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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설득당하는가 - FBI에서 배우는 비즈니스 심리학
조 내버로 & 토니 시아라 포인터 지음, 장세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말을 능수능란하게 잘 하는 사람의 앞에서 거절을 하기란 쉽지 않다. 어렵게 거절을 해도 포기를 모르는 그들은 정말 끈질기기에, 원하지도 않은 계획에 없는 물건들을 구매하거나 계약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영 편치 않지만 이미 결정한 일을 번복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그 제품이 그나마 괜찮은 것이면 나으련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타는 속이란.
다음엔 절대 당하지 말아야지 하고 적개심을 가지지만 나도 모르게 또 당하고 만다. 그런 것이 두번 이상 되풀이 되면 그때는 자신의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해 오히려 자신을 설득하게 된다. '이거 필요해서 한거잖아, 안그래도 사게 될거잖아. 정말 좋은거라잖아'
몇 년전 보험을 가입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수입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금액의 보험을 가입하게 되었는데, 영업사원이 찾아온다는 말에 '와봤자 보험 안들겁니다' 라며 선전 포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때도 여지없이 이런 느낌은 찾아왔다. 그들의 말이 끈질기고 설득력 있기도 하면서도 그토록 애쓰는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겨버리기 때문에 비교적 양심적이었던, 혹은 그러고 싶었던 마음은 그걸 이기지 못하게 되는 거다. 나중에서야 보험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고 그 상품이 별 쓸모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으나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었다. 자연히 좀더 강력한 방어막을 형성하게 되었지만 또 언제 남의 설득에 넘어가버리게 될지 어떨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지경이기에 이 책의 제목에 끌릴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설득은 잘 당하면서도 반대의 경우엔 영 형편없는 이 상태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FBI에서 방첩 특수요원이자 감독관으로 25년동안 근무한 저자는 설득을 잘 하려면 어떻게 설득을 당하는가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즉 설득을 잘 하기 위한 지침서인 셈인데 난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고 설득을 당하지 않기 위한 기술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읽어 나갔다. 그러나 이 책은 생각과는 달리 화술에 중점을 맞춘 것이 아니고 '비언어', 언어가 아닌 몸짓과 제스처, 표정등을 분석하여 상대의 의중을 읽어내는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비언어에 대한 해석을 심리학에 근거해 설득력있게 이야기 하고 있다.
미드 멘탈리스트나 라이투미를 보면서 나도 제인이나 라이트만 박사처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것인가 생각하곤 했다. 셜록홈즈를 읽을때 느끼게 되는 독자의 반응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도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것 같다.
우리는 평소에 비언어의 영역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생활하기에 그것을 아는 사람에게는 당할 수 밖에 없다. 설득을 당했던 경험중에 그것을 잘 알고 있었던 사람도 있었는지는 전혀 염두해 두지도 않았었기에 잘 모르겠으나 보험회사등에서는 실지로 설득에 대한 비언어 행동에 관한 교육을 조금씩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언어가 뜻하는 행동해석은 그 수도 상당하고 복잡하여 헛갈리기 쉽다. 저자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연구끝에 비교적 간단하게 편안과 불안이라는 반응으로 분류하여 보다 쉽게 비언어의 요소를 해석하는 방법을 말한다. 상대의 반응이 편안한가 불안한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읽어보거나 대충 훑어본 각종 화술책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이 등장했으나 이 책은 좀더 진보해서 좀 더 세밀하고 본격적으로 그것들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설득능력이란 남을 설득하면서 내 이득을 위해 물건을 팔아먹거나 목적대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것이라면 안다고 해도 써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잠깐 영업에 몸담았을 적에도 그런 양심의 가책, 내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 같은 양심의 가책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내가 그리 착한 사람은 아닌데 그런것만은 정말이지 괴로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편견이 얼마나 단순한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상대를 파악하는 것으로 상대와 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즉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긍정적이고 좋은 방법으로 씌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심코 했던 나의 행동들이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이 의식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겠구나 하는 것들도 돌아볼 수 있던 점도 좋았다. 성격상 상대를 속이거나 설득하는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꼭 비지니스가 아니더라도 이 책의 내용은 실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여지가 많은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 정말 믿을 만한 사람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