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아시나요?

초콜릿 ㅣ 창해ABC북 1
카트린 코도롭스키, 에르베 로베르 지음 / 창해 / 2000년 9월

지난 해 가을에서 겨울을 지나던 시기였던가? 한때, 초콜렛에 열광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한없이 달콤하고, 사르르 녹아드는 느낌이 그 시절만큼 좋았던 적이 없었던 듯하다. 그 때부터 초콜렛에 대한 나의 관심은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초콜렛과 관련된 모든 것으로 확장되어 나갔다.

유난히 쌀쌀했던 날, 여전히 허전한 느낌을 어쩔 수 없어 담배에 중독된 사람처럼, 초콜렛을 하나 사들고 서점으로 종종 걸음을 향했다. 달콤한, 초콜렛색의, 커피색의 표지, '초콜렛'이라는 제목의 작은 책이 눈에 번쩍 들어왔음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내내 서서 책을 읽어내려갔는데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지는 것이었다. 사실, 초콜렛을 먹는 것밖에 몰랐던 나는, 항상 그것을 먹으면서도, 단순히 '달콤한 어떤 것'이라는 것 이상으로 알 수 없음에 대해서 묘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던 듯하다. 한마디로 초콜렛의 존재에 대해서 정말 무지하기 그지없었다고나 할까..초콜렛을 가만히 보고있자면, 초콜렛의 어두컴컴한 색처럼 그것의 존재를 어딘가 모르게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것은 내가 초콜렛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에 대해 무지한 내가 과연 초콜렛에 미쳐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는 순간 나는 정말 다크 초콜렛이 서서히 화이트 초콜렛으로 변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초콜렛의 기원에서부터 역사, 초콜렛의 종류, 추출하는 법, 응용요리, 먹는 것 이외에 초콜렛이 쓰이는 용도, 그리고 그것의 모양을 만드는 틀 하나하나까지... 그 책에 실려있는 풍부한 삽화와 방대한 그림들은 이제껏 내가 보아왔던 책들과는 정말 달랐다. 값만 비싸게 부르는 그런, collection류의 책들과는 질이 틀리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음은 물론이거니와, 이 책만 완벽하게 읽는다면, 초콜렛에 관한 한 박사 소리는 들을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였음은 물론이다.

흔히 우리는 단순히, 초콜렛을 먹는 것으로 시작해서 먹는 것으로 끝내버리는 데. 알고보면 초콜렛에도 묘한 매력이 있으며, 묘한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 초콜렛을 먹으면 피로가 풀리고, 두뇌회전이 잘 된다는 둥, 초콜렛도 예전에는 그 색으로 인해서 커피와 같이 '마녀'처럼 취급되었다는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데에까지.. 참으로 초콜렛에 관해서 더 깊이있게. 더 생생하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이제는 여름이 지나, 초콜렛의 마법에서 벗어났지만 지금도 예전 추운 겨울날, 커피에 초콜렛을 녹여 마시면서 이 책을 보던 기억이 난다. 내가 왜 그렇게 초콜렛에 열광을 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 책으로 인해서 초콜렛에 대해서 더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의 본질을 알고 나면 그 전에 느꼈던 환상들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초콜렛은 점점 나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그러나, 내게 있어 이 책은 그 때의 그 따스하고 달콤하고 나른한 초콜렛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느낌으로 남아있다.

누구나 알고 있고 들은 적이 있는 내용을 멋지게 포장하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남인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7월

결론은 '실패'였다.

내가 왜 이 책을 샀을까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모두들 처세서를 통해 알고 있고 흔히 들어온 것들. 말랑말랑한 내용들.

혹시나 하면서도 샀지만, 결론은 '차라리 빌려 볼 걸'이었다.

 

'이기적으로 살아야 된다. 착한 여자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라는 류의 책들.

현실적으로 살아야 된다고 외치는 여느 책들과 다르지 않지만, 

20대를 정확하게 공략하여 맛좋게 향신료를 첨가했다고나 할까.

한번 보고 나면 '아~~'하겠지만, 세 번 이상은 읽어볼까?

글쎄다.

