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갱년기다
박수현 지음 / 바람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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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게 된 건 엄마의 갱년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엄마는 꽤나 긴 시간 갱년기를 앓았고 지금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사실 엄마가 갱년기로 힘들어 한다는 건 알았지만 갱년기가 눈에 띄게 뭔가 질병처럼 보이는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라 사실 크게 느끼지 못하고 지나간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고보니 엄마는 나름대로 갱년기를 앓으면서 이겨내려고 자기만의 싸움을 해왔겠구나 싶어 미안해졌다. 책을 읽고보니 내 생각보다도 갱년기 증상이라는 게 꽤 심각해 보였으니까.

자율신경계가 무너져서 직접적으로 몸으로 오는 괴로움부터 심적으로 오는 우울감과 예민함까지 몸과 마음 모두가 힘든게 이 갱년기라는 거였다. 그런 걸 10년이나 앓았으니 엄마도 참 힘들었을텐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엄마가 갑자기 화를 낸다거나 이유없이 짜증을 낸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받아주지 못하고 엄마에게 화를 내기도 했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너무 미안한 일이다.

책은 크게 갱년기를 진단받은 얘기부터 갱년기의 증상, 갱년기 극복기 그리고 갱년기를 겪은 여성들의 인터뷰로 되어있다. 갱년기를 진단받은 얘기부터 증상을 볼 때는 이렇게 힘든데 왜 아직도 제대로 된 약이 개발이 안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여져서 일까. 알고보면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인생에 있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40대에 찾아오는 게 갱년기인데 왜 이런 중요한 신체적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더 다양하지 못한지 아쉽다. 호르몬제는 부작용을 겪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다양하고 효과좋은 약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호르몬제를 먹지는 않고 다른 방법들로 갱년기를 극복해 나갔는데 견과류 먹기부터 운동, 명상까지 지금 갱년기를 앓고 있다면 하나씩 따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약을 먹는 게 아니라면 효과가 없을지언정 부작용이 있진 않을테니까. 물론 그렇더라도 의사에게 자신이 지금 갱년기를 극복하려고 뭘 하고 있는지는 꼬박꼬박 검진을 받으며 얘기해야 겠지만.

마지막 인터뷰 부분에서는 갱년기에 대해 6명의 여성이 나누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갱년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부분이었는데 한 여성이 갱년기를 히스테리컬로 보고 자기가 화를 내거나 하면 '또 시작이네'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우리 엄마 갱년기네' 하고 받아들여 주면서 따뜻하게 얘기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 또한 그랬던 적이 있기에 마음이 아팠다. 엄마도 인터뷰 속 여성처럼 내 태도를 보고 마음아파 했겠지. 내가 이 책을 읽고 얻은 건 갱년기라는 게 내 생각보다 힘든 것임을 이해하게 됐고 엄마가 앞으로 갑작스럽게 짜증을 내거나 하더라도 갱년기구나 하고 받아들여줘야 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거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기를 참 잘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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