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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ㅣ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평점 :

데미안, 싯다르타 등 여러 소설을 남긴 헤르만 헤세는 생전에 출간한 책들 외에도 수많은 글들을 남겼고,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는 폴커 미헬스라는 사람이 그의 글들을 엮어 낸 선집이다. 그의 시와 글 속에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그의 깊은 사유와 철학이 녹아있다. 아픔속에서도 끊임없이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며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어쩐지 내게 이대로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전쟁과 비리, 범죄에 대한 영상들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내 일터에서, 길거리에서, 친구관계에서 혹은 집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하루에도 미움이 얼마나 많이 올라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건 가능한가? 이런 의문에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어쩐지 글을 읽다보니 모드 루이스의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그 영화를 인상깊게 보고 좋아하게 된 건 삶의 고통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던 모드 루이스의 눈이 내게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글을 읽으면서도 고통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줄 아는 예술가의 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절망에 빠져 그저 주저앉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하고 나아가려 시도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음을 알려준다. 나의 부족함에 괴로워하며 극복하려 노력해야겠지만 결코 바꿀 수 없고, 바뀌지 않는 것도 있음을 인정하라고도 말한다. 삶을 회피하거나 무조건 극복해야한다고만 말하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주어진 임무를 받아들이고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세상의 의미가 아니라 나로 존재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살아가라는 그의 글은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끊임없이 나를 고치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세상속에서 네게도 신에게서 주어진 너만의 임무가 있다고. 너의 삶도 의미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는 그런 의도로 글을 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의 글은 아픔을 아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내게 위로가 되었다.
위 서평은 책과콩나무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