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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빠진 세계사 - 전염병, 위생, 화장실, 목욕탕에 담긴 세계사와 문화 이야기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3
이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역사를 잘 몰라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본 충격적이고 지저분한 역사이야기를 보면 기억에 잘 남는 경험이 하나쯤은 다들 있지 않을까? 예를들면 중세에는 마땅한 마취기술이 없어서 환자를 묶어놓고 얼마나 빨리 수술을 끝내느냐가 의사의 능력이었다는 얘기나 중세 유럽에서는 화수처리 시설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모아놓은 똥오줌을 창밖으로 막 버렸다던가 하는 얘기들 말이다.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모두 인터넷에서 예전에 봤던 글들인데 웃기기도 하고 충격적인 얘기라 기억에 남았다.
이 책의 저자 이영숙 작가도 수업시간에 애들이 똥오줌에 관련된 지저분한 역사 얘기를 해주면 재미있어 하는 걸 보고 이 책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청결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역사라니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역사에 입문하기에 좋은 책일 것 같아 읽어보기로 했다.
질병, 의학, 위생, 미용, 생활, 예술, 산업,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지저분한 역사 이야기들은 웃기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했다.
놀랍게도 인터넷에서 봤던 창밖으로 오물을 쏟아버렸다는 내용이 책에서 나왔다. 그게 사실이었다니. 길가다 오물을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었다는 데 그 사람은 진짜 어떤 기분이었을지 생각만해도 오싹하다.
중세에는 치아관리도 안됐는데 특히 비싼 설탕을 접하기 쉬운 왕이나 귀족들의 치아상태가 매우 안좋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치료방법은 그냥 이빨을 뽑는 식이라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한들 조잡한 틀니를 착용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하니 역시 건강이 제일이구나 싶다.
오줌에 대해서는 예전에 티비에서 건강을 위해 자기가 싼 오줌을 마시는 남자를 본적이 있다. 그게 방송용으로 연기를 한 건지 아니면 진짜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손에 닿아도 기분이 안좋은 오줌을 마시다니 충격적이라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고대 로마인은 놀랍게도 오줌을 구강세정제로 썼다고 한다. 특히 오래 묵혀서 고약한 악취가 나는 걸 사용했다고. 놀랍게도 무려 오줌으로 치아관리를 하는 건 18세기까지 이어졌다는데 그럼 옛날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입에서 오줌 냄새가 났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들어진 게 1600년대쯤이라고 하니까 그럼 걔네가 대화할 때도 사실 입에서는 오줌 냄새가 났다는 건가.
이외에도 책에는 수많은 지저분한 것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술술 읽을 수 있었고, 하나같이 상상 이상이고 충격적이라 기억에 아주 잘 남는 역사서였다. 가볍게 읽을만한 재미있는 역사서를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