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
강진아 지음 / 민음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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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아 작가님 신간이 나오면 바로 사서 읽는다. 그간 읽은 책 중 가장 속도가 빠르게 읽고있다. 너무 재밌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호아’라는 딸의 이름은 책에서 수없이 등장하는데 또다른 주인공인 엄마의 이름은 ‘여자’로 등장한다. 이름이 왜 없을까 내가 놓친걸까 물음표가 계속 달리는데도 다시 읽기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궁금함, 무서움, 알 것 같은 마음까지 많은 감정들이 오가며 앞으로 계속 내닫는 소설.

무서워 질때마다 이건 소설이라고 현실과 띄어쓰기를 해보려 해도 묘하게 현실과 닮아있는 게 더 무섭다. 맞지. 이야기가 아무리 무서워도 현실이 더 무섭지. 날 선 관찰력까지 빛나는 소설.. 너무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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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타라 납치사건
데이비드 I. 커처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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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858년 6월 볼로냐. 유대인 상인 모몰로 모르타라의 집에 교황청 헌병대가 들이닥쳐 여섯 살 난 아들 에드가르도를 연행한다. 그 이유는 부모도 모르는 사이, 아이가 세례를 받아 기독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교회법에 근거해 기독교인은 유대인 가정에서 자랄 수 없으므로 아이를 데려간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되찾기 위해 싸우기 시작하고, 이 일은 점차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1

1858년 6월, 헌병대는 모르타라 집의 문을 두드리고 가족의 이름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불안해하고, 헌병대는 이후 아들 에드가르도를 데려간다. 순식간에 집은 "눈물과 고난의 극장"(26) 이 된다. 

<모르타라 납치사건은> 아들 에드가르도를 납치하는 시퀀스부터 보여준다. 개인의 자유의지와는 별개로 나라에서 가족을 파국으로 모는 무자비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교황을 둘러싼 한 시대의 불만은 이미 폭주한 상태이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의 권위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공포로 권력을 이어가는 것을 우리는 살면서 여러차례 목격하지 않았나. 소설은 놓치지 않고 한 가정에서 시작한 비극이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교황에 대한 사회적인 불만을 이야기로 계속 쌓아간다. 정치권 내에서의 대립,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대립을 보여주면서.


이 소설은 방대한 페이지를 가지고 있지만, 시각적으로 화려한 문체를 가지고 있기에 끝까지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를 테면, '자색 대례복 차림의 비알 레프 렐라는 위압적인 인상이었다. 키가 크고 늘씬한 그는 지성이 묻어나는 눈빛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을 냉정함과 늘 남을 의식해 품위를 잃지 않는 침착함이 엿보였다. 이마가 넓고 얼굴은 갸름했다. 옷차림도 철저히 신경 쓴 티가 났다. 필요할 때는 자애로운 미소를 보였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비알 레프 렐라가 소리 내어 웃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55) 


단 네 줄의 문장으로 한 인물의 역사와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놀랍다. 



2

이 소설은 한 가정에서 시작한 비극이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독자들이 가까이할 수 있는 간절한 상황 설명도 놓치지 않는다. 아래 글들은 읽다가 눈물이 났던 구절이라 따로 메모해 놓았다.


'모몰로는, 비록 자신이 당한 일과 무섭도록 유사하다는 건 아직 알아 채지 못했지만, 또 다른 레조 지역 사례도 알고 있었다.. (중략).. 경찰이 사포리 나를 데려가고 며칠 후 레조의 유대인 공동체는 슬픔으로 제정신이 아닌 아이아버지를 대신해 총독 앞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는 이렇게 시작했다. "가난 하지만 정직한 사람, 모세의 율법을 철저히 지키지만 동시에 가톨릭교가 천명한 원칙도 충분히 존중해온 사람 아브람은 일곱 자녀를 두는 축복을 받았고 그중 첫째 아들이 이제 겨우 열 번째 생일을 맞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실하게 살아가는 자를 상대로 좌절과 눈물을 안겨줄 심각한 중상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73)


'눈물 어린 증언을 언급했다. 그 여자의 진술에 대해서는 굳이 이러쿵저러쿵할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아시는지 모르나 그 여자가 겨우 열넷 아니면 열다섯 살일 때 생후 십이 개월 내지 십사 개월 된 아기가 그 시기 흔히 앓지만 사망 위험은 없는 일종의 전염병에 걸린 것을 보고 양동이에서 우물물을 퍼다 뿌린 게 전부입니다.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의 중대성을 몰랐고, 그런 고로 그 행위는 가톨릭 교회가 요구하는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99)


'에드가르도는 끌려갈 당시 흐느껴 울며 엄마 아빠와 같이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고도 했습니다. 이동하는 내내 동행인에게 평소 목에 걸고 다니던 유대교 상징인 메주자를 돌려달라고 여러 번 사정했답니다.' (108)


가족들이 절대적 권력을 가진 교황에게 지속적으로 탄원서를 보내고, 에드가르도의 상황까지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아이, 가족,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회 안에서의 여러 가정들의 시점을 교차해 나가며 이야기한다. 특히 주인공 에르가르도가 헌병대에 잡혀간 순간부터 그 이후까지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글로 전하며 안타까움을 증폭시킨다. 




