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 - 게임에 대해 궁금하지만 게이머들은 답해줄 수 없는 것들
최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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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인지 신세계의 패러다임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메타버스는 분명 지금 이 순간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되었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구분을 없애고 마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환상적인 세상이 펼쳐지는 곳 메타버스. 서울의 월세 30만원짜리 작은 자취방에서 뉴욕 월스트리트로 출근하고, 세계적인 가수 트레비스 스캇의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메타버스는 분명 성큼성큼 우리의 삶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의 등장과 함께 뜨겁게 조명받고 있는 산업이 하나 있다. 바로 게임 산업이다. 게임은 사실 그 등장부터 이미 이러한 결말을 예상케 하는 새로운 혁명이었다. 그 옛날에는 조악했을지 모르나 그럼에도 모니터 속에서 현실에는 존재하지 못할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했다. 오늘날에는 프로그래밍, 디자인, 서비스 기획, 고객경험, 시각효과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한데 모이는 장소가 바로 게임 회사가 되었다. 게임은 현 시점 가장 복합적이면서도 가장 고차원적인 인류의 유희가 되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사람들을 마침내 게임 속으로 끌어들이기에 이르렀다. NFT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구현된 가상화폐나 가상 재화는 실제로 거래되고 있고 사람들은 무한한 세계관에서 뛰어논다.

가까운 미래에는 진정으로 게임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게임과 친숙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지 못한채 퇴보해야만 할까? 또한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언어나 수학 교육보다 게임 교육을 해야 할까?

그렇다고 하기엔 게임을 둘러싼 시선이 첨예하게 갈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게임에 대해 궁금하지만 게이머들은 답해줄 수 없는 것들>은 게임을 둘러싼 사회학이다. 게임이 한국 사회에 어떠한 경로로 침투하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조명한다. 1997년에나 볼 수 있었던 고전 게임부터 오늘날 젠더 이슈, 프레이밍 이슈 등 다양한 논쟁 위에 놓여 있는 게임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는다. FPS 게임을 하며 상대방을 총으로 쏘는 것처럼 재밌거나, 전략 게임처럼 스릴 넘치고, RPG 게임처럼 중독성 가득하진 않지만 게임을 둘러싼 논쟁과 시시비비, 흑백 논리의 대립을 사회학적 시선으로 관망하는 것은 나름의 흥미를 유발한다. 또한 수많은 과거의 게임 속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적 갈등과 성장을 거듭해왔는지를 확인하며 게임산업에 대한 미래를 조심스레 예측해볼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다루고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논의이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거세게 떠오르면서 분명 가상 현실에서의 행동 하나하나는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게임 내에서의 폭력성과 선정성, 도박성 등은 도덕적인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가상 현실 또한 하나의 현실이 된다면 인간 사회의 "실재"하는 규칙은 메타버스 안에서도 적용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게임은 인간 내면의 근원적인 본성을 극대화 하는 도구 중 하나였다. 덕분에 폭력성, 공포, 인종차별, 언어적 폭력 등 수많은 문제를 낳아왔다. 그리고 인간 사회는 게임이 지닌 다양한 논의들을 하나 둘 해결하며 성장해왔다. 미래 사회의 게임 또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특히나 메타버스와 같이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는 지금, 게임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은 그렇기에 더더욱 필연적인 요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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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영을 만나다 - 잘 나가는 기업을 만드는 디자인 경영
브리짓 보르자 드 모조타.슈타이너 발라드 앰란드 지음, 염지선 옮김 / 유엑스리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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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동시에 물리적인 실체를 지니는 일반적인 디자인과 과정의 의미를 지니는 디자인 모두가 기업 경영에서 주목받고 있는 지금, '디자인+경영'이라는 학문 또한 꽤나 다양한 분파를 지니게 되었다. 로저 마틴을 필두로 한 "디자인 씽킹"과 도널드 노먼을 중심으로 한 UX/UI, 도널드 쇤의 "디자인 경영"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언뜻 비슷한 맥락과 비슷한 정의를 지닌 듯 보이는 디자인 경영의 세부적인 분파들이지만 30~40년 이상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나름의 유의미한 시사점을 드러내고 있다.

