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한들한들 부는 산들바람에 몸뚱이를 맡겨도 되는 시간이 있다.-55쪽
밍은 생래적으로 하나의 개인이었다. 결코 외톨이인 줄 모르는 외톨이, 빛 없는 선반 위에 따로 보관된 통조림처럼 안저하고 유일한 개체, 스스로 적막할 운명을 타고난 자, 그것이 밍이었다. 혼자 먹을 저녖밥이 담긴 검정 비닐봉지를 천천히 흔들면서 어둑한 타이베이 거리 한 모퉁이를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상상하면 영원히 옥영은 저릿한 통증에 사러잡힐 것이다-55쪽
아버지들이란 대개 그렇다. 그리고 역시 남편만큼 자기 아내를 잘 모느는 사람도 없다. 김상호가 이 여인에 대해 알려준 사전 정보는 일정 부분 잘못 되었다. 그녀는 예민할지는 몰라도 결코여린 여자가 아니였다.-147쪽
한때 몹시 비겁했던 적이 있다. 돌아보면 지금껏 비겁하기만 했다.-199쪽
나는 소파 뒤에 서서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조용한 세계다. 문득 내가 이들을 영원토록 알 수 없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그것을 향해 나는 가만히 한 발을 내딛는다.-4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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