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 공감의 대화법을 찾아 나선 소심한 라디오PD의 여정
이진희 지음 / 마일스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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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대화 NVC 는 '연민의 대화' 또는 '삶의 언어'라고도 불린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평화운동가인 마셜 로젠버그가 만들었고, 2003년 캐서린 한이 한국에 처음 소개했다.



공감이란 무엇일까? 공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자신의 얘기를 하는 누군가와 그걸 경청하는 누군가가 떠오른다. 말하고 들어주는 것. 상대의 말을 이해해주는 것. 하지만 상대의 얘기에 딱히 동의가 안될 땐 참 곤란하다. 상대의 얘기를 듣고 '그건 니 생각이 잘못된 거 같은데' 혹은 '그건 아닌 것 같아' 라고 말하자니 분위기가 싸해지거나 침묵이 이어질 거 같고 그렇다고 상대의 말에 딱히 동의하지 않는데 이해하는 척 하기도 그렇고.



나는 공감이라는 걸 상대의 결정이나 수단과 방법에 대해 동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저 그런 생각을 할 만큼 괴롭고 힘든 상대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면 되는 거였다. 최근에 한 대화들을 떠올려봤다. 딱히 상대의 생각에 동의가 안되서 그냥 듣고 '그렇구나.' 하고 침묵했었는데, 지금 다시 돌아보니 그때 상대가 그런 얘기를 했던 건 '그런 생각을 할만큼 힘든 내 마음을 이해해 달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공감은 동의도 해결도 아니었다.



이 책의 2장이 공감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는 장이었다면 3장과 4장은 본격적으로 비폭력 대화에 대해 저자의 경험과 함께 살펴보는 시간이다. 혼자 책을 읽는 것 만으로는 수십년 간 몸에 익은 대화법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고, 저자는 비폭력 대화 수업을 신청해 찾아간다.




비폭력 대화 수업의 시작은 명상이었다. 대화는 '지금 여기'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고, 명상은 그걸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 '지금 여기'에 있는 상태는 현존하기, 실재감, 마음챙김 이라고도 부른다. 비폭력 대화와 불교 명상법을 접목한 오렌 제이 소퍼는 속도 늦추기, 숨쉬기, 친구와 보내는 시간, 자연속에 있기, 음악, 햇빛 등을 방법으로 든다.



과연 살면서 지금 여기에 있는 상태로 대화한 적이 얼마나 될까? 어린시절이나 성인이 된 이후에도 발표를 해야 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사실 발표하는 사람의 말은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내 순서가 됐을 때 어떻게 발표할지 생각하기 바빴다. 발표 뿐만이 아니라 일상속에서 타인과 대화할 때도 상대의 말을 깊게 듣기보다는 내가 할 말을 고르기에 바쁜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자기 표현을 잘하고 싶은 사람도, 공감을 잘하고 싶은 사람도, 말 상처를 돌보고 싶은 사람도 시작점은 같다. 자기 연민을 기르고 스스로 공감해주는 일이 첫걸음이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여러 책과 강의에서 당신이 가지지 않은 것은 줄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기 공감을 하지 못한 사람이 타인의 상처를 공감해주겠다고 덤비면 큰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예전에 어떤 방송에서 진행자가 장애인 자녀를 씩씩하게 키우는 한 부모의 사연을 소개하다 울더니 '우리 애들은 건강해서 얼마나 다행이에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취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비슷한 실수가 반복되면서 그 진행자는 결국 교체됐다고. 자기 공감을 하지 못하면서 타인의 상처를 공감할 수는 없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처음엔 나를 지키고 상대를 보듬는 기술이라는 말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었지만, 책의 끝에 가서는 비폭력 대화라는 걸 누구보다 내가 내 자신에게 적용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조만간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 책도 찾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가지지 못한 걸 남한테 줄 수는 없다는 걸 꼭 기억하고, 나 자신에게 먼저 공감과 연민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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