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나는 아빠를 사랑해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1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트레이시 도클레이 그림, 김난령 옮김 / 열린어린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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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your Energy

모 정유회사 광고 카피다. I 라는 단어 대신 안 여자 아이가 웃고 서 있다. 이 책을 읽은 감동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인지 이 광고 카피가 유별나다. 사실 이 광고 카피는 이 책에 훨씬 더 잘 어울린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아빠!” 하면서 달려오는 아이들을 안아줄 때, 한 나절의 헤어짐도 아쉬운 것처럼 하루일과를 쉴새 없이 전해줄 때, 어느새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 아이들을 키우는 순간순간이 우리에게 행복과 살아가는 힘을 준다. 하지만 언 듯 언 듯 이런 행복감 이면에 묘한 불안감이 고개를 들 때도 있다. 이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할텐데, 만일 내가 아프기라도 하면은 어떡하지, 실직이라도 당한다면...! 이런 불안감들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정말 실직당했다. 내가 아니라. 이 책의 주인공인 라모나의 아빠가 실직하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렇다고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갚아야할 대출금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게다가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의 두 아이가 쳐다보고 있는데 실직당한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가족의 위기를 막내인 라모나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고 라모나가 그 위기에서 어떻게 예전의 가족의 행복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지를 보여 준다. 라모나가 벌이는 사건들은 어른 시각에선 다소 엉뚱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처럼 라모나의 시선으로 본다면 아빠와 가족을 사랑하는 딸의 진실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이 책의 시공간을 초월해 우리 가까운 이웃들이 겪을 수 있는 사건들처럼 느껴진다. 독자들은 이 가족이 겪는 불행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라모나의 다소 엉뚱하지만 진실한 행동들을 통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덮은 후 내가 아이들을 키운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을 특히 딸을 키우는 부모님들이라면 이 책은 그 분들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라모나의 동네에 크리스마스가 온 것처럼 우리 마을에도 크리스마스가 온다. 이 책을 선물로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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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니 2010-02-02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네여
 
나의 삼촌 에밀리 열린어린이 그림책 23
제인 욜런 지음, 최인자 옮김, 낸시 카펜터 그림 / 열린어린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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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친구

시인은 별종이다. 어떻게 죽은 벌과 시를 선물로 보낼 수 있을까? 시인의 친구가 아니라면 적지 않게 당황하리라.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암호나. 심지어 모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을 이 친구는 무슨 소중한 보물처럼 손수건에 감싸 보관한다. 이쯤 되면 이 친구도 별종의 조카쯤 되는 게 아닐까? 아! 맞다. 이 책의 주인공이 바로 시인의 조카이자 친구이다. 길버트는 에밀리 디킨스의 조카다.
은둔 시인인 에밀리 디킨스는 조카인 길버트에게 죽은 벌과 시 한 편을 선생님에게 가져다 주라는 부탁을 한다. 이 시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의지한 조카는 선생님에게 선물을 배달하고, 선생님은 그 시인의 시를 아이들에게 읽어 준다. 아직 시인의 친구가 아닌 아이들은 그 시를 이해하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들 중 한 명이 에밀리 디킨스를 조롱했다. 이에 격분한 길버트는 그와 한 바탕 싸움을 하게 된다. 한쪽 다리를 다친 길버트는 집에 돌아온다. 다리를 다친 이유를 묻는 가족에게 길버트는 차마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의지하는 에밀리 앞에서 진실을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책 앞부분에 있는 에밀리 디킨스의 시처럼 하루의 진실은 서서히 광채를 발하고, 그 과정을 통해 두 주인공은 서로를 보다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길버트가 시인의 친구인 것은 그가 에밀리 디킨스의 시를 이해해서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벌과 시를 잊는 은유의 끈을 연결하는 건 다소 훈련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길버트가 시인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그 시인을 가까이에서 보고 대화하고 산책하는 과정에서 시인의 시각으로 바라 본 세상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일 것이다. 비록 짧게 짧게 스치는 경험이겠지만 그 시인의 시선이 얼마나 행복하고 충만한지 길버트가 느끼기엔 충분했으리라. 그렇게 시인을 사랑한 길버트는 비록 시인의 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시를 신뢰했고 그 시가 그에게 다가 오기를 기다릴 수 있었다.
시인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시를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 모든 시인의 친구가 평론가들은 아니지 않는가! 시인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의 시를 느끼고 자신의 삶에서 그의 시가 말하도록 시에게 마음을 열어 두는 과정이다. 그 중 어떤 시가 우리를 잡고 흔들 때 우리는 시인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여기 시인과 그의 멋진 친구를 소개한다, 에밀리 디킨스와 길버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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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손가락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8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열린어린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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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손가락 빨갛게 달아 오르고 있거든, 조심해” 이 책을 읽고 우리 집 애들이 떠드는 소리다. 마치 이 책 주인공처럼 손가락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위협(?)하는 모습은 귀엽기도 하지만 우습기도 하다. 책 전체가 애니메이션처럼 살아 있어 이 책을 읽은 여운이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남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내'가 화가 날 때는 손가락에서 요술 광선이 나온다. 그 광선은 오리를 사냥하는 그레그씨 가족을 오리로 변하게도 하고 아이들을 함부로 야단치는 선생님을 고양이 얼굴로 만들어 버린다. 어른들은 이 책의 내용이 다소 비현실적이고 단순한 이야기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다시 꼼꼼히 읽어 본다면 우리 어른들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들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 책이 그렇지만 이야기의 비현실성이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책을 보면서 아이들의 비현실적인 현실 감각을 비웃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른들의 단순한 생각이다. 이 책의 주인공을 흉내내는 이제 초등 2학년인 우리 딸아이에게 "이 책의 내용은 거짓말이야. 사람은 이런 요술을 부릴 수 없어“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을 듣고 딸아이는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그건 나도 알아. 아마 이 책을 읽은 모든 아이들은 다 알 걸, 우린 재미있어서 이렇게 노는 거야“ 라고 답했다. 이 대답을 듣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듯 비현실적인게 아니라 오히려 어른들 보다 현실 적일 수 도 있겠 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설적으로 비현실적인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현실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욕망을 구체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현실적인 욕망은 그들의 이런 비현실적인 놀이를 통해 더 강화된다. 그레그 씨가족이 불쌍한 오리를 총으로 사냥할 때 아이들은 그 불합리함을 극복하는 이 책의 내용(비현실적인 내용)에 공감하면서 오리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현실을 절실히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주인공의 손가락이 작동하는 원리는 분노할 때이다. 분노는 일반적인 어른들에게는 금기시되는 감정이다. 어른들에게 분노는 폭력이나 불행과 가까운 것 같다. 한데 이 책의 주인공은 분노를 정반대로 사용한다. 오히려 주인공의 분노의 손가락은 폭언이나 폭력을 끊고, 사냥 등의 죽음을 막으니 말이다. 분노가 이렇게 긍정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어른들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상담 심리학에선 분노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분노를 무조적 억압해야하는 본성으로 다루지 않는다. 분노는 인간의 중요한 본성이고 이 본성과 인간은 더불어 살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모든 본성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통제하고 조절하는지가 중요한 심리학의 주제로 취급받고 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겐 너무나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흥미위주의 책만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요소 이외에도 아이들과 같이 대화할 많은 중요한 주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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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괜찮아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6
E. L. 코닉스버그 지음, 김영선 옮김, 김종민 그림 / 열린어린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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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디에도 달라도 괜찮다는 말은 없다. 그 의미를 암시하는 구절도 없다. 다만 아이들 4명이 일상에서(비록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겪은 소소한 갈등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극복 과정에도 어떤 과장된 계기가 있지 않다.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과정에서 혹은 가까운 어른들(부모나 할머니 선생님 정도)과의 대화 속에서 4명의 아이들은 자기들에게 닥친 문제나 의문을 풀어나간다.

