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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줄에서 통찰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시詩적 생각법'
황인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시를 읽지 않는
시대다.
우리나라 어떤 시인도 시작만으로
밥벌어먹고 살지 못한다. 교수직을 병행하거나, 다른 직업이 있다. 최고의 베스트 셀러 시인인 정호승시인조차 시만으로는 먹고 살지 못한다. 외국
어떤 나라처럼 시인들을 위해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상은 어려운 일인 거다.
문학에 관심이 많음에도 난 시를 읽지
않는다.
어떤 시는 마음에 와닿으며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시는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시의 맛을 조금이나마 알지만서도 어떤 일인지 일부러 찾아
읽지 않게 된다. 어떤 이는 시를 읽고 온몸에 전율을 느낀 경험을 했다거나, 눈물을 흘릴정도의 감격을 맛봤다거나, 일생을 두고 사랑하고 읽고
싶은 시가 있다거나 한다는데, 많은 시를 읽지 못해서인지 그런 경험을 해보지도 못했고, 공감도 가질 않는다.
소설가 조정래선생은 시인이 되지 못해
소설가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시인을 꿈꾸지 않고 처음부터 소설가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지망생은 좀 이상한거라 생각한다는 말까지 했다.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이해는 안되지만, 그만큼 문학에서 시가 중요하다는 뜻일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해본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이런 고민
때문이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 시에 대해 좀 알게 되려나? 이해력이 조금 높아지려나? 시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들을 읽어내는 것처럼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나아지려나?

내 예상섞인 기대는 전혀 맞지
않았다. 저자의 약력을 읽을때부터 그럴것이란 예감이 들었으나 이건 아예 잘못 짚었다.
저자는 문학박사학위를 따고 기자생활을
오래 해왔다. 퇴직 후 경기대 국문과에서 학부생과 대학원생드을 가르치며 시의 실용화를 강조했으며 '문학경영연구원'이라는 곳을 창업해 대표로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문학을 활용해
CEO와 직장인들에게 동기부여같은 것을 해주며 도움을 주고자, '저자 나름의 문학 실용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문학을 상업화한
거다.
굳이 문학까지 이렇게 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앞서 말했듯이 시만 써서 밥먹고 사는 사람은 없는데, 그럼에도 시인을 지망하는 사람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시와 먹고 사는 문제를
별개로 보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나야 시인이 아니기에 별 상관은 없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들
하지 않을까? 싶다는 거다. 안될것은 또 무엇이겠냐마는.
이 책도 한마디로 말하자면 '시를
활용한 자기계발서'쯤 되겠다.
듣다, 보다, 깨다, 엮다, 행하다
란 5가지 논점로 나뉘어 있고, 한 논점에서 또 몇개의 논점으로 나뉜다.
일단 시 한편을 소개한 뒤, 그 시를
해석하고 그에 걸맞을 만한 이야기나 기업혹은 기업인의 사례등이 이어진다. 흔히 그렇듯이 각종 심리학 연구결과가 소개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들을 소개하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자기계발서와 유사한데, 시 한편으로 시작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냥 자기계발서에 시를 하나 끼워넣은
것쯤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움이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시와 기업이라는 두가지를 문학박사답게
잘 연결지었다는 느낌이다.
시인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
통찰을 기업가들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설득력은 있다. 비록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른 형식이었지만 자기계발서로서는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알아야 할것은, (다 예상했지만
나만 못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자기계발서이지 문학입문서나 문학기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라는 거다. 이 책을 통해 시인들의
통찰력을 고스란히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미약하다.
하지만 직장인이나 기업가가 활용하거나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자기계발서로는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식상한 자기계발서에서 벗어난 독특한 맛도 있고,
소개되는 사례들도 흥미롭다.
참 좋은데 이제 관련 얘긴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갔으면 더 나았을거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