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촌 에밀리 열린어린이 그림책 23
제인 욜런 지음, 최인자 옮김, 낸시 카펜터 그림 / 열린어린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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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친구

시인은 별종이다. 어떻게 죽은 벌과 시를 선물로 보낼 수 있을까? 시인의 친구가 아니라면 적지 않게 당황하리라.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암호나. 심지어 모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을 이 친구는 무슨 소중한 보물처럼 손수건에 감싸 보관한다. 이쯤 되면 이 친구도 별종의 조카쯤 되는 게 아닐까? 아! 맞다. 이 책의 주인공이 바로 시인의 조카이자 친구이다. 길버트는 에밀리 디킨스의 조카다.
은둔 시인인 에밀리 디킨스는 조카인 길버트에게 죽은 벌과 시 한 편을 선생님에게 가져다 주라는 부탁을 한다. 이 시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의지한 조카는 선생님에게 선물을 배달하고, 선생님은 그 시인의 시를 아이들에게 읽어 준다. 아직 시인의 친구가 아닌 아이들은 그 시를 이해하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들 중 한 명이 에밀리 디킨스를 조롱했다. 이에 격분한 길버트는 그와 한 바탕 싸움을 하게 된다. 한쪽 다리를 다친 길버트는 집에 돌아온다. 다리를 다친 이유를 묻는 가족에게 길버트는 차마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고 의지하는 에밀리 앞에서 진실을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책 앞부분에 있는 에밀리 디킨스의 시처럼 하루의 진실은 서서히 광채를 발하고, 그 과정을 통해 두 주인공은 서로를 보다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길버트가 시인의 친구인 것은 그가 에밀리 디킨스의 시를 이해해서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벌과 시를 잊는 은유의 끈을 연결하는 건 다소 훈련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길버트가 시인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그 시인을 가까이에서 보고 대화하고 산책하는 과정에서 시인의 시각으로 바라 본 세상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일 것이다. 비록 짧게 짧게 스치는 경험이겠지만 그 시인의 시선이 얼마나 행복하고 충만한지 길버트가 느끼기엔 충분했으리라. 그렇게 시인을 사랑한 길버트는 비록 시인의 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시를 신뢰했고 그 시가 그에게 다가 오기를 기다릴 수 있었다.
시인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시를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 모든 시인의 친구가 평론가들은 아니지 않는가! 시인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의 시를 느끼고 자신의 삶에서 그의 시가 말하도록 시에게 마음을 열어 두는 과정이다. 그 중 어떤 시가 우리를 잡고 흔들 때 우리는 시인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여기 시인과 그의 멋진 친구를 소개한다, 에밀리 디킨스와 길버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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