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유리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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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글은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쓰는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책을 처음 열면 첫 면지에,

푸른 밤 스탠드 불빛이 비추이는 작업실 공간이 나옵니다.

뭘 만드는 곳 같은데...혹시???

첨 표지보고 세워져 있어서 '첼로'인가? 했었거든요?

진짜 첼로일까요? 아님 다른 악기일까요?



그 다음 페이지로 넘겨보니...아하 바이올린인가봅니다.

악기가방이~ 딱 그렇네요.

(첼로 가방은 크고, 대부분 첼로 모양처럼 생겼으니까요~^^)


이 장면에서 몇 가지 살펴보고 가야 할 것 같아요~


1. 빨간 표시 해 놓은 곳 보이시나요? 음악의 빠르기말이 보입니다.

(

"안단테  " - 걷는 듯 천천히 (느리게)


작년에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도

한 회, 한 회 내용을 빠르기말로 표현했더랬죠.

1화, 트로이메라이 - 꿈/ 8화, 폰 페르메차 - 확실하게, 분명하게 /

12화, 다 카포 -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등~


이 책에서도 빠르기말로 내용을 표현할 모양입니다~

안단테, 돌체, 그라치오소, 스피리토소~ 등등


2. 두 번 째로 주목할 것은 안단테~에 맞추어 걸어오는 사람이에요.

어떤 사람이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으며 오고 있네요.

자전거를 타고 휙 지나갔다면 볼 수 없었을 것 같은

천천히 느리게 걸어서 볼 수 있었을...

재활용 딱지들이 붙어 있는 곳에서 악기가방을 발견하게 됩니다.


3. 세 번 째로 주목할 것은 재활용 딱지들이 붙어있는 버려진 것들이에요.

버려진 것들을 천천히 들여다 보니,

악기가방 뿐 만 아니라, 보면대도 보이고, 악기가방에 깔린 악보들,

스피링철만 남은 침대 매트리스도 보이고,

의자도 보이고, 연주할 때 악보를 비춰줬을 듯한 스텐트도 보입니다.

특히, 옷장 위에는 시디들, 바이올린 시디가 보이네요.

한 때는 누군가가 바이올린을 진심으로 아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지 모르지만, 지금은 버려졌지만요.


천천히 걸어온 그 사람은 악기가방을 열어보고는

망가진 바이올린을 발견하고, 자신의 자전거에 실어서 집으로 가져옵니다.

바람결에 딸려왔을까요?

작업 테이블 위에 노란 은행잎 하나가 똭~!

(흠...지금이 가을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네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망가진 악기를 고치는 과정이 다큐처럼 펼쳐집니다.

먼지를 떨어내고, 앞판, 뒷판, 옆판...분리하고,

갈라진 틈새에 아교를 바르고, 보강재 클리트를 덧붙이고,

아교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죔쇠를 물려 줍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네요.


그리고 시간..., 시간이 필요하다.

<앙코르> 중에서


망가진 것들이 고쳐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는

아교가 마르는 데 필요한 그 절대적인 시간 조차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빨리~ 라며 재촉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천천히, 차근차근... .

정성을 들인 만큼 소리가 날 것이다

<앙코르> 중에서


책에서 처럼 천천히, 차근차근 정성을 들여야 하는 데 말이지요.


이건 악기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아이들은 재촉한다고 크는 게 아니더라구요. 아이들 어릴 때는 잘 몰랐어요.  왜 이 중요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을까요?? ㅜㅜ


천천히, 차근차근 정성을 들여야 아이가 성장한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알맞게.

세게 누른다고 단단하게 붙는 것은 아니다.

<앙코르> 중에서


아이들에게도 알맞게 적당하게 푸시해야한다는 것을요.

세게 푸시한다고 아이가 잘되고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네요.


바이올린처럼 사람들도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바이올린의 판(앞판, 옆판, 뒷판)으로, 어떤 사람은 베이스바로, 또 어떤 사람은 지판으로, 넥으로, 테일피스, 엔드핀으로, 줄로, 활로,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하는 사운드포스트(버팀기둥)로...


내면을 가꾸는 일도

외면을 가꾸는 일도

모두 모두 중요하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말이지요.

악기의 최종 목적은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구요.


"콘 아모레 con amore"사랑을 담아


바이올린을 수선하는 모든 과정이 다 중요하겠지만,

저는 이 과정, 이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았어요.


연주자를 생각하면서,

연주자가 편안하게 불편함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

악기를 연주할 '사람'을 생각하는

것도 사랑을 담아 작업을 할 때,

가장 듣기 좋은 음악소리를 낼 것이기 때문이지요.


자, 이제 마무리가 되었네요.

