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본 세계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클라우스 베르너 로보 지음, 송소민 옮김 / 알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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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음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저마다 다를테지만 나는 대략 세가지의 책들이 있다고 본다. 재미나 감동을 주는 책,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 세상을 보는 시야를 확장시켜 주는 책. 세번째에 해당되는 책은 모르던 세계에 발을 담근듯한 느낌이나 때론 충격을 주면서 더 알고 싶다는 욕구를 가져오게 만든다. 이 책이 세번째에 해당되는 책이다. 내가 까맣게 알지 못하고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 보고서도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것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성공한 기업으로 알려지며, 성공신화로까지 불리우는 스타벅스는 사람들에게 성공한 기업쯤으로 알려져있는 것이 전부다. 단한개의 작은 점포에서 출발하여 세계적인 성공을 이룬 빛나는 기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설립자 하워드 슐츠는 성공한 CEO로서 알려져 있고, 그와 그의 기업 스타벅스는 자기계발 강연등에서 자주 회자되는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대단하다며 칭송하지만 스타벅스가 아프리카등지에서 노동력 착취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거론하지 않는다. 알면서도 주목하지 않거나 모르는 것인데 전자일거란 생각이 든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아닌가? 그래서 난 데이트 할때 가끔 찾는 커피숍에 가더라도 스타벅스는 절대 안간다. 아무리 상대 여성이 간절히 원한다 해도.

 다수의 어린이를 포함한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종일 일하면서도 끼니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하워드 슐츠가 다국적 기업출신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얼마전에 본 다큐멘터리에서 이와 관련된 16살 소년의 이야기를 보았다. 총명한 머리에 공부도 상위권을 유지하던 아이는 아픈 엄마와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학교를 포기하고 커피농사를 짓는다. 정성들에 고산지에서 키운 커피는 그러나 하루 아침의 산사태로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아이는 눈물을 흘린다. 아이는 결국 그 어린나이에 이웃나라에 돈을 벌러 가기 위해 배를 타고, 그의 어린 14살짜리 동생이 형이 하던 커피농사를 대신하게 된다.

시크릿이라는 베스트 셀러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라도 마음먹은대로 부를 누릴 수가 있다고.

허나 그것은 거짓말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문자를 배울 기회조차 없이 노동이나 질병에 시달리다가 처참하게 죽어간다. 이런 아이들에게 기적이란 있을 수 없고 개천에서 용이 날 수가 없다. 그런 아이가 있다해도 로또 당첨되기 보다 어려운 확률일것이다.

 

  어쩔 수 없이 어린나이에 노동을 해야하는 아이들에게 스타벅스 같은 회사가 제대로 노동의 댓가를 치뤄준다면 이런일이 있을 것인가? 책에서 이야기 하는대로 글로벌화는 이런 거대 기업들이 심어놓은 착취의 구조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그러면 다른곳에대 팔면 되지 않느냐? 이런 단순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거대 기업이 심어놓은 구조가 뿌리깊이 박혀있으며 당장의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푼돈이라도 손에 쥐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거대 기업이 이런지경이니 너도 나도 같은 수법을 쓸것이 뻔하다. 또한 한 지역에서 임금을 올린다면 거대 기업들은 당장 다른 값싼 노동력을 찾을 것이고 판로가 막힌 사람들은 당장 굶을 수 밖에 없으므로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공정 무역이라고 카카오나 커피를 제값을 주고 산다고 선전하는 기업들은 과연 제대로 가격을 쳐줄것인가? 150원 주던것을 200원 올려주고 공정무역이라고 떠들며 정가를 올려놓고 소비자를 속이며 홍보효과까지 누리는지 모를일이다.

 

 

  콘체른은 여러 기업들이 경제적 단을 성을 위해 연합을 이룬 것을 가르키는 말이다. 글로벌화는 상품, 자본, 서비스의 국제 간 교환을 손쉽게 함으로써 다국적 콘체른의 형성을 촉진시켰다. 오늘날 여기에 속한 모든 기업들이 인건비가 낮은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하는 특권을 누리는데, 일반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는 인건비가 아주 낮다. 따라서 그런 나라에서는 무척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상품은 전 세계로 팔려 나가 높은 이익을 낸다. - 41p中-

 

 

  글로벌시대에 맞춰 자국에 있던 공장이 대거 중국등으로 진출하여 인건비를 낮추어 기업은 큰 이윤을 냈지만, 따지고 보면 소비자에게는 전혀 돌아오는 것이 없고 기업의 이윤만 극대화 시켰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중소기업은 저가로 대기업에 납품하느라 근로자에게 줄 돈이 없거나 혹은 있어도 주질 않는다.

기업의 이익이 높아지면 나라의 이익이 많아져서 경제가 발전한것 같지만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 삼성이나 현대가 매년 해외 수출 호조를 보이고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그들만의 호조이다. 있다면 우리나라 제품이 해외에서 잘나간다는 실생활과 무관한 자부심 정도?

 

  삼성은 이렇게 수출 호조를 보이면서도 편법 재산 상속을 했다. 해외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최소한 징역 10년 감인데 국민들은 순진하게도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얼토당토 않은 믿음을 가지고 이건희를 용서해줬다. 그것은 그러나 이건희가 교묘하게 자신과 삼성이라는 기업을 동일시한 전략적 조장에 넘어간 것이 다름아니다. 주식회사이며 국제적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 이건희 개인이 없다고 망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 오히려 돈세탁 과정에서 많은 개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부당이득을 챙긴 기업이 삼성이다.

