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풍경
신경림 지음 / 문이당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림의 산문집 < 바람의 풍경 >을 읽고


역시 사 놓고 조금 읽다가  끝까지 안 읽었던 책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내친 김에 읽기로 하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독서는 한 번 빠지면 계속 하게 된다. 한꺼번에. 어제 밤엔 읽는 것이 재밌고 푹 빠져 밤 2시가 넘도록 읽었다.  어제는 진짜 신경림 시인의 그 이력 같은 산문을 접하면서 그 시대의 문학인들은 지식인들은 그렇게 살아왔구나 하는 걸 새삼스레 느꼈다. 실제로 겪은 일들을,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문예지에 발표한 것들을 묶어서 낸 산문집이었다. 어려서부터 90년대 후반까지의 삶이 씌어져 있었다.

 

암울하고 가난한 시절의 이야기, 문학은 하고자하나 생계가 어렵고 마땅한 직업도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시피 산 세월, 가난에 술과 친구, 문학이 있었을 뿐이었다. 문제없이 무난하게 직장생활을 성실히 착실히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과외를 하다가도 얼마 못 가 술에 빠져 살고 떠돌아다니고 기복이 참 심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런 그 주변엔 그만 그만한 문학 동료들이 있어서 어려울 땐 서로 돕고 이야기 상대가 되어 정신적인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그렇게 어려운 세월을 보내며 살았다. 문학 때문에  방황을 하고 문학 때문에 살고 문학 때문에 끌려 다니기도 하고 참 많은 세월을 살았다 싶다. 많은 이야기가 있다. 가만히 편히 앉아서 시를 쓸 수는 없는 세상이었다. 물살에 쓸리듯 바람에 나부끼듯 시류에 이리밀리고 저리 밀리면서도 문학을 끝내 놓지 않아 이름 난 시인이 된 것이다.

 

그런 삶의 밑바탕이 있었기에 그런 시들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해가 갔다. 시는 그냥 나오지 않았다. 삶의 가장 아픈 데서부터 나왔던 것이다. 절절한 삶을 살고 난 후에 아픈 시들이 나왔다. 그러고 보면 천성이 시인이었다. 타고난 재주, 끼, 그런 것들이 어울려 시인을 만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 이곳 저곳 시를 쓰러 여행을 다니며 토박이 사람들의 사연도 듣고 대화를 나누며 식숙도 한다. 그런 것들을 보며 시도 가만히 앉아서 쓰는 것이 다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찾아가서 사실을 확인하고 듣고 보고 해야 좋은 시가 나온다는 것을 깨닫았다.

 

그리고 시인은 문학인들과 계속된 등산을 통해 모임을 갖고 정보도 얻고 교제도 하였다고 했다. 시는 혼자서 쓰지만 혼자 문학을 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았다. 글을 쓰는 사람은 늘 깨어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혼자가 되어서는 안되고 세상을 바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 될 것이다. 문학인들과 계속 유대관계를 갖고 글을 써야 겠다. 그래야만 나아갈 방향을 알고 좋은 길도 모색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문학인들이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세상에서 마음놓고 글을 쓰는 시대, 시대를 바꿀 수 있는 그런 글을 써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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