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망하지 않는 법을 알고 있다
가지타 겐 지음, 이선화 옮김 / 지식여행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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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다니던 회사가 경영악화로 인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게 되어 퇴사를 하게 되었다. 매출 및 이익률은 나쁘지 않았는데 현금유동성이 떨어져 운용할 자금이 없어지면서 직원 월급도 가까스로 주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재무팀에서 일했기에 자금정보를 얻기 쉬웠는데 말단 사원인 나와 동료들이 보기에도 문제가 있는데 왜 이러지? 이렇게 가다간 회사 망하는거 아니야 싶을 정도였었다. 그래도 설마 이렇게 눈에 보이는 자금현황을 방치하진 않겠지 싶었거늘 거진 6개월 만에 눈에 띄게 실적이 악화되어 구조조정을 실시하더라. 그걸 보고 매출이 좋아도, 이익이 발생해도 회사를 '망하도록' 경영하면 회사가 도산위기에 처하는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때문에 책의 제목에 강하게 이끌려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다.

저자는 가업이었던 가방 사업이 망했던 경험이 있기에 누구보다 '회사가 망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즉, 망하는 방법만 피해가도 현상유지는 가능하다는 소리다.

<p. 9 좋아질거라는 환상부터 버리자>

저자는 먼저 현실성없는 낙관적 지향부터 버리라고 이야기한다. 버블 이후 경제불황이 지속되는 현대사회에서 산업이 커지는 건 기적같은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일본 경제상황을 이야기 했지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IMF 이후 오랜 경제불황을 겪고 있으니 비슷한 조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P. 15 많은 회사가 수입과 지출까지는 예상을 한다. 얼마나 팔릴 것이며, 비용은 어느정도 들것인지 하는 수준으로 말이다. 그러나 대체로 희망적인 관측을 하는데 그친다... (중략)...P. 16 새로운 사업은 매출 예측은 빗나가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

내가 이전에 다녔던 회사가 딱 이 경우 였다. 이전 해에 해당 산업 자체가 침체되어 매출도 반토막나고 적자도 보았거늘, 대기업과의 계약체결에 신이 나서 너무 낙관적 지향으로 비용을 지출했다. 그러나 당연히 매출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너무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으나 사업은 언제나 최악을 염두해 두어야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p. 37 매입단계에서부터 팔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도 함께 생각하도록 하자>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상 매출 및 비용실적 분석을 할때 최악의 경우도 예상함으로써 사업의 방향성과 목표설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대기업은 모르겠으나 일반적인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은 대부분 매출이 최대일때만 예상하고 최악일 때는 예상하지 못한다. 결국 최악에 대한 대비가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구조조정을 선택한다. 그러나 사람을 가장 먼저 포기하는 기업에서는 경쟁력도 저력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p. 85 아버지의 가방 매장에는 커리어우먼의 생활을 풍요롭게라는 사훈이 걸려있었다. 얼핏 보면 특별한 의미도 없는 흔하디 흔한 표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표어는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신상품을 들여놓을지 말지를 고민할 때, 신상품 디자인을 공모할 때, 직원을 채용할 때 등 미묘한 차이가 있는 일의 진행을 판단할 때면 이 사훈은 나를 포함한 담당자들의 의사 결정에 일관성을 심어주었다>

이전의 회사와 지금의 회사의 사훈, 목표 등을 떠올려보면 뜬 구름 잡는 소리, 뜻모르는 어려운 사자성어 등이 떠오른다.
보통의 경영자는 목표나 사훈을 정할 때 구체적이기 보다는 추상적이고, 사업과의 연관성보다는 본인의 포부를 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과 같은 목표는 직원들에게 아무 감흥도 도움도 되지 않는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고 간결한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그것을 직원들에게 충분히 공유하고 이해시킬 때 경영자와 직원이 다른 곳을 바라보며 일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p. 128 직원이 스스로 새로운 업무를 창출해낼 만큼 유능할 필요는 없다...가장 경험이 적은 직원이라도 최소한 이정도는 할 수 있도록, 혹은 경험은 많지만 타성에 젖은 베테랑 직원도 이만큼은 할 수 있도록 수준을 조금씩 끌어올리지 않으면 회사에 발전은 없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의 뛰어난 베테랑 직원이 있으면 좋지만, 그 직원이 떠나면 해당 조직의 업무가 마비된다면 이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사실 베테랑 직원이 빠져도 업무는 어떻게든 굴러가긴 한다. 그러나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등의 비용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모든 직원의 능력을 평균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업무체계를 갖추고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 누구나 맞는 말이라 수긍하지만 어느 기업에서도 지켜지지 않는 법칙이다.

도산위기에 처했던 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기에 나는 나와 같은 직장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좋고 스타트업에 몸을 담은 사람에게도 유용하지만, 일반 직장인들도 내가 몸 담은 회사가 망해가는 방법만 실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쯤 판단해보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이 리뷰는 가디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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