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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집사의 일상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42
무라카미 리코 지음, 기미정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1월
평점 :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에서 자주 보곤했던 집사라는 존재! 사실 집사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만화 '흑집사'랑 영화 '남아있는 나날'이다. 흑집사는 내게 집사라는 직업에 대해 멋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고 남아있는 나날은 집사라는 직업에 대해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그 외에 본 작품들에서도 자주 본 직업임에도 사실 작품들을 통해 피상적으로만 집사라는 직업을 알고 있었을 뿐 현실에서는 이미 없는 직업이니만큼 집사라는 직업에 대해 잘 몰랐다. 생각해보면 현실에 있는 직업들도 내가 경험해보지 못하면 잘 모르는 법인데 현재 이미 사라진 직업에 대해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나.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그런데 알고보니 트리비아 북스에서 17년도에 영국 집사의 일상이라는 집사에 대한 내용이 담긴 책을 이미 낸 것이었다. 약간의 호기심만 가지고 있던 집사라는 직업에 대해 책이 있다는 걸 알고나니 더 궁금해져서 읽어보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집사를 생각하면 서민출신의 사용인 중에서 최고 자리에 올라간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17세기 이전 중세시대 관리인은 반드시 신사 가문 출신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나 일하던 집의 아가씨와 결혼해 성을 보유한 영주님으로 신분 상승하기도 했다고 하니 중세시대만 하더라도 집사라는 직업이 주인과 신분격차가 적은 직업이었구나 싶었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신사 가문출신의 사용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대신 그 빈자리를 메우듯 집사의 지위가 상승했다고 하니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가문출신의 사용인이 사라진 게 나쁜일은 아닌 것 같다. 그만큼 서민출신 사용인들에게 기회가 좀 더 주어졌다고 볼 수도 있을테니까.
600년 전까지만 해도 서민 출신 집사는 주류와 식기를 담당하는 중간 관리직이었지만 20세기에 이르러 와인과 은식기를 관리하는 점은 계승하면서도 식사 시중과 접객, 인사관리, 회계까지 담당하는 중요한 지위에 서게된다. 아마도 내가 그동안 영화나 책을 통해 갖고있던 집사의 이미지는 19세기 20세기의 집사의 모습에 가까웠을 것 같다. 주인을 보필하면서 저택 총 관리를 맡고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도 있는.
실내에서 일하는 남성 사용인들은 보이직부터 경력을 쌓았는데 이 보이직도 종류가 많았다. 홀보이, 나이프 보이, 부트보이, 램프 보이 등 맡은 일에 따라 불렀는데 나이프 손질이나 구두닦이, 램프손질이 사용인 중에서도 가장 말단이 맡는 일이었다고 한다. 아마 대귀족이거나 저택이 아주 클 경우 이렇게 일자리가 세분화 되었겠지만 램프를 맡는 직종이 따로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대저택의 경우 램프보이가 램프를 다 관리를 못할 것 같은 날에는 잡부나 집사가 보내준 하인이 도와주기도 했다니 귀족들의 저택은 유지비가 도대체 얼마나 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사의 지위에는 외모도 영향을 미쳤는데 1900년대 초 에릭혼이라는 집사는 키가 175에서 멈추는 바람에 왕실 집사가 되겠다는 야망을 포기했다고 하니 참 옛날이나 지금이나 외모에 따른 차별은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얼마전 유튜브에서 외모가 그 사람이 일에 있어서도 더 전문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인기가 높았던 가사 지침서에 상류 레이디가 하인을 고를 때 외적 요소를 보고 뽑는 것을 지적하는 글이 있었다고 하니 상류 레이디들도 하인을 고를 때 이왕이면 잘생긴 사람을 뽑았었나 보다.
읽다보니 예전에 본 기생충이라는 영화도 생각이 났다. 기생충의 부잣집 사모님도 아는 사람을 통해 일하는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데 과거 귀족들도 시종이란 자신의 사생활을 모두 맡기는 존재인 만큼 친척이나 친구를 통해 소개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의 몸값을 계속 올리고 순조롭게 이직을 하려면 시종으로서 평판관리도 잘해야 했다는 건데 이건 사실 요즘 직장인들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심지어 올빼미족이라 아침에 주인을 깨우지 못해 해고당한 시종얘기에서는 빵 터졌다. 영화에서 봤을 땐 이런 시종이 있으면 매질을 하거나 처벌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깔끔하게 해고라니. 그동안 너무 영화를 많이 봤나.
시종 중에서는 가장 높은 직급이지만 어쨌든 급여를 받고 일하는 사용인이었다는 점에서 요즘의 직장인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도 많아서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고보니 이젠 집사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업무에 치이고 진급으로 급여를 올리려는 직장인이 떠오른다. 영화나 책에서 보곤 했던 집사의 삶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