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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해적의 세계사
다케다 이사미 지음, 이정아 옮김 / 생각의길 / 2023년 2월
평점 :

헨리 8세와 엘리자베스 1세가 통치했던 시기의 영국은 인구수로도 스페인이나 프랑스에 밀렸고, 경제력으로도 지지리 가난했다. 게다가 로마 가톨릭 세력과 개신교 세력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정치적인 압박까지 받아야 했으며, 프랑스는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 1세를 이용해 영국을 간접적으로 지배하려는 야망까지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자베스 1세는 국가의 존망을 위해 어떻게 부국강병을 실현할지 고민해야 했고, 그녀가 찾은 타개책이 해적이었다.
당시 엘리자베스 1세가 가장 신뢰했던 해적 중 한명이 프랜시스 드레이크인데 그는 여왕에게 영국 국가 예산의 3년치에 달하는 해적 머니를 가져다 줬다고 한다. 영국은 20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해적 행위를 통해 대영제국을 유지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해적을 통해 막대한 빚도 갚고, 해외 무역 투자 회사를 설립해 수익 창구를 확보했으며, 때에 따라 해적질 뿐만이 아니라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해군을 무찌르는 역할도 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해적을 통한 약탈과 흑인 노예의 밀수, 동인도 회사의 설립, 밀수까지... 약탈당하는 범선들에게는 최악의 범죄자지만 적어도 그 당시 강대국에 둘러싸인 국민들에게는 엘리자베스가 뛰어난 여왕이었겠구나 싶었다.
물론 여왕의 해적도 언제나 승리만 한 건 아니었다. 자연재해 앞에선 아무리 거대한 함선도 어쩔 수 없었다. 호킨스가 이끌었던 5척의 노예 선단은 강력한 허리케인을 만나 스페인 식민지에 긴급 기항을 했다. 하지만 스페인 측의 배신으로 결국 배와 선원을 잃고 영국에 살아 돌아간 건 15명 뿐이었다.
'해적의 세계사'에서는 스페인 무적함대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승리를 거머쥐었는지, 세계무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주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시절부터 200년간 해적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해적의 쓸모가 사라진 영국에서 1721년 해적 단속법을 만들기 전까지, 200년간 해적은 영국의 국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라의 존망을 위한 선택이 해적질이었다는 건 별로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의 선택으로 영국은 부국강병을 이룬 셈이다. 이런 역사에도 불구하고 신사의 나라하면 제일 먼저 영국이 떠오르는 걸 생각하면 영국은 진짜 이미지 마케팅을 잘한것 같다.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