3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은 이야기 속에서 멜로드라마적인 봉합을 위안을 느끼기보다는 당연한 것을 당연히 누리기 위해서는 이렇게나 많은 눈물이 필요 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주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문체적으로나 사회적 사건으로도 소위 말해 영화 같은 이 이야기를 실제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옮겨질 다음이 진심으로 궁금하다. 약 600페이지 되는 엄청난 분량의 소설을 읽으며 온갖 감정과 많은 생각을 마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역사적으로 있었던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을 한 개인과 시대를 관통하며 쓴 작가에게 다시 한번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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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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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름밤, 나의 아름다운 도시, 어쩌면 너 때문에


라니. 낭만적 이데올로기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 소설을 읽지도 않고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 마치 얼굴만 보고는 사랑에 빠지듯. 최근 이래저래 핑계를 달고 연애를 하기를 멈춘(?) 나는 들뜨는 여름밤, 한강, 맥주로 이어지는 단어의 메타포들을 단 하나도 잇지 못하며 어쩔 줄 모르고 지내는 중이다. 여름밤과 함께 쿰척 거리는 심박수는 내 안에서 계속해서 연애하기를 호명했고, 불러도 이름 없는 빈자리는 치킨 혹은 4캔 만원 맥주로 번갈아 채워가며 대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1988년, 박상영 작가는 나와 동갑이다. 서론도 길고 서른도 아닌 나는 박상영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해야 할 일이 산더미 였을때 하지 않고 밤새 읽다 진짜 어마 무지하게 행복해졌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박상영 작가의 신간 <대도시의 사랑법> 서평을 신청하게 됐다. 다 읽고 나서 나는 약간 눈물이 났다. 클리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여름밤, 나의 아름다운 도시, 어쩌면 이 소설 때문에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됐다.



재희


커뮤니티 안에 있으면 누구나 시선을 쏟지만, 동시에 타인의 시선을 1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그녀, ‘재희’와 스무 살 무렵부터 함께 산 ‘영’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 <재희>. 첫 시퀀스는 결혼식 장면이었고, 마지막 시퀀스는 나의 눈물로 끝이 났다. 불문과 동기인 재희와 영은 과에서 아웃사이더의 노선을 어쩌다 밟기 시작했고, 둘이 만나 함께 살면서 가속이 더 붙었다. 그렇게 둘은 함께 살게 되었고 둘은 나란히 누워 이야기로, 대화로 20대의 모든 찬란한 순간들을 함께 공유했다.

재희가 거쳐간 파란만장한 연애의 모든 순간들을 읽으며 이질감이 없던 가장 큰 이유는 내 주변 혹은 회사의 어느 자리에서 들었던 모든 재희들이 나의 머릿속에서 디졸브가 되었기 때문이다. 20대의 어느 순간 나도 ‘재희’를 만난 적이 있고, 30대의 어느 순간 또 달라진 ‘재희’를 떠나보낸 적이 있다. 그래서 영이 재희를 보내고 냉동고를 열었을 때 나란히 놓인 블루베리와 말보로 레드를 보고 느꼈을 시큰함, 그 시리고 차가운 기분과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둘만의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블루베리와 말보로 레드. 이걸 어쩌나, 내가 영이라면 그대로 두고는 엉엉 울었을 것 같다. (아니다, 사진 찍어서 인스타에 올렸으려나 #블루베리, #말보로 레드 하고?) 찬란하지만 지질하고 그래서 아름다웠던 순간을 함께한 ‘재희’와 헤어져본 모두는 ‘영’ 일 것이다.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


영이는 여기서 많은 남자들을 만나고 헤어지지만, 진짜 이 지구에서 이별을 경험하게 하는 남자 친구는 K3가 유일하다. 헤어진다는 건 다시 못 본다는 전제를 디폴트로 하지만, 지구에서 떠나버리는 건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누군가와 매일매일 만나고 또 매일매일 헤어지는 영에게도 K3의 마지막 말은 자꾸만 휴대폰이라는 세계 안에서 찾게 되는 말이다. 영에게는 말이, 대화가 너무 중요하니까.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 이 대도시에서 다시 연결될 수 없는 K3가 너무 가깝고 동시에 또 너무 멀게 느껴지는 마지막 말이, 바로 휴대폰에 적힌 ‘문자 메시지’ 일 테니까. 엄지 손가락 2개로 소리도 안 나게 톡톡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던 누군가가 이 지구에 없다니. 같은 집에서 와이파이 비번도 없이 5G 데이터로 서로의 이야기를 쌓아가던 재희와의 이별 전에 한 차례 번호가 없어진, 혹은 있어도 대답 없을 K3와의 이별은 영이의 마음을 한 번쯤은 무너뜨렸을 것이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영이의 기억의 데이터를 다 가진 외장하드가 없어진 것이다. 우리의 도시에서는 누군가와 그렇게 이별하고, 또 그렇게 기억을 하고 있다.



“항상 나의 곁에 있어줘, 꼭 네게만 내 꿈을 맡기고 싶어.”


핑클의 노래도, 결혼식으로 집합되는 대학 동기들도, 지질한 내 민낯을 기억하는 사람도, 지구를 떠나버린 사람도, 재희의 얼굴을 한 수많은 친구들도 모두 그립다. 그러니까, 이 여름밤에, 이 소설 때문에 나는 다시 사랑을 믿고 또 하고 싶어 졌다.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면 이 노래를 코인 노래방에서 불러줘야겠다. 항상 나의 곁에 있어줘, 꼭 네게만 내 꿈을 맡기고 싶어,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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