완성된 악기는 연주자를 만나러 가는 군요.


앗~ 가게를 하는 분이네요~ 근데...어디서 본 듯한 분인데요~




아하~ 첫 면지에서 봤던 액자 속 바이올린을 들고 있던 인물인 것 같습니다.

누구지? 누굴까??

처음엔 친구일까 싶었다가... 언니? 아니 잠깐만~ 엄마일까?

그래 엄마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면, 언니면, 또 엄마면 어떻습니까?

악기 공방에 사진을 걸어둘 만큼 친한 사이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완성된 바이올린을 전해 받아, 가방을 열어보는 장면에서

저는 저 손이 눈에 확~~~ 들어오네요.

손톱에 아직 남아있는 '봉숭아물'이요.


아...그렇구나!

저 사람은 늘 사랑(바이올린에 대한)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구나.


그 다음 장면에서는 왠지 고민하는 하는 듯한 모습이 나오지만,

전 저 손톱을 보고는 확신했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될 거라는 것을요.

고민 하는 장면에서 은행잎이 무수히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첫 눈이 오기 전이니까요.

첫 눈이 오기 전에 사랑(바이올린)을 만났잖아요.

해피엔딩 예고인거죠^^ 

(드라마를 너무 봤나 싶습니다. 하하)



줄을 알맞게 조으고,

현을 켜고,

점점 더 크게 연주하는 연주자

마침내 무대에 올라 행복한 표정으로

반짝 반짝 빛나고 계시네요~^^


앙코르!


아....이제 눈이 옵니다. ^^






뒷면지에서는 작업실 벽면에 액자가 하나 더 늘었네요.

공연 후 찍은 사진인 것 같아요.




유리 작가님이 3년을 공들여 내 놓으신 이 책을 보면서,

자꾸 작년에 본 드라마가 떠올랐어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드라마 1화에서, 

한 꼬마가 여주인공에게 묻습니다.

"언니 바이올린 잘해요?"

그러자... 여주인공은 대답합니다.

"좋아해. 아주 많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중에서 채송아의 말.


잘하는 것 vs 좋아하는 것


꼬마의 잘하냐는 질문에 많이 좋아한다고 답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틀린 답이라고 느끼셨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꼬마처럼 묻습니다.

잘하냐고? 재능있냐고?

또 사람들은 말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좇지 말고, 잘하는 것을 하라고.

좋아해서가 아니라 잘해야 하는 것...

음악에서는 특히 요구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아무리 좋아해도 재능이 없으면, 잘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뭐 그런...


"참 많이 좋아하나 보구나. 얼마나 좋아해?"

하고 물을 수는 없을까요? (저 자신에게 하는 말)


간혹 티브에서 특별한 일인양

농촌의 어르신 오케스트라 나, 합창단(중창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봤어요.

그리고, 음악이 너무 좋아서 지휘자가 된 김현철이라는 개그맨을 별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것도.



저는 7살, 중학교 때, 대학생 때 

이렇게 총 세 번에 걸쳐 바이엘만 3번을 배우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


바이엘에 해당하는 것만 세 번을 배우다니~

뭐하나 끝내지도 못하고~

결국 피아노를 치지도 못하고~


'아이들은 싫다고 해도 피아노를 꼭 가르쳐야지.'

'악기 2~3개 쯤 다룰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지.'

다짐했고, 그렇게 아이들에게 푸시했었습니다.


모든 엄마가 한다는 바로 그 착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영재 아닐까~ 절대음감이야~

음악의 재능이 있어~ 틀림없어~


엄마의 푸시에 벅찼던 아이들은 초등학교 시절

배우던 악기를 모두 그만둬 버렸지요.


지금 저희 집에는 책에 나오는 버려진 바이올린 만큼은 아니더라도

먼지 가득 쌓인 악기들이 많아요.

업라이트 피아노와 플룻, 해금, 기타, 오카리나, 하모니카, 리코더 등.


손이 다 굳어서 될 지 모르겠지만,

먼지를 털어내고, 잘 고쳐서

그 악기 중 하나라도 시도해봐야 겠어요.


재능은 없지만,

잘하지는 못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니까요. 아주 많이~


"꿈 꾸는 것이 가장 큰 재능이라고,

그 재능에 노력을 더한다면 반드시 꿈이 이뤄질거라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중에서 박준영의 말.


앙코르!


유리 작가님께,

내가 사랑하는 일이 뭐였지?

봉숭아물 들이고 이뤄지기를 소망할 만큼 사랑하는 일이...

라는 고민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할 수 있다고, 힘내라고 해주시는 '앙코르'라는 말

제게 하는 말로 들려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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