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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거 사 줘! 까까똥꼬 시몽 22
스테파니 블레이크 지음, 김영신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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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꾸러기지만 귀여운,
못말리는 토끼 시몽과 에드몽!

이번 편은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간
시몽과 에드몽의 에피소드네요.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와 같이 장을 보면
장난감 코너를 어떻게 지나가나
한숨섞인 고민을 하셨을 거예요.

저 역시 육아책에서 조언한 대로
마트에 가기 전에
“우리는 절대 장난감을 사러 가는 게 아니다”
“우리가 마트에 가는 이유는 먹을 걸 사러 가기 위해서야”
“장난감 등 너를 위한 물건은 특별한 날에만 받을 수 있는 거야”
라고 계속 이야기를 했고요,
아이의 수긍을 받은 후에 출발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 그 욕망이 어딜 가나요.
아이는 끝없이 장난감 코너를 노리고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서
처음엔 떼를 쓰고 바닥에 누웠죠.

후일에는 구매는 하지 않더라도
구경만 하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하기까지 발전(?)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아들과의 그 실랑이가 싫어서
코로나 핑계를 대고는
온라인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벌써 마트 실랑이 전쟁을
한 지 몇 년째이지만
아들은 이제 사 달라고 떼쓰진 않아도
여전히 그 코너를 갈망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죠.

이번 까까똥꼬의 새 책인
<나, 이거 사 줘!>를 읽어보니
사고 싶은 마음이 끝없는 아이의 마음과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함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인 부모의 마음도
모두 헤아리는, 재미있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책을 읽어주기 전에
떼쓰기를 좀 실감나게 연습하고
읽어줘야했는데요
덕분에(?) 저희 아들은 아주 재미있어했네요.

사실, 이 까까똥꼬 시리즈는
제가 진즉에 재미있다고 알고 있던 책이예요.
다만 아들의 외면 역사가 있었....

30개월즈음이었던가
배변훈련을 한창 할 즈음
배변과 관련된 재미있는 책을 막 찾았습니다.
그 때 찾은 책이
까까똥꼬 시리즈의 <똥이 안 나와!> 였어요.

그 책을 발견하고 너무 좋아서
책을 사다가 신나게 읽어줬는데
좋아할 줄 알았던 아들이
책을 탁 덮더니 “이거 안 해” 했습니다.

똥 이야기가 나오면
자지러지고 좋아하던 때였기에
(지금도 그러하고요)
시몽의 상황에 공감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그 이후 꾹 참았죠.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보더니
다른 까까똥꼬 시리즈도 모두 읽겠다고 해서
저도 덩달아 신이 났네요.
아들이 좋아하는 책을 찾으면
왜 이리 신이 날까요? ^^

프랑스 작가 스테파니 블레이크의
인기 그림책 시리즈인 Simon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프랑스식 육아의 강단(?)을 확인했습니다.
거기다 책의 그림들은
간결하지만 정말 색감이 예쁘고요!
프랑스스럽다는 느낌이 확 옵니다.

예전에 파리 여행 갔을 때 봤던
몇 장면이 생각났네요.
특히 마트에서 아무리 아이가 떼를 써도
“난 내 길을 가련다” 며 시크한 표정으로
마트에서 음식을 천천히 고르던
프랑스 엄마들의 그 표정과 동작이
다시금 생각났습니다.

마트에 가서 욕망을 불태울 만한 나이의
모든 아이들에게
그리고 아이를 달래다 지친 모든 부모님들께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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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엄마를 위한 기적의 영어 육아 - 일찍 시작할수록 빨리 영어가 터진다
이성원 지음 / 길벗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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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영어에 대한 책을 쭉 읽어오면서, 가장 최근에 발간된 이 책 <보통 엄마를 위한 기적의 영어 육아>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기적의 영어 육아 연구소'를 운영하시는(동명의 네이버 카페도 운영중이신) 이성원님의 두번째 책입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이 저자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에 첫 저서에 대한 정확한 소개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노하우가 있는 분이라면 어째서 이제서야 책을 내셨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검색을 해 보니 이미 책을 내신 적이 있으시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최근에 쭉 읽은 엄마표영어 책들은 2017년 이후에 출간된 책이어서, 이 분의 첫 저서 <기적의 영어 육아>를 읽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첫 저서의 부제는 '영어를 우리말처럼 하는' 이었는데, 이번 부제는 '보통 엄마를 위한' 으로 바뀌었습니다. 첫 저서를 제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책 안에서 다루신 내용들을 보니 이번 책은 최신 엄마표 영어 방법을 총 망라해 놓으신, 종합서 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어요. 저자분께서 아이에게 이중언어를 습득하게 하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 책이 다른 엄마표영어 육아서와 약간 다른 점은, '이중 언어 습득' 을 아주 조기에 시작하셨다는 점일 겁니다. 요즘 나온 책들의 경향은, 후천적으로 아이의 우리말이 자리잡힌 뒤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책들이 많은데요. 이 책은 그와는 방향이 좀 다릅니다. 자연스러운 영어 환경을 집 안에서 만들어 줄 수 있다면(이걸 다들 그렇게 어려워하지만요), 일찍 시작하는 게 더 좋다! 라는 것이죠.

