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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검사생활
뚝검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평점 :

뚝심있는 검사가 되어보자며 스스로에게 뚝검이라는 별칭을 지어봤던 검사가 인상적이었던 자신의 사건들을 엮은 책이다. 단순히 흥미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본 이 책은 생각지도 못하게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책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같은 한국땅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라 더 마음이 아프고 먹먹했던 것 같다.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먹고 살려다보니 자꾸 죄를 짓게 된 사람도 있었고, 내가 느끼기엔 고소하고 끝날 일인 것 같은데 최악의 상황까지 간 사람도 있었다. 분명 가해를 했고 누군가를 피해를 봤음에도 어느 쪽도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사건도 있었다. 저자가 검사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강하게 남은 이야기들을 엮었을 테니 더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 걸 수도 있겠지만, 참 이렇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흘러간 상황들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심신미약에 대해서도 생각이 좀 바뀌었다. 사실 심신미약으로 감형이 되는 것에 대해 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피해자 입장에서 사람이 크게 다쳐 장애가 생겼거나 사망에 이르렀거나 했는데 심신미약으로 감형이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나 싶어서. 하지만 저자가 어린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얘기한 초원이와 지킬 앤 하이드의 사례를 보면서 심신미약도 필요 불가결한 면이 있구나 싶었다. 또 한편으로는 사람이 만든 법의 한계를 느꼈다.
묻지마 폭행 같은 사람을 해친 기사를 봤을 때 나는 법이 강하게 그 사람을 처벌해 주길 바랬다. 그래야 치안이 좋아질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책을 읽고보니 막상 내 손에 그 사람을 처벌할 권한이 주어진다면 내가 강하게 그 사람의 처벌을 주장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법을 집행하는 사람의 어려움이 느껴졌다. 자신의 행동으로 누군가에게는 강한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마음의 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 작은 일면일 뿐이겠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피상적으로만 봤던 검사라는 직업에 대해 조금은 다른 눈으로 보게 해준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