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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조앤 치티스터 지음, 박정애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1년 12월
평점 :
우리는 사계절 안에 산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서로 뚜렷한 경계 없이 서로에게 스미다가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계절마다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과 충만함이 존재한다. 봄은 싱그럽고 설레는 향기로 가득하고, 여름은 밤이 늦게 찾아와 바쁘게 활동하기 좋은 시기다.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때다. 봄과 여름에 심었던 꿈들이 결과로 드러난다. 겨울은 다시 휴식을 취하고 꿈을 꾸는 시기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린 시절을 거쳐 청년의 시기, 그리고 중년 노년의 시기라는 인생의 사계절을 지나간다. 계절마다 가진 미덕이 있다. 그리고 그 계절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그 계절을 힘껏 누리고, 그 계절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해야한다.
인생의 계절을 비단 나이가 아니라 희노애락으로 나눌 수도 있다.
살다보면 기쁨과 환희의 시기도 있는 반면, 절망과 좌절의 시기도 있다. 계절이 변화하듯 행복의 시기가 있으면 고통의 시기도 있다.
<모든 일에 때가 있다>의 저자는 성경 코헬렛의 본문을 책의 서문에 인용한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중략)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할 때가 있다. (중략)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코헬렛 3, 1-8
이 책은 코헬렛에 나온 태어날 때, 잃을 때, 사랑할 때, 웃을 때, 전쟁의 때, 치유될 때, 뿌릴 때, 죽을 때, 죽일 때, 지을 때, 끌어안을 때, 수확할 때, 울 때, 삼갈 때, 얻을 때, 평화의 때로 나누어 각 시기별 통찰을 돕는 질문과 대답들을 펼쳐 보인다. 그리하여 그 시기마다의 의미를 다르게 볼 수 있고, 어느 한 시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누가 알겠나? (중략) 잃는다는 것이 항상 나쁜 것이 아니며, 때로는 그것이 모습을 감춘 행운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이 책은 상실은 또 다른 선택으로의 초대이며, 우리가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실패가 아닌, 다른 목적지로 향하는 또 다른 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실패의 미덕을 잊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실패의 창조력을 파괴했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과 같은 자연적인 순환을 창피와 죄책감과 분노로 바꾸어 놓았다.”
저자는 에덴동산의 이야기에서 하느님이 아담에게 준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권리였다고 이야기 한다. 따라서 “곧 무언가를 잃는 것은 흥미진진한 새로운 세계, 완전히 새로운 세계, 전혀 다른 세계, 더 만족스러운 삶의 시작이 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실패가 주는 창조력을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인생의 또 다른 입구에 다다르는 나침반을 얻게 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실패는 그 자체로 상처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꽃을 피우는 자양분이 된다. “우리가 살면서 배우는 고통은 더 깊은 인생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삶으로의 초대다.”
이 책은 고통이 주는 삶의 새로운 초대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실에서 오는 울음을 참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고통을 직시하지 않거나 느끼지 않으려고 하면,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미래를 보는 눈을 감고 환상에 빠지는 것이다. 환상에 빠진 사람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눈물 없는 상실은 거짓이기에 변화는 시작되지도 않는다고 이 책은 말한다. “우리의 마음에 남은 상처에 대해서 울지 않으면, 그 상처를 똑바로 보지 않으면, 결코 그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저자는 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서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인생의 어느 때에 다다랐을 때, 그 시기가 주는 감정과 상황을 회피하거나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그 자체를 온전히 수용하고, 그 시기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고 체험하라고 말한다. 생명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유동적이고 변화한다. 자연의 흐름이 그러하듯 인생도 그렇게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거부한 채, 인생의 특정 시기에 머물고 싶어 집착하거나, 그리워하거나,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할 때 우리의 성장은 방해받는다. 성장은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이루어진다. 변화는 죽음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실패는 종말이 아니라, 더 큰 성장을 위해 필요한 가지치기다.
아파할 때는 충분히 아파하며 그 시기를 흘려보내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을 누려야 함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