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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기획 - 회사 안팎으로 살아남는 기획자가 되는 법
김도균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사에 들어와보니 학부 시절 파워포인트 디자인에 뭘 그리 열을 올렸는지 멋쩍은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팀장들이 임원에게 하는 보고는 물론, 인턴 기간이 끝난 후 최종 발표 자리에서도 화려한 PPT는 등장하지 않는다. 되려, 스티브 잡스라면 치를 떨었을 글자 빽빽한 장표만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나 연구 과제 등을 발표할 때 자료의 겉모습에만 집중한다. 특히 대학교 조별 과제나 학회의 발표 장표를 보면 눈을 크게 뜨게 된다. 거의 피겨 스케이팅의 갈라쇼처럼 화려하고 번쩍번쩍하는 장표를 20~30장씩이나 동원하여 교수님을 현혹하다니. 손재주가 없는 학생들은 주눅이 들어 "저 파워포인트 할게요"라는 소리를 쉽사리 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알맹이이다. 기껏해야 이십대 초반의 학생들의 눈에는 발표 자료의 외형이 마음에 선뜻 들지만 잘 들어보면 5주나 7주 동안 열심히 구글링한 자료를 "예쁘게" 정리한 것일 뿐이다. 마지막 장에 제언이 서너 줄쯤 나오지만 용두사미인 경우가 많다. 정작 중요한 건, 그래서 어쩌면 좋겠냐는 말인데.
문제는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프로의 세계에서는 잘 정리한 자료는 필요하지도 않고, 현재의 심각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번뜩이는 "생각"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열심히 준비한 구글링이나 설문조사는 "기승전결" 중 "기"에 불과하고, 화려한 보고 장표는 결코 "결"이 아니다.
<돈 되는 기획>은 겉치레에 불과한 가짜 기획에서 벗어나 클라이언트를, 상사를, 동료를, 투자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진짜" 기획을 알려준다. 우리가 지금 "기획"이라고 믿고 있는 모든 것이 가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한 것들이다. 상대방의 마음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다. 허나 결국 중요한 건 새로운 생각이다. 최소한, 현 세대에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는 없다고 믿는 저자는 일상을 통해 독특한 발상을 얻는 방법을 전한다. 메모하고, 경험하고, 성공하고, 실패하고, 다시 메모하고, 아이디어를 짜며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창조를 실행하는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기획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을 전할 뿐 아니라, 스스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마인드셋을 이야기한다. 직장 생활에 쪼들려 현재의 직업을, 직무를,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기회는 언제나 그렇듯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마트에 소주 10만 개를 납품해야 하는 영업사원이든 인터넷 포털에서 쇼핑 사업을 기획하는 기획자든 갑자기 전기차 서비스를 디자인 해야 하는 일이 찾아올 수 있다. 지금 몸 담고 있는 세계가 "기획"이 아니라고 해서 기획자의 마인드에 관심을 꺼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자신의 인생을 보다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기획해야 한다. 저자는 뼛속 깊이 새겨진 기획과 도전의 정신으로 독자들에게 "디자이너"의 삶을 주입한다.
"진짜" 기획을 하고, 아이디어를 멋들어지게 발표하며, 나아가 인생 설계의 마음가짐까지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실무와 이상을 함께 챙기는 느낌이랄까. 덕분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획자의 꿈, 사업가의 꿈 같은 것들이 다시금 솟구친다. 적어도 지금 한창의 젊음을 즐기고 있는 세대에게 도전을 만드는 일은 필연이기에.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