 

여성, 그것도 20대는 30살 이전에는 뭔가 사랑이든, 결혼이든, 직장이든,

나름대로 뭔가를 이루어놓아야만 할 것 같은 절박한 느낌을 가진 세대들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한 것은 많았지만,

빌려볼 지언정 소장해야 겠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정말로 자신을 '명품'으로 만들고 싶다면,

앞날을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하게, 잘 보낼 수 있을지  시간관리라든지,  대화의 기술이라든지, 인간관계를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내용의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요즘 출판계는 다 이런가....라는 생각뿐이었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자기가 착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실지 '착한'여자는 결국 바보같은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약게 살아라. . 티내지 말고 약게 살아라. 하지만 착한 척하라'라고 외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무엇인가.

자기가 남들에게 많이 베풀고 나서도 손해보는 삶을 살고 있는 건지 확인시키는 내용밖에 되지 않았다.

 

 

예전에 필자의 이 책과 같은

---다시 말하자면 이 책에서 '현명하게 잘 사는' 여자로 인정하고 있고, 또 그렇게 살라고 종용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후배를 하나 알고 있다.

우선 보기에 그녀는? 글쎄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보더라도 '성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필자가 비판하고 있는 '착한' 삶을 사는 여자도 아니고 필자가 강조하는 삶을 살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우선 눈에 보이게 그렇게 잘 사는 것이 결코 '제대로 된'삶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누가 보더라도 '제대로' 살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서 말한다.

'저러다 결국엔 주변에 아무도 없지.'라고.

약은 여자는 아무리 착한 척을 해도 결국은 본성을 알게 되어 있다. '아무리 싹싹하게 착하게 행동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착한 여자는 아무리 약게 살려고 노력해도 결국 돌아오게 되어 있다.

자기가 착하게 사는 것이 바보짓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착하게 사는 게 남들보다 느리게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약게, 발 빠르게 사는 게 좋은 것이 아니라,  얼마나 '바르게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 사회에서 '바르게'간다고 해서 알아주는 이가 있을까? 바르게 가봤자 남는 게 있을까?"라고 반문할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판단은 독자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니..

 

여기저기서 여성을 위한 처세술의 총 다이제스트판인 이 책에 빠져들고 있었는가?

아하..내 삶은 정말 바보같았구나..라고 생각하였는가??

두 번, 세 번, 열 번 이상 읽고 있다고??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 과연 이런 책이 1위를 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건지..

아니, 보지 않아도 훤하다.

이 책을 통해 세상 보는 눈이 트였다고??

이 책을 읽고 나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착각하지 말기를.

그렇다면 틀림없이 당신은 이 책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며,

읽고 나서의 삶도 지금과 같을 것이다.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합니다.'라는 말에 반대한다.

엽기 조선풍속사 - 조선.조선인이 살아가는 진풍경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2월

'역사'라고 하면 중,고등학교 때 책이 닳도록 외운 기억밖에 나지 않으니

역사와 관련된 책이라면 손사래 치는 나이다.

딱딱하고 지루한, 실제적인 삶이 어땠는지 알 수 없는 역사책의 내용들,

왠지 아주 대단한 인물이 아니면 나올 수 조차 없는..

소외된 듯한 느낌.

'역사'라는 과목은 그렇게 내 기억에 남아있다.

한 때 광고에 그런 말이 있었지 않은가.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합니다.'라는 냉정한 광고문.

아마 그 1등만을 다룬 것이 역사책이 아닌가 싶다.

 

한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큰 업적을 세우지 못한다면 이 책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하겠구나..'라고

실제로 우리가 역사책에서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한 건'해서 지금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큰 업적을 세우지 못한 평민들, 

'민초'- 풀뿌리라는 초라해 보이는 비유들(김수영의 시를 읽어보면 좀 덜 초라해 보인다만)로 일컬어 지는

그들의 생각과 삶의 모습들은 어떠했을까.

역사에 참여할 기회가 요만큼도 없었던 '불쌍한, 혹은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소소한, 미시적인 역사의 단면들을 다룬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 나는 반갑다.

내가 바로 그 미시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며,

거대한 사회에서 1등이 아니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할 것이라는 서글픔에 대한 반항에서랄까.

 

예전에 조선의 풍속사에 관해 다룬 책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둘 다 재미있게 다루었는데 조선의 뒷골목~은 고증에 더 철저한, 역사를 추적해 나간 느낌이고

 이 책은 더 '리얼'하게 다룬 것 같다.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어서 일단은 지루한 감이 적다.