 그런데 이 아이들에게 닥친 문제나 의문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겪는 일들이다. 독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 말하기 좋아하는 할머니, 뚱뚱한 친구들이나 피부색이 다르다고 놀리는 아이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기실 이 책의 주인공들만이 이런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런 갈등을 겪는다. 이런 갈등은 우리 어른이 잘 이해하진 못하지만 아주 심각한 것일 수도 있다. 이 갈등을 합리적으로 극복하는 정답은 뭘까?

 이 책의 제목에 있다. 달라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것이다.

 이 책 어디에도 달라도 괜찮다는 말은 없지만 이 책을 덮은 후 이 책의 제목이 얼마나 적절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달라도 괜찮다는 것은 어떤 개념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갈등을 해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세상과 대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체화해야 할 주제를 일상적인 사건에서 담백하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이 책의 다섯 번째 주인공은 이 책을 읽는 독자인 아이들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 아이들도 세상과 대화하는 기본적인 원칙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편견을 배제하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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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학교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4
아비 지음, 김난령 옮김 / 열린어린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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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초등학교 교사인 제 마누라 어린 시절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배경은 미국 엘프 밸리(우리나라 말로 ‘사슴골’쯤 될까?)라는 곳이 아니라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전기가 들어 온 충남 홍성의 시골마을이겠지요. 전교생이 20명 정도라고 했으니, 이 책 8명 보다는 많군요. 그 시골마을에서도 집사람이 초등학교 2학년때 잠시 선생님이 안 계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아이들처럼 ‘조단’ 같은 완고한 학교 이사장을 속이기 위해 비밀선생님을 세워 비밀학교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교육열은 남다르잖아요. 마을 사람들이 교육청에 사정해 곧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은 제 마누라의 어린 시절이야기만 닮았을까요? 아니죠. 생각해 보면 예전에 시골엔 많은 분교들이 있었잖아요. 그 작은 분교마다 이 책의 아이들과 같은 아이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안계시고, 더군다나 나는 졸업반인데 이번에 졸업 못하면 고등학교 입학은 물 건너가 결국 내가 그토록 희망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은 불가능해지는 이 책 주인공인 ‘이다 비디슨’의 상황을 요즘 아이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제 마누라처럼 10리나 되는 먼 시골 분교를 걸어다니고, 방과 후 집안 일이나 농사일을 거들었고, 교과서나 교복을 언니에게 물려받아 입는 게 당연했던 그 시골 분교 마을의 가난을 요즘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왜, 우리 아이들이 이런 상황들을 이해해야 하는 지를 물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 답변은  이 책의 주인공 이다의 단짝인 ‘톰’이 해주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언젠가 우리 삼촌이 말했어. 만약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싶은데, 두려운 생각이 들지 않으면, 그건 진짜로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아니라고”  이다가 자신의 꿈을 위해 열네살의 어린 학생나이에 학교 선생님이 되어 학교를 유지해 가겠다고 결심하지만 두려움을 느껴 망설이고 있을 때 톰이 해준 말입니다.  우리 시골 분교 마을의 어린아이들이 도시라는 낯선 곳으로 들어섰을 때도 이런 두려움이 있었겠지요. 그 두려움을 이기신 몇몇 분들은 우리 사회의 지도가가 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의 새로운 세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 새로운 세계를 향해 두려움을 이기고 나갈 용기를 주기 위해 우린 우리 어린 시절의 어려웠던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고 이 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디딜 용기를 주는 이야기가 따스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지금은 사라진 시골 마을 분교 앞에서 왜 집사람이 자꾸 서성거렸는지, 비밀같은 그 사연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집사람이 ‘이다’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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