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 심리치료는 과연 내담자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가?
로버트 U. 아케렛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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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인 로버트 아케렛은 예순 여섯살을 맞아 한가지 질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나에게 심리치료를 받은 내담자들은 어떻게 살고있을까? 이 의문에 사로잡힌 로버트 아케렛은 30년전의 내담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보기로 한다.


보통 심리학 책들을 읽었을 때는 상담실 안의 이야기에서 끝나곤 했는데 상담이 끝나고 30년뒤 내담자들의 삶을 확인하러 찾아가는 치료사라니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가 만난 5명의 환자들은 하나같이 병명도 심상치가 않다.

자기를 스페인 백작부인이라고 생각한 여자 나오미, 북극곰을 사랑한 남자 찰스, 가학피학성애 공상에 시달리는 남자 세스,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 여자 메리, 작품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작가 사샤까지 저런 병을 안고도 사회에서 살아갈 수가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드는 병명들이었다.

놀랍게도 그의 내담자들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정신병을 직면하고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사회 안에서 한명의 성인으로서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며 씩씩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감동적이었다. 게다가 로버트 아케렛은 본인의 환자였던 사람들을 만나며 스스로의 상처까지도 치유받았다.

나는 내담자들과 로버트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삶에 공감하기도 가슴 아파하기도 했고, 동시에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나의 상처까지도 치유받는 것 같았다. 스스로의 아픔에서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삶을 살아내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위로가 되었다.

자신의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웃는 로버트의 모습은 정신병이 쉬쉬해야 할 무언가가 아닌 그저 다른 몸의 질병들처럼 인간의 삶에 있어 하나의 질병일 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했다.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사회의 기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스스로도 어찌하지 못할 상처들로 정신병을 갖게 되었다고 해도 그들은 도망치지 않고 삶을 살아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졌고 그들의 삶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타인의 눈에는 비정상적으로 보일지라도 그들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걸 알게되니 과거엔 절대 이해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사람의 삶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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