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지원받아서 서평을 합니다!
병원에 입원을 하며 집에서 가지고
온 시집.
아이가 태어나고 조금 더 자주
면도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은 조급한 마음에
이 시의 제목처럼
면도칼에 베이기도 한다.
그런데 웬일일까?
예전 같았으면 아프고, 화도
냈는데. 요즘은 마냥 좋다.
그저 빨리 피를 닦고 나가서
아들을 바라보고, 안아주고.
같이 놀고 싶을 뿐.
나를 가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면도를 하는 일.
이것도 사랑의 일부라 할 수 있을까?
이 시집에서 김선규 시인님은
어떤 사랑과 세월을 나눠주실까?
사실 이 시집은 시집과 함께 특별하게
시집 안에 기획자이신 유영준 소설가님의
편지가 함께 동봉되어 왔다.
그리고 따뜻한 사랑의 사실.
그림을 그려주신 김민지 님은
시인 김선규 님의 따님이시다!!
와... 시인님이 작가란에 함께 넣어달라고
부탁을 하셨다는데 이게 진짜 멋이다!
우리 아들도 글을 쓰던, 그림을 그리던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새로 생겼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얼른 이 시집을
마음껏 누려봐야겠다.
<누런 덩어리>
길바닥에 누런 덩어리 하나
버덩에 웬 황금 덩어리냐
이게 무슨 횡재냐 싶어
급하게 달려들어 덥석 잡으니
아이고머니나 똥 덩어릴세
누리끼리한 것이 황금 덩어리나
똥 덩어리나 어쩜 저리 똑같을까
손엔 똥 냄새가 고약스럽고
지랄 났네 낭패일세
<중고>
돈도 없고
타던 차가 신통찮아
중고차를 하나 사려고 하니
새 차를 살 때보다 몇 곱절은
힘이 드는 것 같다
어떤 걸 사야 할까
값은 어느 정도로 해야 할까
몇 년식에 몇 킬로가 좋을까
중고찬데 잘못 사면 어쩌지
먼젓번 새 차를 살 때의
고민은 고민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신통찮은 것 같아도
먼저 타던 차를
손을 봐가며 그냥 타기로 했다
그 말에 마누라가
잘 생각했다며 웃는다
그냥 마누라하고도 죽을 때까지
같이 살기로 했다
<사람>
인(人) 이 사람이라
일(1)로 서 있지 못함으로
1 + 1로 기대어 걸으며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기대어 우리는 사랑을 한다
<면도칼에 베였다>
아침에 일상인 칫솔질을 하고
세수를 하기 전엔 면도를 한다
손 면도기에 새 칼날을 갈아 넣고
쓱쓱 싹싹 면도를 한다
날카로운 면도 칼날에 순식간에
베어져 나가는 수염들
오늘따라 헛손질로 빗겨나간 칼날에
턱밑을 베이고 기어이 피가 맺혔다
임시방편으로 화장지를 대충 찢어
턱하고 붙이니 배어 나오는 선혈 자국
그 붉은 핏자국
핏빛들의 무언의 비명 소리
그동안 베어져 나간 수염처럼
상처받고 나를 떠났을 마음들과
내 날카로운 칼질로 턱을 베이듯
그 누군가는 피를 흘렸을 선혈 자국
아내에게 했던 모진 칼질들
자식들에게 했던 날카로운 칼질들
하물며 엄마 마음을 내 칼질로
베이게 했던 피 흘린 엄마의 심장은
지금쯤 아물기는 했으려나
나의 칼질로 다치고 아픈 사람들의
피와 상처는 얼마큼일까
쓱쓱 싹싹
난 오늘도 내 수염을 깎아내듯이
누구에겐가 칼질을 하고
피를 흘리게 하는 건 아닐까
난 오늘 아침에도 변함없이 능숙한
칼질로 수염을 잘라내고
피 나온 상처를 거울로만 보고 있었다
<사랑 시>
낮부터 열세 줄로 쓴
사랑 시
날밤 새워 고치고
고쳐 쓰다 보니
사랑이란
제목만 남아버렸네
<길을 걷는다>
길을 걷는다
걷다가 걷다가
멈추면
내 길은 사라지고
상념에 젖는다
시집의 끝에서 이 시집을 기획하신
유영준 소설가님의 소개 글이 나온다.
정말 좋으신 분이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곧 그 사람의
전부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글 쓰는 이의 언어와 행동, 사고방식은
결국 그의 글로 보이게 된다.
글은 삶과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결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김선규 시인님의 시를 소개하고 싶었다.
라는 말씀.
덕분에 좋은 시를 좋은 기회로
읽어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시를 읽으며 독서기록을 하는 동안
아픔도 잠시 잊을 만큼 좋았다.
이 시를 읽으며 가족들을 함께
떠올릴 수 있어서 더욱 좋았기에
치료를 잘 받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마무리해 본다.
그리고...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가 보다.
글이 참... 부족하다. 한없이.
나의 글도, 좋은 책들의 기록도...
그래도 뭐 아내 덕에 많이 나아졌으니.
이제는 아들과의 행복과 사랑으로
조금 더 나아질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