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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의 개념사회 - 바른 언론인의 눈으로 본 불편한 대한민국
신경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네티즌들 사이에서 개념앵커로 통했다는 신경민 전 앵커.
어느날 민주 통합당의 대변인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저 사람 낯이 익다는 정도의 느낌만 받았을 뿐 이름도 잘 모르는 존재였다.
그에 대해 별 다른 관심도 없었고 정치판에 들어서서 홍보를 겸한 책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섰지만 제목이 마음에 들어 목차와 책소개를 읽었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책이다. 사실 우리사회가 개념이 좀 많이 없지 않은가.
책은 예상밖의 좋은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방송인 출신 답게 격양되지 않은 논조로 차분하게, 그러나 할말은 다 하고 있다. 읽으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고, 배운것들도 많았다. 정치를 시작한 다른 사람들의 책처럼 자신의 삶아온 삶을 중점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책일줄 알았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토끼몰이 식으로 사람과 자리를 빗질하는 경우가 횡행하고 있다. 빗질의 한쪽에는 스스로 걸어 나가는 자진사퇴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조직의 ㅆ느맛을 보여주는 교체 결정이 있다. 물론 양쪽 방식 사이에는 수많은 변종이 존재한다.
나는 2009년 4월 지상파 방송의 메인 앵커에서 빗질을 당했다. 내가 겪은 방식은 교체 결정이었다. 정연주 KBS 전 사장도 교체 결정을 당한 경우로, 그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과격한 방법으로 당했다. 가동 가능한 공적.사적 조직과 어처구니없는 방법이 총동원돼 그를 빗질했고 결국 기소와 민형사 재판까지 갔다. -97 中
우리나라에 여전히 뿌리깊게 박혀 있는 지역감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호남 출신 앵커로서 그가 받았던 불이익을 거론하지만 단지 그런것에 대한 투정이나 불만이 아닌, 그로 인해 벌어지는 수 많은 불합리한 문제들을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냉전시대가 끝난지 오래지만 미소양국의 전략적 거점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에만 유독 이념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세력을 형성하고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란걸 책은 확인시켜준다. 소련이 무너지고 중국이 신흥강국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존재로 커 나가고 있고, 미국은 해군기지를 세움으로서 제주도를 거점으로 이용하려한다. 대서양과 태평양의 제해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해군력이 전세계를 합친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예로부터 역사적으로 바다의 통제권을 쥐고 있는 나라가 강대국으로(영국)부상했고, 우리나라는 대륙의 진입로에 있기에 거점지역으로 삼기에 좋은 것이다. 이런 이론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의 학자들이 분석한 내용이다.
이런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은 반대를 하고, 기득권 세력은 어떻게든 강행해 나가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헤침으로서 국가 안보라는 이름하에 강대국의 세력싸움에 거점으로 이용당하는 사태는 한번으로 충분할터인데. 남이나 북이나 강대국에 휩쓸리고 이용당하며 헤메는것은 여전한것 같다.

저자는 호남 사람과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빨갱이로 몰리고 있음을 지적한다. 인터넷 댓글이나 트위터에서 정부를 비판하다가 빨갱이로 몰려본사람 많을것이다. 나 또한 경북출신, 소위 TK임에도 불구하고 전라도 사람이나 빨갱이로 매도당한적이 많기에 그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알것같다. 능력이 있어도 호남 출신이면 요직에 앉지 못하는게 현실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경상도 출신이 오랫동안 최고권력의 위치에 군림했기 때문인것인지 그 지겨운 흐름은 현재에도 여전하다. 그도 그럴것이 학연 지연 따져서 줄을 세운다음에 말을 듣는 사람을 요직에 앉히는 일이 되물림되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지역감정과 학연의 비리가 이정도까지 뿌리깊게 박혀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차별을 하고 냉대를 한다. 많이 배워서 똑똑하신 머리들을 그런데다 죄다 쓰나 싶을 정도다.
'우리가 남이가?'는 식의 하나의 차별과 불합리는 또 다른 차별과 불합리를 불러오고 그런 악순환은 계속된다. 어떤 대기업은 아예 호남출신은 대놓고 채용하지 않는다고 공고한다고 한다. 도대체 어디에서 태어난것이 뭐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난 경북에서 태어난 것을 한번도 자랑스럽게 생각해본적도 없고, 호남에서 태어난 사람을 한번도 나쁘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어디에서 태어났던 사람의 됨됨이는 좋을수도 나쁠수도 있는 것은 어린아이도 아는 기초적인 인식인데, 많이 배운 고학력의 높으신 분들은 그런 단순하고 유치한 수준에서 머물러 있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인 거다.
되새겨보면, 높으신 분들이 그러다 보니 보통사람들도 그것을 따르거나 무비판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도 안되는 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는 경기도 출신인데, 전라도 사람은 상대를 말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더라. 답답한 소리를 하길래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부모나 친척들이 그렇게 말했으며 자신이 보기에도 그래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다. 전라도 사람을 몇이나 만나 보았냐고 물어보았더니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질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이십대 중반의 여성에게 나오는 생각이라고 믿기 어려운, 주관도 없고 개념도 없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안철수 연구소에는 안철수와 혈연으로 엮인 직원이 단 한명도 없다고 한다.
학연에 의한 청탁도 일체 거절했단다. 그런것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안철수의 신념때문이다.
많은 조직들이 배워나가야 할 점이다. 최고의 엘리트라는 집단마저, 아니 엘리트이면 엘리트일수록 그런것에 얽매여 부조리를 만들어간다. 법조계의 비리와 제식구 감싸기가 어제 오늘일이던가? 국민을 위해 있다는 법이 누구를 위해 현재 움직이던가? 진실을 거짓으로 구속시키고 거짓은 진실로 탈바꿈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것들에 눈감고 모른척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곧 구정물이 튀는지도 모른채.
저자의 말대로 뿌리 깊은 학연 지연 혈연의 불합리한 구조, 특권층의 권력 영위를 위해 특화되어있고 다수는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밖에 없이 짜여진 뿌리깊은 구조는 쉽게 바꿔나갈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더욱 그런 수렁속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방조만 하고 있다간 그 피해가 나에게도 닥치는 것은 물론 사회 전체를 망치게 되므로,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그런 구조는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개개인이 바른 의식을 토대로한 '개념'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언론인 답게 언론의 문제점과 정치 경제권의 문제등을 이야기 하는 이 책은, 신경민의 이름을 내걸었지만 표지나 제목에서 예상되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자신을 홍보하거나 특정 목적을 위해 쓰인것이 아니었다. 유명인들이 꾸며낸 이미지만을 알리기 위한, 평소엔 하지도 않는 봉사활동 사진만 담아놓고 입에발린 소리만 해대는 여느 책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상식이 통하는, 그야 말로 개념이 있는 진정한 사회가 오기를 바라고 기대하는 마음이 보이는 책이다. 잘못돌아가고 있는 현실의 모순을 짚고 무엇을 바로 잡아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저자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현상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표지에 저자의 이름과 사진을 내걸은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것 같다. 마치 신경민 개인의 인생이야기와 주장만이 담겨있는것 같은 느낌을 준다. 몇몇 부분을 약간 제외하면 일반 교양서로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