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소 클랜시 꿀밤나무 그림책 8
라치 흄 지음, 장미란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라치 흄이란 어린 작가가 12살에 학교 숙제로 낸 이야기를 조금의 수정을 거쳐 펴낸 책이다. 어릴 적 읽었던 권선징악적인 요소가 강한 타 동화책보다 이 책은 어린 작가의 눈으로 세상을 위트있게 표현해서인지 무엇보다도 이해가 쉽고 가슴에 와닿는다. 어렵지도 않다. 그렇다고 교훈적인 요소가 없는 책도 아니다.  어른이 된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 처음에는 글자가 너무 적은 것 아닌가하는 고민을 했었는데 초등학교1학년에 올라가는 사촌동생에게 보여줬더니 아주 좋아했다.  조기교육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 한 사촌동생 역시 영어로는 문장을 이야기 할 수 있어도 어려운 한글을 보면 쩔쩔매던 녀석이 내용이 쉬워서인지 제 또래보다 더 어린 녀석들이 읽을 법한 이 책을 보고서 몇번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책 내용을 외울 생각이야? 하고 물었더니 녀석이 웃으며 볼 때마다 뜻이 달라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클랜시가 잘 되서 다행이야. 그 다음은 클랜시를 괴롭히는 못된 소들, 그리고는 모습이 다르다고 싫어해서 안돼(차별해선 안돼) 그리고 또 한번 물끄러미 보더니 모습이 다르다고 창피해하면 안돼, 아마도 기죽으면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테다.  어린 녀석이 거기까지 생각해내자 기특할 뿐이었다. 어른인 나 역시 이 책을 5분만에 읽고서 쉽사리 차별해서는 안 된다,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 힘을 합하고 원만하게 해결하면 된다. 거기까지 쉽게 유추할 수 있었지만 아이는 나보다 더 이 책을 이해하고 있었다. 어린 작가가 또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이들은 120%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이 어른들의 눈에는 수준낮고 활자가 적어 한번 읽고 치워버릴 책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언어이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인 듯 하다.

 며칠 전 조카가 태어났다. 이 책을 한번은 몸도 가누지 못할 아기에게 읽어줄테고,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면 무릎에 앉혀놓고 그림을 보여주며 천천히 읽어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이 책을 스스로 읽을 것이다. 어릴 적에 잘 읽어 둔 동화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이게 뭐야, 유치해, 하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의 인성 어딘가에는 뿌리를 내리고 있을 것이다. 어릴 적에 읽었던 전래동화와 은비까비가 생각나는 날이다. 아! 배추도사 무우도사를 더 좋아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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