<디자인, 경영을 만나다>는 여타 유엑스리뷰의 디자인 경영, 디자인 씽킹 관련 도서와는 달리 디자인 경영의 학문적 발전 과정을 상세히 다룬 경향이 강하다. 실용적이고 산업적인 특성을 지닐 때 디자인이 지닐 수 있는 무한한 확장성과, 기존의 관습을 타파할 수 있는 디자인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면서 디자인과 경영의 상호의존성을 설명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디자인 경영과 디자인 씽킹이 기본적으로 궤를 나란히 하는 측면이 다소 존재하기에, 디자인 씽킹 관련 공부를 진행했다면 <디자인, 경영을 만나다>를 읽으면서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책은 그 기시감에 더해 디자인과 경영이 어떻게 함께 어우러지게 되었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학문적이고 동시에 실전적인 굴곡을 겪었는지를 추가로 설명한다. 마치 정신분석과 심리학의 역사에서 프로이트와 아들러, 융의 이론이 분화하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 현대 심리학이 어떠한 지위에 이르렀는지를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디자인 경영 또한 경영 이론이자 경영 전략이며, 경영 철학이다. 때문에 책에서 다루는 상당수의 디자인 경영 이론가들은 기업 경영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철학을 지니고 있다. 산업혁명의 시작 무렵 착취와 혹사의 상징일 뿐이었던 경영이 점차 정교화된 과학 이론으로서 자리를 잡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덕분에 상당히 흥미롭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하기 위해 디자인을 도구로 썼던 지난 40년 전에 비해, 어제와는 다른 기업 DNA를 만들기 위해 경영 과정을 '디자인'하는 오늘날은 또 다른 경영 철학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 경영의 5가지 핵심 과제를 통해 디지털, 고객 경험과 고객 만족, 혁신과 경쟁 우위 등 오늘날 기업이 반드시 지녀야할 대체불가능성을 심도 있게 다룬다. 이쯤되면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요모저모 잘 적용한 경영 철학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버드 디자인 스쿨이나 스탠퍼드의 D스쿨처럼 조만간 한국의 경영학과에서도 "디자인 경영"이라는 세부 과목이 신설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이다. 그정도로 오늘날의 디자인은 경영과 상당 부분 어우러졌다. 물론 디자인 씽킹 방법론에 대한 학문적 발전 과정 또한 놓치지 않는다. 본 책은 보다 조직적인 측면에서 디자인 씽킹을 조명한다는 점이 여타 디자인 씽킹 관련 도서와는 조금 다르다면 다르달까.

디자인 경영 또한 결국 혁신과 창조를 추구하는 몸부림 속에서 피어난 꽃이다. 공저자들은 21세기 혁신의 조건과 경영 환경을 조명하며 "혁신"으로 책을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독자들은 미적 감각을 지닌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마치 신처럼 조직과 기업 전체를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니어의 필연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디자이너를.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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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 - 비즈니스를 위한 전략적 디자인
이드리스 무티 지음, 현호영 옮김 / 유엑스리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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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문맹은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배운 것을 잊고, 새로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을 뜻한다"

<제3의 물결>, <부의 미래> 등의 저자 앨빈 토플러는 급변하는 21세기 속에서 문맹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패턴이 깨질 때 새로운 세계가 드러난다는 말처럼, 21세기는 새로운 세계가 드러나는 주기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시대이다. 처음 두 번의 산업혁명은 거의 200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그 다음 두 번의 산업혁명은 같은 세기 안에 자리잡았다. 그것도 사실상 2000년대 이후에 인터넷과 AI 혁명이라는 두 번의 패러다임 교체가 진행된 것이다. 이는 곧, 5년 전이나 10년 전의 방식들이 완전히 낡아 지금 쓰기에는 부적절한 것이 되어버린다는 이야기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지만 기업도 '적응'이 아니라 '파괴'를 해야 하는 시대이다. 그런데도 기업의 '경영전략'은 여전히 구시대적인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크다.


