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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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만을 보았다>

 

이 책의 느낌을 이미지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밝은 날의 쨍! 한 햇빛과 하늘 빛깔이 아니라 잿빛 하늘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프랑스 문학이 주는 감수성도 있겠지만  우리의 인생의 여정이, 삶의 편린들이 마냥 밝고 찬란하지만은 않다는 것에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잿빛하늘이 우울한 마음과 무기력하게 가라앉는 새드 코어의 감성만은 아닌 듯하다.

때론 잿빛하늘의 분위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자신의 고통이란 이물질을 걸러낼 수 있도록 하는 치유와 함께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니까..

 

즉 잿빛하늘 같은 분위기로 주인공 앙투안이 담담하면서 진솔하게 자신과 그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을 통해서

살면서 완벽한 날 또는 행복하게 사는 순간에는 결코 그 행복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안일함과 우둔함을..

우리는 언제나 대부분 지나고 나서야 행복을 깨닫게 되는 것을되짚어 준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주인공의 내면세계에 대하여 섬세하게 표현한 작가의 필력으로 인해

 

사실 평소 책 내용과 비슷한 동반자살 등의 뉴스 보도를 가끔 접하게 되면,

자신의 고통과 절망을 왜 자식에게 전가시키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을 하며 안타까워했더랬는데..

 

 

새삼 어떤 사람이든 일대일(1:1)'로 대하면 나쁜 사람은 하나도 없다’라고 했던가..

앙트완의 내면을 온전하게 들여다보게 됨으로써

정말 충격적이게도 자신의 딸에게 총을 겨누고 쏘았던 광기 어린 욕망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만들었던 그의 심리상태와 고통과 끝없는 절망과 추락에 대해서

한편으론 이해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되어 먹먹하고 울컥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앙투안의 유년기의 쌍둥이 여동생의 죽음.. 아버지의 결핍된 사랑과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가족과 집이라는 존재까지 잃어버린 상실감, 공허함과 힘겨움의 내재된 불행한 마음속..

완벽하게 비열함을 자처하며 결점을 찾아내야만 하는 자동차 보험사라는 직업..

그런 열정 없는 삶 속에서 한순간에 반했던 나탈리와의 젊은 날의 사랑.. 조세핀과 레옹이 태어나지만..

아내의 외도 배신으로 인한 이혼.. 그런 가혹함 속에 15년 넘게 열심히 일했던 직업도 한순간 내비쳤던 동정심 때문에 쫓겨나고.. 추락하는 일상 속에 인생에 대한 진절머리가 나게 되고..

 

그런 앙투완의 마음과 정신은 어쩔 수 없이 시들고 야만스러워지고 자기 비하를 하게 되며 자존감이 사라지게 되고..

인생은 그저 기나긴 추락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하게 되고..

그날.. 그렇게 딸에게 총을 겨누고 총으로 날려 보내고 싶었던 건 불행불행의 대물림’ 이었던 것은 아니었을지...ㅠㅠ

 

 

결론적으로 생의 결핍된 사랑이.. 사랑에 대한 상실감으로 인해 사람을 살인자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어찌 보면 그 상처와 절망감을 수반한 비겁함은 삶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었음을...

 

 

 

소설의 2부와 3부는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

앙투안과 조세핀의 삶의 모습으로 연계된다.

 

정신과 병원을 나와 멕시코로 추방된 앙투안 청소부 일을 자처하며 자신과 같이 삶의 상처가 있는

마틸다와 그의 아들을 만나 서로를 구원해주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책에 소개된 사랑의 의미..

젊은 날의 그 감정은 한눈에 반하는 격정과 순간이라면.. 중년의 앙투안은 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아도..

​느껴지는 다정함이 함께 하는 축복 안에서 감사함을 느끼며 삶의 위안과 평화로운 행복을 느낀다. 

마지막 책 속에 소개된 조세핀이 아빠를 만나러 가는 비행기에서 본 노부부의 모습..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그저 서로 손만 꼭 맞잡고 있는 진심.. 할머니의 할아버지에 대한 보살핌과 배려의 행동들이

인상적으로 느껴지고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하며 축적되어진 인간적인 노년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원히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개자식 아빠를 둔 조세핀.. 끊임없이 왜 당신은 날 먼저 쏘았나요?’ 라는 것에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을 보면.. 결국 가족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를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을까..?

결국 아빠를 찾아가게 가게 되는 조세핀.. 자신을 위한 행복과 평화를 찾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을지..?

 

가족의 의미.. 가족이 주는 위안과 기회.. 가족의 용서가 주는 선물..

 

사진 속의 담긴 의미..

아빠가 간직했던 2장의 사진.. 그 사진을 찍은 날이 아빠 인생에서 가장 멋진 날이었던..

그 사진에서 조세핀은 아마도 개 자식이라 명명하던 아빠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아빠의 행복만을 보았다였던 거겠지..

 

돌이켜보면 행복이 존재한다는걸, 행복은 분명 어딘가에 존재했다는 걸 생각해내며

그러니까 인생이란 결국 힘겹더라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이란 명제에 도달하여

돌덩이처럼 무거운 불멸의 슬픔도, 분노의 중심에서 버티고 있었던 자신에게서도

탈출할 수 있게 하는 행복에 대한 염원, 삶에 대한 희망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젠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와 진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 책의 내용이 전하는 우리 삶과 인생을 지배하는 진정한 가치들에 대해..

삶의 여정 속에 가족, 절망과 희망, 사랑, 행복,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 등에 대해 생각해보고 와 닿았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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