그리고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의 육아관이 명확한 것이 책 안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겁니다. 책 서두부터 저자분은 어떻게 아들인 우성군을 만 1세가 되기 전부터 우리말과 영어 발화를 자연스레 하게 되도록 이끌게 되었는지, 자신이 겪은 경험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셨는데요. 그러면서 저자분은 책 안에서 '엄마표 영어' 라는 단어보다는 '영어 육아' 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셨어요.

저도 이건 다른 엄마표 영어 방법론, 경험 책들을 읽으며 느꼈던 것인데요. 엄마표 영어라고 사회에서 명명을 하긴 했지만, 엄마가 아이의 영어 습득을 이끌어준다는 것은, 결국 육아의 한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죠. 아이와 함께 영어를 즐겁게 하고, 영어 자료를 찾아보며 길을 이끌었을 뿐인데, 엄마의 영어도 자라고, 아이와의 관계는 너무나도 좋아졌다는... 결국 성공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결론은 이 육아 방법을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것인데, 이 책에서 결국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좋은데, 왜 안 하시나요? 라고 저자분은 질문을 던지시네요.


이 책은, 제 생각에 이런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임신을 준비하면서, 아이를 잘 키워야겠다 고민을 하는 엄마 아빠

2. 만 3세 이전, 아이에게 자연스런 이중 언어 습득을 해 주고 싶어 고민하는 엄마 아빠

이 책에도, 아이가 영어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시기가 꼭 만 3세 이전은 아니라고 언급되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전제는 있죠. 일단 모국어가 잘 자리를 잡아야 영어 익히기를 시작했을 때 일취월장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엄마표 영어 책들이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죠.

그러나 일단, 이 책은 저자분이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 새벽달님의 <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의 성공 케이스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언어학자 촘스키의 이론대로, 아이의 자연스런 모국어 습득 시기에 다른 언어를 함께 노출해주면, 두 언어를 전혀 헷갈려하지 않고 배울 수 있다는 그 이론 말입니다. 그래서 특히 돌 전 육아를 하시는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엄마표 영어 방법론의 총서와 비슷합니다. 지금까지 출간된 엄마표 영어 육아 관련 책들에서 다룬 내용들이 거의 빠짐없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영어 육아를 왜 해야 하는가의 당위성부터, 육아관을 소개해 주시면서 생각보다 쉽다고 독려도 해주시고요. 영어책을 읽어주다 보면 생기는 의문에 대한 답과 영어책 레벨 보는 법, 영어책을 어떻게 구하면 좋을지까지에 대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다 책에 정리해 두셨어요. 엄마표 영어를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만 두고 본다면 차근차근 안내되어 있는 안내서가 맞습니다.


다만 저처럼 중간에 엄마표 영어 하다가 좌절해서 다시 정신차린 경우에 이 책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참고해서 진행할 팁들은 많이 있지만, 엄마표 영어가 엄두가 나지 않는 - 다소 영어 노출이 늦은 아이의 자녀가 있는 집의 엄마라면, 이 책을 보았을 때 더 겁을 집어먹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최신 경향의 엄마표 영어 육아를 설명한 책인 만큼, 책 뿐만 아니라 DVD, 유튜브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소스들을 많이 소개해 줍니다. 잠수네 영어에서 사용하는 표현이었지만 이제 엄마표영어 하는 분들이라면 무슨 뜻인지 아는 '흘려듣기', '집중듣기'를 할 때의 팁이라던가 주의할 점도 콕콕 짚어 주셨는데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다만, 시리즈 책과 영상물 소개에서는 편집의 유려함을 위해서 이미지를 위에 배치하고, 해당 책이나 DVD 등의 설명은 아래에 몰아서 서술하셨는데, 저처럼 나이들어 아이 키우는 엄마에게는 ^^; 내용을 보기에 헷갈려서 좋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다른 책에서 소개되지 않은, 자연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면 특히 보고 읽으면 좋을 영어 소스들을 소개해 주신 게 좋았고요. 또 논픽션과 픽션의 자연스러운 균형을 맞추는 법이라던가 등등, 볼 팁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건 저자의 영어 육아가 현재도 진행형인지라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훨씬 요즘 자료로 소개되어 생동감있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엄마표 영어 책들을 보면, 성공기이기 때문에 엄마표 영어의 완성형인 과거의 경험이 소개되는지라, 요즘의 최신 동향이 반영되지 않은 책들도 있거든요. 육아라는 것도 방법론이다 보니, 아무래도 시절을 타는 특징도 있겠고요.

