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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어딨어? - 아이디어를 찾아 밤을 지새우는 창작자들에게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2년 8월
평점 :

'천재가 어딨어?' 는 1-2페이지 정도의 짧은 만화들이 모여있는 카툰 에세이로 2018년 출간한 '생각하기의 기술'의 개정판이다. 아이디어와 영감, 생각, 달팽이의 속도, 가을의 이론, 머릿속 인테리어, 마음 게임,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등등 1-2페이지의 짧은 만화에는 창작과정의 기쁨과 공포에 대한 통찰로 가득했다. 카툰에 붙인 각각의 제목들만 봐도 독특해서 어떤 내용일지 호기심이 들었다.
그랜트 스나이더는 낮에는 치과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며 2009년,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매주 한 장짜리 만화를 그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낮에는 따로 일을 하면서 매주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재미를 줄 수 있는 만화를 그려내려면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출퇴근 길이나 일을 할때, 밥을 먹거나 씻을 때나 잠을 잘 때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려 고군분투 하지 않았을까.
짤막한 카툰에는 매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고군분투에는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는 것 같았다. 꿈에서 포착한 내용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자다가 일어나 밤새 메모를 하기도 하고, 낯선 것들을 합쳐보기도 하고, 절망에 빠졌다가 함정을 설치한 뒤 참고 기다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찾는 일을 그만두어야 비로소 다가온다.
종이, 악보, 조각품, 나무, 미술작품, 다리 위 트럭, 밤하늘 등등 세상의 온갖 사물을 백지처럼 배경삼아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집안이 아주 창의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수도꼭지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고, 청소기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화분들은 말라 비틀어지고, 애완동물은 알아서 먹이를 찾아야 하고, 쓰레기통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고, 바퀴벌레와 룸메이트가 될 수도 있다.
창작과정의 즐거움과 함께 어려움과 애환도 담고 있지만 귀여운 그림체와 유머러스한 표현 덕분에 유쾌하게 느껴졌다. 창작의 과정에서 창작자들이 느낄 법한 것들을 유머를 담아 재치있게 풀어내 웃음이 나왔다. 글과 그림이 아주 절묘하게 어우러졌달까. 아이디어를 떠올리려고 애써본 창작자라면 여러모로 공감할 것 같은 부분이 많았다.
만화, 영화, 소설, 드라마 등등 창작을 업으로 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창의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떠오르지 않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뿅하고 떠오르게 해주거나 혹은 언젠가 영감이 바닥이 날까 두려운 마음을 없애주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한 작가의 수많은 고민과 애환을 보다 보면 그 모든 것들이 나 혼자만의 어려움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윌북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