 

시간이 지나 어느 순간엔가 역사책에 지금 이 순간들이 기록에 남겠지.

하지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먼 훗날에 나와 같이 '창해의 모래알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그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 본다. ^^

나는 나를 사랑한다

따귀 맞은 영혼 -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장현숙 옮김 / 궁리 / 2002년 7월

얼마전부터 나는 심리학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김형경 작가의 '사람 풍경'에 이어 신간 '천 개의 공감' 또한 읽어 보았는데

요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관심도 늘어난데다

내 자신 또한 마음이 많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자각한 데도 이유가 있었다.

그 병은 잠잠하다가도 상황이 안 좋아질 때, 날씨가 꿀꿀할 때,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언제부터 인가 무기력증과 불면증, 자괴감, 의욕 상실 등이 나타났고

어떨 때는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떄로는 과거에 나를 아프게 했던 말들, 사람들이 하나하나 떠올라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요즘에는 정신병원이 소위 '미친' 사람들만 가는 곳이 아니라 현대인의 90%가 하나씩의 정신병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가야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정말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다.

 

 

따귀 맞은 영혼...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원래 원 텍스트의 제목은 이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는데  번역을 하면서 바꾼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대다수의 상처들은 외적인 폭력보다는 내적으로 가해지는 폭력--

즉 마음의 상처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특히 그것을 훌훌 털어버릴 수 없는 나처럼 소심한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그 상처는 치명적인 것이리라.

나 자신 또한 20대 초반에 겪은 일, 사람 때문에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것이 마음의 응어리로 남아

참 많이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 책은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많은 환자들을 대하면서 겪은 사례들을 들어 조곤조곤 상처의 원인과 극복 할 수 있는 방향들을 알려 주고 있다.

게슈탈트 심리학에 관한 말은 최근에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연구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음 속의 상처를 끄집어 내는 것은 참 힘들고 괴로운 일이긴 하지만,

그 상처를 양지로 끄집어 내서 치유함으로써 앞으로의 내 인생을 좀더 낫게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나은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정신 내부에 남아있는 잔재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응어리가 맺혀 혼자서 괴로워하고 끙끙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읽어보시를....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아마 그 말을, 그 행동을 잊고 있겠지만

정작 나는 그 상처를 버리지 못하고 계속 되새기면서 혼자 괴로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 자신과 지금의 나 자신의 연속성을 끊어내는 건 자학이 아니라 반성과 용서다.

과거의 일 때문에 상처받고 혼자서 울고 있다면, 과거의 나를 철저히 버리도록 하자.

CF에 나오는 말 "나는 나를 사랑한다."라는 말이 어떻게 보면 참 흔한 말이고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최근에 그 말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왜 과거의 일-그들에게는 사소한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것들-에 혼자 상처받고 있어야 하는가.

그 누구도 나에게 상처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신념의 마력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 - 노먼 빈센트 필의 자기 긍정 성공학
노먼 빈센트 필 지음, 노지양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2월

매일 1챕터씩 꾸준히 읽으면서 이미지 컨트롤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류는 너무 식상하고,

틀에 박힌 내용들을 소개한 것들이라 왠만해서는 사지 않는 편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일화소개라든지, 뻔한 이야기들, 인터넷에서 떠도는 훈훈한 이야기들을 짜깁기 해놓은 수준에 불과한 내용으로 책 한 권을 만들다니, 완전 사기다~~!!)

그런데 왠지 이 책은 그런 느낌은 덜 들었다.

아무래도 내용만 소개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저자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예들은 저자의 주변인들이나 경험담 등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 그리 식상한 것 같지 않아서 자기계발류를 싫어하는 나도 좋아하게 되었다.

읽을 땐 나도 모르게 왠지 힘이 나는 것 같았고, 좋은 귀절에는 빨간 줄을 쳐 놓기도 했다.

자기계발류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읽을 때는 좋다가도 읽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효과가 사라져 버리고 다시 원상복귀되는 것.

하지만 이 책은 다시 원상복귀되는 타이밍이 좀 길어지는 것 같다. ^^;;

노먼 빈센트 필의 책들은 다 비슷비슷한 내용같으니, 이 책 한권만 보더라도 다른 책은 사지 않아도 될 듯하다.

힘을 얻고 싶을 때, 왠지 무기력할 때 읽으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