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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맹자 - 지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공부 ㅣ 슬기로운 동양고전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5월
평점 :

맹자는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기원전 372년에 추라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 공자의 유교사상을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문하생에게서 배웠다. 공자의 인 사상을 발전시켜 성선설을 주장했으며, 인의의 정치를 권했다. 그러나 부국강병의 정치술이 필요했던 제후들은 맹자의 이론을 채택하지 않았고 맹자는 당대에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유가 경전으로 사서중에 하나인 맹자는 덕에 의한 정치, 즉 왕도정치를 주장하는 정치 철학서이다.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는데 천성적으로 타고난 착한 마음은 현실에서 여러 가지 장애로 인해 온전하게 발휘되지 않는다. 맹자에서는 그 장애를 없애는 방법으로 학문 또는 교육, 수양 등에 대해 논한다. 또 현실에서 권력자가 아닌 맹자와 같은 유학자들이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해 현실에서 부딪쳐야 할 일과 그때의 자세, 특히 권력자와의 관계에서 처신하는 자세 등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책에서는 맹자의 명언과 명언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 역사적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대이화지大而化之
일을 대충대충 하다.
삼국시대 동오의 장군 장소는 손책을 따라 각 지역을 토벌했다. 손책은 장소에게 많은 권한을 주었고, 장소는 많은 업적을 세워 손책에게 보답하고 또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북방에 있는 사대부가 장소에게 편지를 보내 경의를 표할 정도였다.
하지만 장소는 이 편지를 받았을 때 손책에게 편지의 내용을 아뢰야 할지 숨겨야 할지 고민한다. 아뢰자니 손책보다 내 공이 크다고 교만한 것으로 보일까 걱정되고, 숨기자니 비밀스러운 내용이라도 있느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때 손책이 장소를 불러 관중과 제 환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 제 환공이 관중을 등용하고 모든 일을 그에게 맡겼을 때, 사람들이 환공에게 무언가를 물으면 죄다 중부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사람들은 툭하면 중부에게 물어보라고 하는데 한 나라의 왕이 이렇게 쉬운 일이냐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제 환공은 사람들에게 내가 중부를 얻기 전에는 왕이라는 자리가 어려웠으나 중부를 얻었으니 어찌 이 자리가 쉬워지지 않겠냐고 답했다.
손책은 제 환공의 이야기를 하며, 장소는 내가 등용한 사람이니 그러한 인재를 등용한 나 역시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지 않겠냐 하며 웃는다.
'일을 대충대충 한다'는 뜻이 이런 것일 줄이야. 손책이 현명하지 못하고 속이 좁았다면 장소를 내쳤거나 했을 수도 있을텐데, 장소의 곤란함을 먼저 살피고 제 환공의 이야기를 한걸 보니 뛰어난 인재를 등용할 만큼 능력있는 사람이 맞는 것 같았다. 장소가 정말 괜찮은 인재였다면 이 일 이후로 손책에게 더 충성하게 됐을 테니까. 어느 누가 자신의 곤란함을 먼저 살피고 배려해주는 이를 싫어할까.
'처음 시작하는 맹자'에서는 성선설을 주장한 사람으로만 알았던 맹자가 얼마나 현명한 사람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예를 중시하면서 융통성 없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학자도 많았을 텐데 맹자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는 예를 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사 영상들만 봐도 예를 따지면서 억울한 백성을 만드는 그 당시 양반들의 만행을 볼 때마다 목이 턱 막히는 것 같았는데, 상황에 따라 예를 다르게 행했던 맹자의 모습을 보니 정말이지 그 시대에 보기드물게 현명한 분이었구나 싶다. 여러모로 맹자에 대해 처음 접해보기에 유익한 책이었다.
스타북스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