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망 공부법 - 세계가 모셔 가는 인재로 만들어주는
조승연 지음 / 나비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란 말 자체가 상당히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사람이 상당하다.

성적이 좋은 사람이나 적당한 사람이나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나 '공부'라는 그다지 어감이 좋지 않게 느껴지는 말이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책상앞에서 씨름한 사람에게는 지겨울 것이고, 그럴 근성이 없는 사람에게도 학교와 집에서 보내는 냉담한 시선 '공부 못하는 놈', '머리 나쁜 놈', '쓸모 없는 놈' 같은 독설과 냉담한 시선에 시달려야 한다. 학교에 다녀본 사람이면 누구나 예외는 없을 거다.

 

 

 

 

 

 

 

 

  저자는 어린시절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었다고 고백한다. 성적도 좋지 못했으며 온갖 괴롭힘을 당한나머지 노트에다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수없이 적곤 했었단다. 그러던 중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그곳에서도 자연히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으나, 007의 제임스본드같은 영국 신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공부에 마음을 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국 문화에 미쳐서 영어로 정형시를 쓰고 어려운 영국 고서들을 읽게 된다. 그 다음엔 프랑스 여학생에게 반해 프랑스 낭만주의에 빠져 공부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여러가지 연유로 공부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공부를 지겨워 하지 않고 즐겁게 놀이하듯 했다고 고백한다. 그 결과 그는 화려한 이력에 여러 국제적 기업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고, 음악도, 연애도, 미술도, 언어도, 놀이도, 참 잘하는 것도 많은 유능한 사람이 되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그물망 공부법이란, 하나의 분야를 공부하면서 여러가지 종합적인 지식을 함께 쌓아올릴 수 있는 종합적인 공부법이다. 그는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험은 실력을 평가하는 수단일 뿐인데, 그 자체에 집착하여 공부하는 것은 비 효율적이라는 거다. 영어를 잘하면 자연히 영어시험을 잘 보듯이. 토익공부 한번 안해본 저자가 만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영국문화에 심취하여 어려운 고서들을 술술 읽으며 작문까지 해낼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한시간도 책상앞에 앉아본 적이 없던 나였기에, 뒤늦게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을 때, 공부법에 대한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권의 책을 읽어 보았지만 저자가 이야기 하는 공부법은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독특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일단 저자에게는 '공부'라는 단어가 전혀 압박으로 다가 오지 않는 듯하다. 게임을 하면서도, 파티를 하면서도,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면서도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자세는 무척 놀랍다. 예를 들면 게임을 할 때 게임의 역사적 배경을 꿰뚫는 식이다. 영화를 볼때도 다른 사람은 그냥 보지만, 저자는 영화와 관련된 것들을 배워나가고, 기존의 지식과 연결한다. 지식과 지식을 그물망처럼 연결하여 즐거운 놀이처럼 하게 되는 거다.

 

  내가 연애를 시작한다고 하면"부모가 뭐 하는 사람이나? 그 여자는 뭐 하는 아이냐?"라고 묻는 대신, "남자가 멋있어 보이려면 여자한테 이러이러하게 해야 해"라고 말해주었다 (중략) 만약 내가 강원도 원주의 작은 사립 초등학교에서 서울의 공립학교로 전학해 적응 못 하고 매 맞고 다니며 매일 자실하고 싶다는 일기를 써댈 때 "원래 위대한 시인들은 다 중학교 때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썼단다"라고 말하는 대신 "얘가 짜증나게 왜 이래!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러니?" 하며 내 몸을 사납게 흔들어댔다면 나는 영영 펜을 꺽고 책도 들여다보지 않는 구제불능의 폐인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미국에서 현지 아이들이랑 빨리 친해져야 한다며 아직 운전 면허증도 없는 고 1학생 신분으로 무면허 운전을 하고, 옥수수밭에 버려진 트랙터를 친구 아버지의 엽총으로 쏘고 다니며 학점은 D를 받아왔을 때 "미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면 좋지. 그래야 영어가 빨리 늘지 않겠니?" 라고 하는 대신 "힘들게 미국까지 데려오니까 공부는 안 하고 그딴 짓이나 하면서 싸돌아다녀?" 하고 윽박질렀다면 나는 한국 친구들하고만 몰려다니며 한국 노래방을 전전하다가 적당히 혀 꼬부라진 영어 몇 마디 더 배워서 조기 귀국 했을 것이다. -231~2p中-

 

 

  저자가 이런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던 계기는 그가 자랑해 마지 않는 어머니때문이다. 아나운서 출신인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한번도 공부를 강요한 적이 없었고, 항상 그의 편이 되어주고 기다려 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닥달하고 일일히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부모와는 정 반대의 길을 걸어간 것이다. 그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그는 '공부'라는 단어에 거부감 대신 부모님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그물망 공부법은 딱 하나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인생과 주위 친구들의 사례등을 설명한 것을 읽어야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것이다. 굳이 여기서 몇가지로 단정지어 설명하고 싶지 않다. 궁금한 사람은 직접 읽어보는 것이 나을 거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 하는 방법 들 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공부'라는 단어에 갖게 되는 감정인것으로 읽힌다.

공부라는 단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 공부를 혼나지 않기 위해서, 좋은 대학에, 직장에 가기 위해서 하기 싫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해야 하는 고통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저자처럼 놀이로, 즐거움으로, 낭만으로, 사랑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공부를 왜 해야 하고 무엇으로 연결해야 인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를 심사숙고하는 자세, 정통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릴 줄 아는 눈을 기르는 것이 공부임을 인정하고 공부에 들어가야만 공부의 차원을 달리할 수 있다. -220p中-

 

 

  안철수도 어릴적엔 공부를 별로 잘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세기의 천재인 아인슈타인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릴때부터 미리 어린 학생들을 잘하는 놈 못하는 놈으로 정하고 분류해놓는다. 그런 기준을 통과한 아이들도 그리 행복하지 않은것 같다. 공부는 즐거운 것이 아니고 좋은 대학에 갈때까지, 좋은 직장에 갈때까지 참고 견뎌내야할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앞서 공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뒤늦게라도 진정 즐겁게 공부에 매진하게 만드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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