영어 육아의 실전 진행 방법에서는,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아서 저도 태그를 많이 붙여놓았어요. 듣기, 읽기, 영상물 활용, 그리고 나중에 쓰기까지 어떤 식으로 이끌어주었는지를 흐름으로 보고, 내 아이에게 적응할 부분이 뭔지는 한번 고민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엄마표 영어에 대한 니즈와는 맞지 않는 책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어 육아서라 생각합니다. 저자분께서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많은 분들의 엄마표 영어를 응원해주시고, 이끌어주시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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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고의 소방관!
톰마소 부르키에티 지음, 실비아 바론첼리 그림, 도담도담 옮김 / 키즈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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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선명하고, 소방관이 하는 일들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 아이의 흥미를 끌기에 좋았습니다. 다만, 중간에 나온 그림 중 소방관이 하는 일에 대한 이유를 .. 부모인 제가 봐도 아이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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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로드 4000km - 대한민국 100년,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 투어가이드
김종훈 외 지음 / 필로소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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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책을 펼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일제강점기 이후 현대사 부분은 잘 몰랐던 부끄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의 국사 시간은 어떠했던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대한 것도 대충 배웠고, 현대사 부분은 시험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도를 확 뛰어넘기도 일쑤여서 교과 내용도 다 소화하지 않았던 기억이었다. 그래서 관련 기사들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전문적인 글들을 보면서 스스로 공부한 적이 종종 있었다. 자료를 접하다 보면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나 싶었고, 현대사에 무지했던 내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외국 생활에서 알게 되는 다른 나라 사람들로부터 우리의 역사나 북한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는 곤란했다. 특히 한국전쟁이나 분단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뭐라 대답할지 난감해서 피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임시정부가 처음 틀을 잡고 성립될 시기부터, 독립운동을 전개하며 일제의 감시를 피해 이사다닐 수 밖에 없었던 그 여정을 찾아 떠났다는 오마이뉴스 기자 3명과 여행자 1명, 총 4명의 청년 이야기는 책의 첫 장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를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단지 글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역사의 장소를 찾아 떠나는, 온 몸으로 느끼는 역사여행이라니. 그런 멋진 기획을 실행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낸다.


§ 임정로드 4000km의 특징과 강점

이 책은 철저히 임시정부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을 경험하도록 기획된 책이다. 그래서 역사적인 장소를 '어떻게' 찾아가는지에 대한 설명에 책의 80% 이상을 할애했다. 특히 여행자의 편의를 생각하여 임정로드 지도를 만든 것, 자신들이 직접 임정로드 루트를 나누어 소개한 부분이 돋보인다. 현실적으로 이 책을 쓴 저자들처럼 16박 17일을 여행에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은 흔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 초반에는 여행 준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준비해야 할 것들과 꼭 빠지지 않고 챙겨야 하는 것들 등을 꼼꼼하게 정리해놓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 일정은 그들이 스스로 명명한 '임정로드' 라는 길을 가면서 다큐멘터리로도 제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촉박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과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4명 일행 중 중국어 통역을 겸하면서 여행에 참여한 최한솔씨가 있었지만, 나머지 3명은 중국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구글 지도를 사용하면서 길을 찾아가도 시행 착오가 많았다. 여행이라는 것은 또, 예상보다 많은 이야기가 있는 법이기에 그들의 좌충우돌한 상황에는 내 마음까지도 철렁하는 것 같았다.


§ 헛헛하고 답답한 마음들을 따라서

임정로드팀이 긴 여정을 마치고 난 소감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헛헛하다' 였을 것이다. 책 첫머리에도 그 단어를 쓸 정도였으니까. 임정로드팀은 장소를 찾아가는 데 있어 독립기념관 소장자료를 이용하여 주소를 확보, 그 주소를 구글 지도나 바이두에 입력하여 찾아다녔다. 그런데 예상외로 우리나라에서 확보한 자료들이 실제 위치와 맞지 않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여 고생을 많이 했다. 막상 찾아가면 잘 보존되어 있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장소도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오래도록 돌보지 않았는데, 중국이 나서서 해 줄리도 없는 상황. 국가가 나서서 하지 못하면, 일반 시민이라도 나서야 하는 것인가 하는 답답함이 저자의 문장 사이에서 떠돌았다. 그러기에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던 자취를 찾아 나서주기를, 그런 저자의 간절함이 책 곳곳에 배어 나온다.

