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영을 만나다 - 잘 나가는 기업을 만드는 디자인 경영
브리짓 보르자 드 모조타.슈타이너 발라드 앰란드 지음, 염지선 옮김 / 유엑스리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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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동시에 물리적인 실체를 지니는 일반적인 디자인과 과정의 의미를 지니는 디자인 모두가 기업 경영에서 주목받고 있는 지금, '디자인+경영'이라는 학문 또한 꽤나 다양한 분파를 지니게 되었다. 로저 마틴을 필두로 한 "디자인 씽킹"과 도널드 노먼을 중심으로 한 UX/UI, 도널드 쇤의 "디자인 경영"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언뜻 비슷한 맥락과 비슷한 정의를 지닌 듯 보이는 디자인 경영의 세부적인 분파들이지만 30~40년 이상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나름의 유의미한 시사점을 드러내고 있다.

<디자인, 경영을 만나다>는 여타 유엑스리뷰의 디자인 경영, 디자인 씽킹 관련 도서와는 달리 디자인 경영의 학문적 발전 과정을 상세히 다룬 경향이 강하다. 실용적이고 산업적인 특성을 지닐 때 디자인이 지닐 수 있는 무한한 확장성과, 기존의 관습을 타파할 수 있는 디자인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면서 디자인과 경영의 상호의존성을 설명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디자인 경영과 디자인 씽킹이 기본적으로 궤를 나란히 하는 측면이 다소 존재하기에, 디자인 씽킹 관련 공부를 진행했다면 <디자인, 경영을 만나다>를 읽으면서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책은 그 기시감에 더해 디자인과 경영이 어떻게 함께 어우러지게 되었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학문적이고 동시에 실전적인 굴곡을 겪었는지를 추가로 설명한다. 마치 정신분석과 심리학의 역사에서 프로이트와 아들러, 융의 이론이 분화하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 현대 심리학이 어떠한 지위에 이르렀는지를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디자인 경영 또한 경영 이론이자 경영 전략이며, 경영 철학이다. 때문에 책에서 다루는 상당수의 디자인 경영 이론가들은 기업 경영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철학을 지니고 있다. 산업혁명의 시작 무렵 착취와 혹사의 상징일 뿐이었던 경영이 점차 정교화된 과학 이론으로서 자리를 잡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덕분에 상당히 흥미롭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하기 위해 디자인을 도구로 썼던 지난 40년 전에 비해, 어제와는 다른 기업 DNA를 만들기 위해 경영 과정을 '디자인'하는 오늘날은 또 다른 경영 철학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 경영의 5가지 핵심 과제를 통해 디지털, 고객 경험과 고객 만족, 혁신과 경쟁 우위 등 오늘날 기업이 반드시 지녀야할 대체불가능성을 심도 있게 다룬다. 이쯤되면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요모저모 잘 적용한 경영 철학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버드 디자인 스쿨이나 스탠퍼드의 D스쿨처럼 조만간 한국의 경영학과에서도 "디자인 경영"이라는 세부 과목이 신설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이다. 그정도로 오늘날의 디자인은 경영과 상당 부분 어우러졌다. 물론 디자인 씽킹 방법론에 대한 학문적 발전 과정 또한 놓치지 않는다. 본 책은 보다 조직적인 측면에서 디자인 씽킹을 조명한다는 점이 여타 디자인 씽킹 관련 도서와는 조금 다르다면 다르달까.

디자인 경영 또한 결국 혁신과 창조를 추구하는 몸부림 속에서 피어난 꽃이다. 공저자들은 21세기 혁신의 조건과 경영 환경을 조명하며 "혁신"으로 책을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독자들은 미적 감각을 지닌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마치 신처럼 조직과 기업 전체를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니어의 필연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디자이너를.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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