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1등만을 기억합니다.'라는 말에 반대한다.

엽기 조선풍속사 - 조선.조선인이 살아가는 진풍경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2월

'역사'라고 하면 중,고등학교 때 책이 닳도록 외운 기억밖에 나지 않으니

역사와 관련된 책이라면 손사래 치는 나이다.

딱딱하고 지루한, 실제적인 삶이 어땠는지 알 수 없는 역사책의 내용들,

왠지 아주 대단한 인물이 아니면 나올 수 조차 없는..

소외된 듯한 느낌.

'역사'라는 과목은 그렇게 내 기억에 남아있다.

한 때 광고에 그런 말이 있었지 않은가.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합니다.'라는 냉정한 광고문.

아마 그 1등만을 다룬 것이 역사책이 아닌가 싶다.

 

한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큰 업적을 세우지 못한다면 이 책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하겠구나..'라고

실제로 우리가 역사책에서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한 건'해서 지금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큰 업적을 세우지 못한 평민들, 

'민초'- 풀뿌리라는 초라해 보이는 비유들(김수영의 시를 읽어보면 좀 덜 초라해 보인다만)로 일컬어 지는

그들의 생각과 삶의 모습들은 어떠했을까.

역사에 참여할 기회가 요만큼도 없었던 '불쌍한, 혹은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소소한, 미시적인 역사의 단면들을 다룬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 나는 반갑다.

내가 바로 그 미시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며,

거대한 사회에서 1등이 아니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할 것이라는 서글픔에 대한 반항에서랄까.

 

예전에 조선의 풍속사에 관해 다룬 책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둘 다 재미있게 다루었는데 조선의 뒷골목~은 고증에 더 철저한, 역사를 추적해 나간 느낌이고

 이 책은 더 '리얼'하게 다룬 것 같다.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어서 일단은 지루한 감이 적다.

 

시간이 지나 어느 순간엔가 역사책에 지금 이 순간들이 기록에 남겠지.

하지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먼 훗날에 나와 같이 '창해의 모래알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그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