여행 안내서가 이렇게 절절하게 다가올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만큼 나 역시, 모르고 지나친 장소가 많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관련 영화나 책을 읽으면 먹먹해졌던 마음은 이내 곧 사그러들기 일쑤였기에. 나는 그들을 기억하거나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생각 외로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곳은 바로 우리 옆이었다. 상해로 첫 여정을 떠나기 전, 저자가 들렀던 서울의 효창원과 경교장이 그렇고 식민지 역사 박물관이 그렇다. 이 책에선 다루지 않았지만, 서대문형무소도 그런 장소이고 이제는 싹 밀어버려 옛 자취를 찾을 길 없는 형무소 맞은편의 옥바라지 골목이 있었던 곳도 생각해보면 마음이 서늘해지는 장소다. 이런 장소들을 다시 일깨우는 기록을 실은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여행의 마무리는 의외로 일본에서 끝난다. 임시정부 이동 경로와는 다른, 윤봉길 의사의 마지막 자취를 찾아 떠난 일본 여행은 또 다른 먹먹함을 선사했다. 저자는 임시정부의 주축 인물이었던 사람들 중에서도 김구 선생에 집중했고, 독립운동에 있어 그 판도를 바꾼 일을 해낸 윤봉길 의사에 집중했다. 그래서 마지막 여행지는 일본의 오사카와 가나자와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여행간다고 하는 오사카에 윤봉길 의사가 구금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새로웠다. 그래서 혹시 다음번에 오사카에 가게 된다면, 저자의 바램대로 나 역시 오사카성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윤 의사를 기억해 보리라 다짐했다.

§ 이 책의 아쉬운 부분

이 책은 여행 안내서로 그 역할에는 충실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여럿 있다. 너무 아프고 힘든 우리의 과거사이자, 희생이 많았던 독립운동의 길을 생각해 볼 때 과거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안타깝고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할 일은 맞다. 그런데 저자는 그 마음 아픈 나머지 감정에 치우쳐서 역사적 사실을 분석적으로 소개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만 서술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예를 들어 효창원에 대해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가 만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는데, 저자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당시 관련 기사를 참고문헌으로 명시했다거나 자료를 덧붙였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김구 선생이 암살을 당했을 때의 일도, '어찌된 영문인지 진상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라고 명시할 것이 아니라, 안두희가 결국 법정에 서서 증언을 하게 되었을 때는 제대로 증언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적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이 책에 나와 있는 설명만으로는 방문 장소에 대한 감상을 느끼기에 정보가 적다. 지면의 한계상 장소에 대한 정보나 연관된 인물을 다 소개할 수 없었다면 자료라도 소개했어야 한다. 본문에 물론 <백범일지>나 정정화 여사가 쓰셨다는 <장강일기>, 님 웨일즈의 <김산의 아리랑> 등등 여러 자료나 책들이 언급되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함께 읽고 가야 할 책이나 자료를 따로 정리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공부하고 떠나면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여행의 팁으로 중국 여행이나 일본 여행에서 맛보면 좋을 음식과 장소를 소개한 것은 좋은데, 편집 위치가 적절치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한창 독립운동의 고단함과 안타까움에 젖어 있을 대목에서, 갑자기 맛집 이야기나 음식 이야기가 나와 개인적으로는 ...... 감상이 깨진 적도 있었다.


§ 결론은....

책을 덮고 나서, 며칠 이 책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임정로드에 대해 생각했다. 몇년 전 상하이에 스탑오버로 갔다가, 와이탄의 풍경을 보러 공항에서 나왔던 일을 떠올려 보았다. 그 때 와이탄의 불빛을 바라보며, 내 등 뒤로 펼쳐진 이국적인 조차지 풍경을 보면서 잠시 생각했었다. 여기가 그래도 외국인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장소였다면, 독립운동 하던 사람들도 여기를 왔다갔다 했을 지도 모르겠다고. 어딘가 한국과 관련된 장소가 있을 지도 모르잖아? 하고 말이다. 정말 스쳐지나가듯 생각했었더랬다. 그런데, 책을 보니 그 장소가 와이탄에서 별로 멀지 않았다는 것이 나에겐 좀 충격이었다. 조금 더 신경써서 둘러볼 걸 그랬나. 내가 지금 알게 된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상하이를 기억하는 느낌이 많이 달랐을 것이다.


임정로드를 떠난 청년들이 바라는 건 큰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다 허물어져 갈 것 같은 그 건물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 사람이 있었다고 표식 하나 달아주는 것. 이미 없어진 자취에 '여기 그 조직이 있었다' 는 기념석 하나 세우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독립운동을 했던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고, 우리만의 나라를 꿈꾸며 스러져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도 우리가 기억하고 알려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언젠가 그 마음을 간직한 채로, 16박 17일이라는 거창한 여행은 떠나지 못할지언정 - 중국 땅을 밟게 되면 임정로드를 일부라도 거쳐보리라 생각했다. 내가 기억하지 않으면, 누군가도 기억하지 못할 일인 우리 역사니까. 그리고 지금 이렇게 내가 살아 숨쉴 수 있는 것도, 그 때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알리기 위해 싸웠던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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