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 나의 안녕에 무심했던 날들에 보내는 첫 다정
김영숙 지음 / 브로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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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문장
"남사스럽다는 마음 자체가 얼마니 부질없는지를. 남을 의식하느라 내가 행복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이 책의 저자는 <나는 자연인이다>의 메인작가이자 아이 둘의 엄마이다. 이 프로그램의 특성상 제작하는 과정이 쉽지 않으리라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근데 거기에 육아라니. 아이도 하나도 아니고 둘이라니.

"말은 생계형 작가라고 씩씩한 척하고 다녔지만, 사실 둘째까지 낳고 일을 하려니 머릿속은 24시간 아이들의 스케줄과 내 스케줄, 집안일 처리로 돌아가고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늘 1.5배속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아무래도 워킹맘의 애환이 더 마음에 닿는다.

나도 매일 목격하고 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사는 워킹맘의 삶을. 일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면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는 마음을. 맡은 바를 해냈다는 만족감 대신 아이에게 충실하지 못했다며 자책하는 마음을.

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은 매일 마음에 쌓이는 독소가 되곤한다. 특히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만족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 일을 다 해내려고 덤비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자책과 후회 대신 고군분투하고 있는 내게 조금은 더 다정해지려 한다."

가속 폐달을 너무 밟다 보면 기름은 금방 동이 난다. 적당히 밟아야 연비가 제일 좋다. 그래서 나도 스스로에게 다정까지는 아니어도 관대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요즘이다. 밤에 아무 것도 안하고 소파에 널브러져 있다가 자러 들어갈 때도, 그래 한 번씩 이런 날도 필요하다며 인정해주는 정도의 관대함. 그러다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사실 나보다 더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생각할 여유 조차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 책의 '다정할 결심'에 공감하면서 공감하고 있다 밝히기엔 자격이 부족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튼 멋없는 착실함을 꾸준히 쌓아가는 삶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걸 잘 해내고 있는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줘도 되지 않을까.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에게 다정할 결심, 가끔은 남이 아닌 나를 위해 살기로 결심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은 치킨이다.

*출판사 브로북스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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