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 부의 절대 법칙을 탄생시킨 유럽의 결정적 순간 29,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강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평점 :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에서는 예술작품을 통해 지금의 유럽 경제를 탄생시킨 결정적 순간 29가지를 보여준다. 경제를 중심으로 유럽에 부를 가져다 준 재화와 유럽 경제의 전환점이 된 사건들이다. 결정적 재화와 사건들은 일종의 표지판처럼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경제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발전하고 성장해 왔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독자를 안내한다.
지중해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게 올리브 오일이다. 아테네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많지 않았고, 자연재해와 과한 소작료로 노예가 되는 이들이 많았다. 이때 솔론은 식량난을 타개하려 올리브를 제외한 농산품의 수출을 막았고, 이로 인해 올리브 관련 산업도 호황을 맞이한다. 그 돈으로 아테네는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었다. 만약 올리브가 없었다면 농사짓기 척박한 땅에서 과연 아테네가 그만큼 발전할 수 있었을까?
소금은 사람에게 필수 식재료다. 예전에 봤던 다큐멘터리에서는 원시림의 원주민들도 적게나마 소금을 모아 염분을 충당했다. 과거 로마에서는 소금을 급료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같은 양의 금과 교환될 만큼 비싸고 귀했다. 로마는 이 소금을 이용해 부를 쌓을 수 있었고, 소금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었던 소금길을 통해 훗날 주변국가로 진출하면서 대제국을 건설하게 된다.
지금은 딱 굴 제철이다. 우리나라에서야 굴이 그렇게 비싼 식재료가 아니라지만, 해외에서는 굴 몇점에 몇 만원씩 하는 걸 보고 놀란 적 있다. 심지어 그닥 신선해 보이지도 않던 굴이었는데 말이다. 이런 굴에 대한 유럽인의 사랑은 로마시대 때부터 유명했는데, 굴이 최고의 사치품이었던 만큼 유럽의 경제 중심지가 움직일 때마다 주요 굴 소비 지역도 달라졌다. 유럽에서 굴은 귀족이나 부르주아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네덜란드에서는 굴 먹는 사람을 주제로 그림을 그릴 때 다양한 계층이 등장했는데, 이는 당시 네덜란드의 국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인간의 무력함을 참 많이 느꼈다. 전염병 앞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걸 느꼈달까. 나름 의학이 꽤 많이 발달한 지금도 그러한데 과거 유럽에서 전염병이 한번 번지면 정말이지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인류 최악의 전염병인 페스트는 크게 세번에 걸쳐 유행했는데 그 중에서도 두번째 대유행때 가장 많은 사상자가 속출했다. 당시 유럽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죽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사망률이다. 당시 페스트로 인해 인구수가 줄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졌고,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면서 빈부의 격차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페스트라는 끔찍한 재앙 덕분에 노동력의 가치가 높아지는 결과가 일어난 것이다.
시대의 눈이 되어준 화가들의 그림을 파헤쳐 유럽의 경제 흐름을 살펴볼 수 있었다. 사람은 이미지로 더 잘 기억한다고 하는데 그림 덕분에 해당 역사적 사건을 더 잘 기억할 수 있었고, 저자가 어렵지 않게 잘 풀어냈기에 역사를 잘 모르는 이들도 충분히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