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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관장이 말하는 이건희 컬렉션 - 어느 수집가의 찬란한 결실
이종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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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을 하면 유명한 미술관은 꼭 방문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왜 우리 나라에는 이런 근사한 상설 미술관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기곤 했다.

요원해 보이던 바람은 책 표지의 문구처럼 "어느 수집가의 찬란한 결실" 덕에 실현이 될 것 같다.

2022년 세상을 놀라게 했던 故 이건희 회장의 대규모 기증품들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가칭)>이 2027년 개관 목표로 준비 중이다. 마침내 우리 나라에도 국제적인 수준의 상설 전시관이 생기는 것이다.

작년에 공개된 기부 목록은 한국의 고미술부터 근대회화, 거기에 그림에 관심이 없어도 사람들이 알만한 외국 유명 화가들의 작품까지 양과 질 모두에서 엄청났다.

이런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작년부터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들에 대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른 책을 읽어보지 않아 섣부를 수 있지만 이 책은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이종선 관장이 故 이건희 회장의 예술품 수집을 최전선에서 이끈 인물이기 때문이다.

🏷 집필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나는 '이건희 컬렉션'을 제대로 다루려면 2022년의 대규모 기증품 못지않게 그의 수집 내용 전체를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그의 인생관이나 경영철학도 빠뜨려선 안 된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수집'은 경제적인 여유나 관심이 있다고 그냥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렵고도 고된 작업으로, 투철한 의지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문화 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것을 시대적 의무라고 믿었던 故 이건희 회장의 사명감, 초일류 경영을 주창하던 그의 경영 철학처럼 수집에서도 명품을 고집하던 그의 수집 철학이 실질적으로 이건희 컬렉션을 기획하고 총괄했던 저자를 통해 현실화된 것이다.

작품들의 해설은 여타 미술 교양서의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에 대한 설명에서 부터 확장해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관계자만이 알 수 있는 작품들의 수집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메인은 근현대 한국화들이다. <방구석 미술관> 같은 친숙한 미술교양서로 갓 자라난 한국화에 대한 관심이 이 책을 계기로 훨씬 더 확장됐다.

우리 고유의 산수화나 민화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들부터, 서양 회화를 문화적 이질감 없이 한국의 것으로 흡수한 거장들의 작품들까지 정세가 어려웠던 근현대 시기에 이토록 다양하고 찬란하게 한국화가 발전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후에 소개되는 외국 작품들도 이런 한국 근대화에 영향을 줬던 화가들의 작품 위주라고 하니, 이건희 미술관을 <한국 근현대 미술관>으로 지칭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견 타당한 것 같다.

작품들에 대한 해설이 끝나고, 책의 마지막에는 개관을 준비 중인 '이건희 미술관'에 제언도 아끼지 않는다.

🏷 미술관의 설계가 진행되는 동안, 전시품을 잘 아는 학예사와 전시전문가 등이 건축가와 협의해 전시 공간의 배분과 연출을 고심해야 한다.

🏷 이건희미술관은 기증품 미술관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면서, 미래의 기증을 유도하는 계기와 장치가 되도록 운영해야 한다.

특히 '미래의 기증을 유도하는 계기'라는 말이 이번 '이건희 미술관'을 준비하면서 가져야 할 중요한 사명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니 <이건희 미술관>의 개관이 더욱 더 기다려진다. 이 책에 있는 작품들을 살면서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사실에(전시 작품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감사한 마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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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처럼 -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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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100세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하죠? 의학 발달로 인간의 기대 수명이 날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우리 나라의 평균 수명도 10년 사이에 3세 정도가 늘어나서 2021년 기준 83.6세더라구요.

만일 기대 수명은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신체적으로 경제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연장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소개드릴 <동물들처럼>의 저자 스티븐 어스테드가 우려하는 부분이 이 지점입니다.

🏷 인간의 수명은 건강수명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 앞에는 사회적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질병을 치료하듯 노화 자체를 치료할 방법을 찾아내지 않는다면 공중보건체계가 붕괴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주머니쥐의 출산과 새끼의 성별에 영양 상태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다가 유난히 일찍 노화가 찾아와 죽고 마는 주머니쥐를 보며 동물들의 노화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왜 늙는가'

저는 한 번도 궁금해 본 적이 없던 명제지만 동물들을 폭넓게 연구해 온 저자에게 이것은 하나의 의문이었습니다.

'왜 동물들마다 노화의 속도는 다를까. 왜 새들은 고령의 나이가 되어도 장거리 바다 비행에 필요한 엄청난 에너지가 있을까.'

저자는 장수하는 동물들, 특히 고령이 되도 신체능력이나 번식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동물들의 연구를 통해서 인간의 노화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책에서는 동물들의 수명을 체구 등을 고려해서 환산한 '장수 지수'를 기준으로 유난히 오래 사는 동물들의 장수 비결이 담겨 있고 앞으로 노화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하늘의 오래 사는 동물 / 땅의 오래 사는 동물 / 바다의 오래 사는 동물로 나뉩니다. 새에서부터 코끼리, 거북이, 조개, 고래까지 나오는 동물들은 친숙하지만 저자처럼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만한 놀라운 장수의 비밀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에는 장수하는 동물들의 일대기동안 발견되는 놀라운 특징들, 그리고 여러 가지 과학적 기법으로 최대한 객관화해서 확인한 그들의 수명, 마지막으로 그들의 장수 비결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쓸신잡 류의 흥미로운 상식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장수의 비결을 탐색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소개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나 동물들의 놀라운 능력들이 굉장히 흥미롭에 다가왔습니다. 특히나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워낙 뛰어 나서 똑같은 구성의 반복임에도 새로운 동물들이 나올 때마다 흥미가 유지된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장수하는 많은 동물들 중에 인간의 노화 방지 관점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할 동물은 서두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동물, 그 중에서도 가장 장수 지수가 높은 포유류인 박쥐가 아닐까 합니다.

🏷 장수하는 새와 박쥐들은 장수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체력, 지구력, 기민함을 유지하고, 감각과 인지능력도 예민하게 유지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장수다.

🏷 (박쥐는) 다른 포유류와 비교할 때 동일한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생산량에 비해 만들어지는 유리기가 적고, 단백질의 잘못 접힘 관리도 더 잘 한다. 하지만 그 비결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장수하는 동물들 중에는 유리기처럼 손상을 일으키는 부산물에 대한 내성이 강하거나 암 저항성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위의 본문에서처럼 아직 비결은 미지의 영역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말미에 나오는 "진화는 우리보다 똑똑하다"라는 말이 참 와닿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이런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 동물들을 사랑하시는 분들. 동물 다큐도 재밌게 보시는 분들
✅️ <종의 기원>을 보셨거나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
✅️ 장수와 노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여기서 거의 다가 될까요 ㅋㅋ)

위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시면 이 책 재밌게 읽으실 거 같아요.

* 출판사 윌북으로부터 도서만 제공 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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