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마두 쿰바의 옛이야기 - 세네갈 월로프족의 민담과 설화로 만나는 서아프리카 구전문학
비라고 디오프 지음, 선영아 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2월
평점 :
어린시절 잠들기 전 부모님은 내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셨었는데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듣던 시기가 끝나고 나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져서 한동안 서점 매대에서 신화 책을 보는 재미에 빠졌었다. 살면서 가장 처음 읽고 푹 빠졌던 책이 그리스 로마 신화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신화나 설화 책을 좋아하고 종종 읽는 편인데 이번에는 드물게도 아프리카 구전문학 책을 접해보게 되었다.

책의 저자인 비라고 디오프는 1906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세네갈 근교에서 태어나 수의사로 살다가 2차 세계대전에 강제 징집되는 등 꽤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 와중에 고향땅을 그리워했던 비라고 디오프는 그리오인 아마두 쿰바에게 들은 이야기를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자신의 문장을 보태 동화집으로 펴낸다.
그리오는 이야기꾼, 가수, 계보학자, 구전으로만 전통을 알고있는 자를 가리키는 말로 아프리카의 프랑스령 식민지에서 사용하던 용어다.
세네갈 윌로프족의 민담과 설화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은 마지막까지 어린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는 투로 문장을 이어나간다. 덕분에 꼭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민담과 설화들은 천일야화가 생각나는 이야기도 있었고, 오! 할만큼 지혜롭게 느껴진 이야기도 있었고, 익숙한 교훈을 담은 듯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를 꼽아보자면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이야기인 어떤 판결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뎀바라는 남자의 수박밭을 원숭이들이 서리하면서 문제가 시작되는데 뎀바는 수박밭이 엉망이 된 것을 알고 분노하게 된다. 그 상태로 집에 간 뎀바는 아내 쿰바에게 화풀이를 하면서 소리지르고, 두들겨 패다가 이혼하자면서 처가로 돌아가라고 한다.
쿰바를 주저없이 친정으로 돌아갔고 뎀바는 쿰바가 곧 돌아오리라 생각했지만 쿰바는 돌아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젊고 예쁜 쿰바에게는 새로운 구혼자가 줄을 섰고, 소박맞은 쿰바를 안쓰럽게 생각한 친정 가족들은 쿰바를 따뜻하게 돌봐준다. 굳이 자기 기분나쁘다고 때린 남편하게 돌아갈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뎀바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가 아쉬워졌고 결국 아내를 되찾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쿰바는 돌아가려 하지 않고 남편이 이혼하자고 한거라고 주장했고, 뎀바는 이혼하자고 한 적이 없다며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판결을 위해 이마을 저마을을 떠도는 데 결말이 기가막히다. 아주 통쾌하고 깔끔하다.
말실수를 안하면 너무너무 좋겠지만 참 말을 잘한다는 게 어렵다는 것과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하되 감정질을 하지는 않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끼는 와중이라 그런지 이 이야기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아프리카의 설화는 처음 읽어봤지만 짧은 이야기들이어서 재미있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옛날 이야기들 하는 듯한 어투 덕분에 더 친숙하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민담이나 설화를 재미있게 읽은 분이라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