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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pace, the final frontier"
어느 유명 SF 프랜차이즈의 캐치프레이즈 문구이다. 우주가 인류의 마지막 미개척지라는 말은 TV 시리즈 <스타트렉>이 시작되던 반 세기 전에도,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화성 식민지를 건설하겠노라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우주는 온 인류의 관심이 쏠려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이상 미개척지는 아닐지도 모른다. 외려, 진정한 미개척지는 우리의 머리 위가 아닌 발밑에 있다. 물의 행성 지구를 뒤덮고 있는 바다, 그중에서도 깊디 깊은 심연.
바다는 우주만큼이나 신비에 덮여 있다. 마땅한 장비 없이는 단 5m도 내려갈 수 없다는 점은 우주와 마찬가지이고, 무지막지한 수압과 컴컴한 어둠은 바다의 대부분을 미지의 세계로 만들었다. 때문에 바다를 헤엄치며 미지의 생명을 발견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은 우주를 개척하는 것만큼이나 용감한 자들이다.
문어, 가오리, 산호를 벗 삼고 스승 삼아 온 바다를 누볐던 사람들이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부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나의 문어 선생님>의 제작진이다. 본질적으로 바다를 사랑하는 3명의 공저자들은 호주, 남아프리카 등의 바다를 누비며 경이로운 사진들을 잔뜩 찍어댔다. 인간의 모습과는 다른, 매혹적인 외형의 바다 생명체를 담아낸 다큐를 통해 우주만큼의 관심을 받아도 충분한 바다를 조명한 그들은 바다의 신비를 책으로도 옮겨냈다. 깊은 바다가 무서워 결코 직접 눈에 담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나의 문어 선생님> 제작진은 아주 약간의 부연 설명과 함께 날것 그대로의 바다를 담았다. 산호초 위로 떠 있는 가오리와 크고 작은 물고기들, 바다의 악동 문어를 보고 있자면 스쿠버 다이빙을 한번쯤 배워볼까 작은 욕망이 샘솟을 정도이다.
<바다의 숲>은 심연 바로 위, 빛과 인간의 접근이 가능한 연안의 화보집이다. 바다에 얽힌 다양한 생물학적, 과학적 부연 설명은 잠시 미뤄둔채 순수한 마음으로 바다의 생명체를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는 데에만 집중했다. 개인적으로 하늘 위 우주보다 바다에 대한 미지의 공포와 호기심이 더 큰 편인데, 궁금했던 마음들을 잔뜩 풀어낼 수 있었다. 귀엽게 생긴 생명체를 접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양 덕후들에게는 또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책이 될 듯 싶다. 아마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한동안 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