게다가 삼성은 얼마전'더 퍼블릭 어워즈'에서 나쁜기업 세계 3위에 꼽히기도 했다. 대기업으로서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보호하거나 혹은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금지된 공장의 독성물질로 인해 최소한 140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그들 중 적어도 50명의 근로자들은 사망했고 분명한 근거가 있음에도 삼성은 자신들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발뺌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하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가, 동생이, 젊은 20대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죽어갔다고 생각해보라. 게다가 회사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돈몇푼으로 유족들에게 입막음을 하려고 든다고 생각해보라.

 


 
  다국적 콘체른들은 이런 착취를 세계 곳곳에서 벌이고 있다. 심지어 국가보다 더 큰 권력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각종 민영화사업의 음모도 이 책을 통해 대략 알 수 있었다.
 미국의 정치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잡고 있는데, 이들에게 정치자금을 대는 것이 바로 미국의 다국적 콘체른들이다. 그래서 대통령이라해도 이런 다국적 기업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세계무역기구나 세계은행, IMF도 이런 다국적 기업들의 자본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협상국에게 국가사업을 민영화 할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수돗물 민영화를 예로 들어 그것을 민영화한 어떤 나라에선 가격도 무척 오르고 물의 질도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민영화를 보라. 아마 이런 다국적 기업의 막대한 이익을 몹시 부러워한 최고 권력자께서 그들을 닮고 싶고 자신도 그런 기업을 소유하고 싶어서 각종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강력한 추정이 된다. 국가사업의 민영화는 전세계 어느곳 어떤항목도 국민들에게 이득이 된 예가 전혀 없다. 대신 각종 민영화 때문에 가격이 폭등하고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워한 예는 썩을 만큼 존재한다. 이래도 민영화가 국민에게 득이 된다는 정부의 말을 믿는가?
 
 
  기부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 빌게이츠 재단이 사실은 재단자산의 평균 수익만 지출될 뿐이고, 에이즈 퇴치를 위해 기부를 했지만, 에이즈 약품을 너무 비싸게 팔아 빈국의 환자들이 도저히 약을 살 수 없게 만드는 약품회사들에 투자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병주고 약준다는 말이 딱 알맞는 빌게이츠가 아닌가? 뻔뻔스럽게도 게이츠가 게이츠에게라는 책에서 자신의 기부와 선행을 자랑하기 까지 했다. 나도 이 책을 읽고 감탄했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어떤 이가 빌게이츠에게 공식적으로 '돈밖에 모르는 인간'이라는 발언을 했을때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이제 이해가 된다.
 
 
 
  특허권은 발명가나 개발자에게 20년 동안 본인만이 개발품을 상품화 할 수 있게 보장하는 권리다. 특허권에는 상품을 만드는 방법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알기 쉽게 문학에 빗대면 다음과 같다. 한 작가가 탐정소설에서 "정원사가 살인자다"라는 특정한 상황에 대해 특허를 신청한다. 그러면 다른 작가는 이 상황을 소설에 이용할 권리가 없다. 만일 "정원사가 살인자다"라는 상황을 이용하고 싶으면 소위 개발자인 작가에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어이없는 말로 들리는가? 실로 어이없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이것이 현실이다. -54p中
 
 각종 특허로 로얄티까지 벌어들이고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는 마유스의 '더블클릭' 같은 것에도 특허를 내는 유치함을 보이고 있다. 어떤 기업은 심지어 천연야생 식품에까지 특허를 낸단다.

 

 

  이 책을 읽으며 불행하고 운이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건강한 가족이 있고 밥세끼 꼬박꼬박 힘들이지 않고 챙겨먹을 수 있고 몸을 뉘일 집이 있지 않은가? 세계 인구의 절반이 2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하루를 먹고 살아야 하며 매일 10만명이 굶어 죽는 충격적인 현실, 그중의 4분의 1이 어린이인 현실에서 나는 혜택받은 사람이라고 아니할 수 없지 않은가? 10억명이 지낼 거처가 없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으며 의료혜택도 못받고 교육을 받지 못해 글을 읽지 못한다.

 

  세계의 절반이상이 이런 현실에 있고 3초에 한명꼴로 어린이가 죽어간다고 해서 우리도 그렇게 살자라는 유치한 소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현실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며 나쁜 기업들을 질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큰 관심이나 큰 공부를 해야 하는 것처럼 귀찮거나 힘든일도 아니다.

단지 이런 책하나 읽거나 그것도 귀찮다면 이런 현실을 대략이라도 알고 약간의 관심, 담배몇개피 필 시간정도의 작은 시간이라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직접 나서서 도와주지 않더라도 작은 관심과 나쁜 기업에 대한 질책의 여론이라도 형성하는데 힘을 보탠다면 많은 개선이 이루어 지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읽어 봤으면 하는 책이다. 책의 내용이 까다롭거나 어려울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알아야할 흥미롭고 충격적인 사실들을 어렵지 않은 이야기로 전달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들어 읽은 책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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