이미 반 세기 전부터 논의되었던 "디자인 씽킹"은 경영 전략, 마케팅 기법, MBA 등 허울 좋은 경영학적 기술과 전략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덕분에 꽤나 오랜 기간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갈수록 그 정의는 복잡해지고 모호해지며 난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디자인 씽킹이 바람 쐬러 나간 워크샵에서 볼 수 있는 시각적 퍼실리테이션 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분명한 것은 디자인 씽킹이 비즈니스와 디자인 영역의 교집합을 통해 더 나은 경영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이끄는 일련의 "실천 방식"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창조적인 조직 설계를 위한 방법론이 아닌, 혁신적인 제품과 창의적인 기업 DNA를 만들어내기 위한 상당한 자원의 투자. 1980년대부터 디자인 씽킹을 적용하여 혁신을 추구했던 애플 등의 기업은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어냈고, 역사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모방이라는 행위가 밥 먹는 것보다 간단해졌고 아이덴티티라는 정의가 사업 계획보다 중요해진 지금, 디자인 씽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인적으로 몸 담고 있는 조직에서 디자인 씽킹을 적용할 만한 상황도, 지위도, 여건도 되지 않는 점이지만 어떤 기회로든 디자인 씽킹은 조만간 마주할 개념이라 생각한다. 아마 2020년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그러할 것이다. 그 기회가 본인의 사업이든, 팀이든, 크루이든 무엇이든 간에 디자인 씽킹이라는 행동 방식을 적용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가까운 미래에 큰 간극으로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 간극은 하나의 팀이 사라지거나, 기업이 사라지는 수준이 아닌 국가의 경쟁력이 감소하는 거시적인 수준이 될 수도 있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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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 개정판 한빛비즈 교양툰 14
장 노엘 파비아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조한나 감수 / 한빛비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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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고통받는 존재였다. 수만 년 전의 인류는 뼈가 부러지면 부러진 대로 평생을 살아야 했고 이상한 풀을 먹었다 중독되어 죽는 일은 허다했다. 심지어 1900년대 중반쯤이 되어야 인류의 평균 기대 수명이 50세 이상이 되었을 지경이다. 그래도 우리의 조상들이 아픈 사람들을 내팽개쳐 둔 것은 아니었다. 기원전 이집트 문명에서는 의학을 종교적인 측면에서 바라봤고 히포크라테스는 2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사가 될 때 마음에 새겨야 하는 기본 지침을 만들었다. 그렇게 수만 년 전, 수천 년 전부터 아주 조금씩 발달해오던 의학은 20세기 무렵이 되어서 날개를 달았고 오늘날은 못 고치는 병 빼고 다 고치는 시대가 되었다. 조만간 죽은 자도 살려내는 시대가 오리라고 농담 삼아 얘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도전적이었고, 멸시의 대상이었으며, 때로는 권위적이었던 의학자와 앓아누워 쓰러져 갔던, 그리고 의학의 힘으로 가까스로 살아난 환자들이 있었다.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는 기원전의 고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의학의 다양한 발달사를 이모저모 살핀다. 코로나19로 의학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이다. 물론 인류는 늘 그래왔듯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잠잠해진 후 자신의 관심사를 다른 곳에 쏟을 테지만, 미지의 바이러스 X에 대한 공포는 이제 늘 품고 살아야 하는 필연적인 위협이 되었다. 덕분에 가까운 미래에도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나, 방역/면역 시스템, 기대수명 연장 등 의학 분야에 대한 다양한 관심사는 예전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일까. 의학사를 시대 순서와 주제별로 정리한 이 책을 조금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이.


책은 인류가 수렵채집인 일 때부터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간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중간중간 주요하게 다뤄야 하는 섹터를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방식을 차용한다. 중세에 이르러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생지옥"을 선사한 페스트나 천연두 등 전염병을 고대 이후에 바로 넣은 것처럼 말이다. 또한 다루고 있는 분야가 생각보다 무척 광범위하다. 혈액순환, 뇌질환 등 인체의 각 부위별로도 의학자들이 어떠한 연구를 기울였는지를 세세하게 설명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사'만이 의학이라는 장르의 주인공이라 착각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의료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글을 사람들에게 강력한 지식을 전하는 도구이자, 하나의 거대한 의식을 형성하는 주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의학사"를 형성한 모두에게 공을 돌리는 것은 무척이나 세심한 배려이자 지당한 처사라고 생각된다.

아마 같은 내용을 일반적인 책으로 담았다면 지루하고 방대해서 도저히 못 읽었을지도 모른다. 귀여운 삽화와 잘 정돈된 섹터 구성 등이 책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었으리라. 좀 더 어릴 때 읽었더라면 나도 의사가 될 수 있었을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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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몰려온다 - 높아지는 해수면, 가라앉는 도시, 그리고 문명 세계의 대전환
제프 구델 지음, 박중서 옮김 / 북트리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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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해수면 상승에 대한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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