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제국
외르겐 브레케 지음, 손화수 옮김 / 뿔(웅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데도 독단과 고집이 있던 나.

지금은 다양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원래 기호에 맞는 책만 봤더랬다.

 

음식도 편식, 책도 편식.

초등 저학년 시절을 제외하고 읽었던 책은 삼국지 밖에 없었다. 삼국지만 역자 별로 대여섯번 읽고 다른 책은 손에 꼽힐 정도로 읽었드랬다. 삼국지만 재밌는 소설인걸로 멋대로 결론을 내렸던듯?

책읽기 자체를 즐기는 인간이 아니었는데 왜 삼국지는 그리 좋아했었는지 모르겠다. 몇번이나 읽은 책을 일부러 천천히 읽어가며 음미하던 그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삼국지를 아무리 다시 읽어도 그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삼국지 이전에 나를 사로 잡은 또 하나의 책이 있었으니 '셜록홈즈' 내겐 셜록홈즈가 안나오면 추리소설이 아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씨리즈가 1500원밖에 안하던 시절, 읽어보지도 않고 다작을 썼으니 별로일거라고 치부하며 모으지 않았다. 그때 다양한 소설에 욕심을 가졌더라면 많은 책을 읽었을텐데 아쉽게도 30살 이전에 읽은 작품들은 언제든지 다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다.

 

 

  그런 내게 노르웨이의 추리물은 낯설지 않을 수 없다.  꽤 두꺼운 페이지에 섬뜩해 보이는 표지. 생소한 이름과 지명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1500년대의 한 소년은 자신의 마을에 찾아온 이발사에게 맡겨진다. 그 당시의 이발사는 지금의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이발도 물론 하지만 동물이나 시체의 해부등도 도맡아 했었다고 한다. 소년은 그런 장면들을 보고 배우며 자라났고, 사람의 가죽으로 양피지를 만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소년은 시간이 지난 1528년 수도사가 되어 이발사를 다시 찾아가게 되는데.

 

 

5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2010년 미국과 노르웨이 트론헤임에서 각각 상체의 피부가 벗겨진 시체가 발견된다. 이 사건들은 수법도 동일하고 요한네스 필사본이라는 양피지에 기록된 고서와 관련되어있다.

미국의 여형사 펠리시어 스톤, 노르웨이의 오디 싱사커는 각각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치욕스런 과거의 짐을 떨쳐내지 못하고 사는 펠리시어, 머리에서 큰 종양을 제거하고 경찰로 복귀한 싱사커.

 

  미국과 노르웨이, 과거와 현재. 뜬금없는듯 진행되면서도 흥미를 끄는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에게 의문을 갖게 만든다. 과연 과거의 살인자와 현재의 살인자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범인의 목적은 무엇일까? 사람의 가죽으로 양피지를 만드는 것?

 

 

  가족 실종사건에 연루되었던 유력한 용의자 바텐과 예리한 직감과 추리력을 가진 추리소설광 시리홀름, 등 수상한 인물들이 하나씩 나타나며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살인 방식의 끔찍함과 잔인함. 다른 국가에서의 동일범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지만 관련이 없어 보이는 용의자하며.

 

  추리 소설의 백미는 답이 없어 보이는 치밀한 사건과 그것을 풀어나가는데의 통쾌함, 독자의 예상을 빗나가는 범인과 반전요소등일것이다. 

작가는 특정 인물을 독자로 하여금 범인으로 의심하게 만들게끔 전개해 나가는데, 그 과정은 남은 페이지의 여부에 따라 알 수 있다.

처음에 유도된 사람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후반부에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더라도 페이지수가 어느정도 남아있다면 마지막 반전이 더 남아있을 가능성이 많다. 소설내에서의 흔적등으로 범인을 예상하는 것이 아닌 남은 페이지수로 범인을 예측하는 나의 알기쉬운 노하우. 그러나 책을 재미있게 읽는데 도움은 되질 않는다.

  그래서 인지 반전이 그다지 충격적이거나 전혀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 물론 내가 놀라운 추리력이나 직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앞서말한 페이지수 예측법이기 때문에도 그렇고 범인이 짠~ 하고 밝혀진다기 보단 서서히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이야기 자체가 상당히 흥미롭다. 개성있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관계가 복잡한듯 하면서도 매그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각 인물들의 사연을 알게되고 그들간의 연관성, 사건과 인물들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흥미를 잃을까봐 조금씩 조금씩 그런 요소들을 내놓아서인지 두꺼운 페이지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예상 혹은 기대했던 결과와는 다른 결말이라는 것이 조금 허무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반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깔아놓은 약밥들 중에서 중요한 무언가의 설명과 결과가 기대와는 달랐다는 이야기다. 어쨌거나 색다르고 생소한 나라의 추리소설을 읽는것도 꽤 괜찮은 도전이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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