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발견 - 5,000년의 사랑 이야기
이수현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가장 오래된 노래- 사랑.

생각지도 않은 기회에 나에게 온 이 책, 사랑의 발견,
처음 책 표지를 보고서는 통속 소설인가 했다. 책장을 넘기자 '발다로의 연인'이라 불리는 유골사진과 함께 사진을 설명하는 짧은 글들이 적혀있었다.
이탈리아 만토바 근처 발다로 유적지에서 발견된 이 유골이 화석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짐작해본다면 인류에서 사랑이 얼마나 오래도록 이어져 왔는지 알 수 있다. 제국의 왕조가 멸망하고, 문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공룡이 멸종하는 듯 긴 시간을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 있듯- 크로마뇽인처럼 사랑의 기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열매와 뿌리를 모으며 생선의 뼈를 갈아 바늘을 만들고, 이삭을 훑는 방법을 배우며 살아가는 물가사람과 힘이 세고 난폭하며 돌도끼와 활로 짐승을 사냥하는 법을 배우며 살아가는 바위사람들- 이렇게 글의 처음에서부터 확연하게 알 수 있듯, 여성과 남성을 다른 존재로 인식하며 시작한다. 우화소설이어서 그런지 책 속의 물가사람과 바위사람의 세습처럼 이어지는 타부족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확고한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서로의 모습은, 그리좋은 모습은 아니다. 처음부터 골을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 골은 오랜 세월을 지난 지금에서도 우리의 일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여자는 말이 많아, 남자는 힘이면 다 되는지 알아- 이런 일상에서의 인사와도 같은 흔하게 쓰이는, 입에 붙은 말들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기무라 유이치의 "폭풍우 치는 밤에"의 늑대 가브와 염소 메이를 생각해봐도 이렇게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폭풍우 치는 밤에의 늑대무리와 염소무리처럼 이 소설의 바위사람과 물가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하기에 서로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믿고 산다.
하지만 무조건 오해일까?

물가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라- 바위사람은 난폭하다-
이 모든 것이 편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비약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여자들의 수다는 오래되었을 것이고, 남성들의 힘의 과시나 남성다움은 오랜시간 이어져온 그저 다른 유전자일 뿐이다. 운동을 잘 하는 사람과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 그 정도의 개성의 차이다. 그저 다른 기질인 것 뿐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릴라는 루가(절루가에서 루가라니, 작가의 작명센스에 실소했다.)의 목에 긴 가죽끈으로 된 목줄을 묶는다. 길들이려는 것이다.

사랑의 과정처럼 이 두 주인공은 서로를 탐색하고 자존심을 세우며 그렇게 밀고당기기를 한다. 사랑에 빠진 모든 사람들이 처음 하는 행동일 것이다. 쉽사리 마음을 열거나 속을 보여준다면 상대가 나를 쉽게 생각하거나 나를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은 루가와 릴라에게도 있고, 그것은 그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하지만 빙하기에 단 둘이 남은 그들은 어려움과 일상들을 겪어 나가며 어느 순간 서로에게 집중하고서 솔직해질 수 있다. 릴라가 루가의 목에서 목줄을 풀어낸다.
길들이기를 그만두고 바라보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은 연애지침서의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책 제목 사랑의 발견처럼 그들은 사랑을 발견하기 위해 시련과도 같은 생명이 사라진 얼음의 땅에서 태양이 존재하는 땅을 찾아나선다. 태양이 존재하는 땅은 사랑을 발견했을 때라는 것을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몇몇 공감이 가지 않는 작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사랑을 아름답게 노래한 책이라는 느낌이다. 글이 반짝반짝 빛난다고 해야되나.. 쉽게 읽혀지고 쉽게 공감은 가지만 이 책에서 받은 느낌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아마도 또 다시 사랑이 시작된다면 루가와 릴라의 처음처럼 서로를 자신의 기준에 맞춰 탐색하고 평가하기 바쁠테다.
루가와 릴라의 처음처럼 사람들은 사랑이 시작되려 할 때 서로의 언어로만
이야기할 것이다. 사랑을 다시 돌이켜보게 하는 이 책. 사랑의 발견.
책 제목처럼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사랑을 발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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