었던 것 같다.

몸은 비록 떨어져 있더라도 함께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그러한 아빠의 마음은 딸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던 것 같다.

주인공 딸은 아빠가 가져다준 여러 선물들과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바다같은 아빠를, 아빠같은 바다를 느끼게 되고,

인생의 바다를 헤쳐 나갈 힘을 얻었으니 말이다.

 

바다!

세찬 겨울바람도 닿지 않는 멀고 먼 바다는

죄악의 풍파가 닿지 않는 천국같은 곳인가 싶기도 하고,

아빠의 바다를 다 지나고 나면 나의 바다도 펼쳐진다는 거 보면

바다는 인 것 같고.

 

아빠의 가방처럼, 딸도 자신만의 가방을 꾸려 바다로~ 바다로~ 나아가지만

마도로스 아빠의 말들을 떠올리면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겠다 싶다.

 

이 책에서 좋았던 두 문장은 이렇다.

 

- 아빠의 말은 진짜였어요.

- 아빠의 바다를 다 지나오면 나의 바다도 펼쳐져요.

 

가족이 없는 일터에서의 아빠 모습,

아빠가 떨어져 있어도 씩씩하게 살아내고 있는 딸의 모습이

펼쳐지는  부분은 이 책에서 가장 압권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아빠는 철도공무원이었다.

다른 지역에 발령이 나셨을 때도 기차로 출퇴근하셨었기에,

주인공의 아빠처럼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기억은 내게 없다.

그렇지만 우리 아빠도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 지 딸인 나에게 자주 알려주시곤 했다.

자신이 일하는 공간에 딸이 견학 오는 걸 기꺼워하셨고 말이다.

쭉 뻗은 철길, 다양한 종류의 기차들, 열심히 일하는 분들의 모습.

처음 새마을호가 운행을 준비할 때, 최고급 기차라며 소개해 주시고

타보게 하셨던 것도 생각난다.

 

쭉 뻗은 철길을 보면서 평행을 잘 이루어야 기차가 잘 갈 수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 데 있어 균형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주셨고,

운전하는 기관사를 믿고, 올라타기만 하면 목적지까지 가게 되는 기차처럼

천국 가는 구원 열차도 이와 같다고 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까지 살아 보니, 아빠 말이 진짜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빠가 바다에 있는 동안 아빠를 기다리며 따스하게 지냈다고

제가 자라는 동안 아빠는 늘 곁에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작가의 헌사 중에서)

 

지금은 기독교에서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待臨)의 절기이다.

작가님의 헌사를 보며 대림(待臨)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처처에서 겨울바람 같은 추운 소식이 들려오지만,

추운 소식이 들려오는 바로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아빠 되신 예수님, 늘 곁에 계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따스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도 아빠의 말도 되새기고,

아빠 되신 예수님의 말씀도 되새기며

나에게 펼쳐진 바다를 잘 살아내야겠다.


#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서평단에 뽑혀 책 제공받았으나, 진짜 기쁜 마음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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