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 도련님이 시골 학교의 교사가 되어 벌이는 소동을 그린 도련님은 유명한 일본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다. 일본의 작품은 그다지 접하지 못해 이름난 대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지이 오사무처럼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도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이 번역본이 완역판인지는 모르나 많지 않은 분량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역시 대가의 작품이었다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다.
[약간의 스포가 있음] 부잣집 둘째 도련님인 주인공은 어렸을 때부터 말썽쟁이로 갖가지 소동을 일으키며 천덕꾸러기로 자란다.
어느날 그의 형과 장기를 두던 중 수세에 몰리자 놀려대던 형의 이마에 장기알을 던져버려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는 주인공. 집안에서 쫒아내 버리겠다는 아버지를 하인인 '기요'할머니가 울면서 말리는 바람에 모면한다.
말썽만 부리는 그를 부모조차 달갑게 여기지 않지만, 어찌된 일인지 기요할멈만은 항상 그의 편에 서준다.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 그를 시도때도 없이 칭찬해주며, 용돈을 쥐어주기도 한다. 친 손주를 대하듯이 애처롭고 애정어린 마음으로 그를 돌보는 기요할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년 후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형은 재산을 팔아치우고 많은 돈을 가져가고 그에게는 600엔만 쥐어준다. 재산에 별 관심이 없는 주인공이지만 기요할멈을 부릴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는다. 기요할멈은 나중에 성공하면 자신을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조카의 집에 몸을 의탁한다.
별 생각 없이 입학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도련님은 도쿄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섬마을의 교사로 취직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고학력자가 부족한 나머지 고등학교만 나와도 교사를 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어떤 작가는 고등학교 중퇴라도 신문사나 교사로 취업하기도 했으니.

학교에 부임한 그는 어색하기만 하다. 단순하며 고지식하고 어리숙한 성격때문에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는데.
교장에게는 너구리, 교감에게는 빨간셔츠, 알랑거리며 교감에게 아무하는 선생에게는 알랑쇠, 같은 수학 선생이자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교사에게는 거센바람등의 별명으로 부르는 그. 책에 분명 그들 몇몇의 본명이 나오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별명만 떠오른다.
얼굴빛이 파래 끝물에 나오는 음식만 먹은 낯빛을 하고 있다 하여 끝물선생이라고 부르는 교사는, 마을의 아름다운 아가씨 '마돈나'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착한 성품을 지니고 재산도 꽤 많았으나 가세가 기울었고, 그를 틈타 마돈나를 사모하던 교감은 마돈나에게 접근해 구애를 한다. 마돈나도 넉넉한 교감에게 마음이 가고, 끝물선생은 닭쫓던 개 신세가 되버린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그러려니 할 행동이겠지만 그때는 그런 행동들이 매우 도덕에 어긋나는 일이었는가 보다. 거센바람은 교감에게 그것을 따지러 가고, 교감은 둘이 파혼하지 않으면 자신은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건을 계기로 교감은 거센바람에게 앙심을 품고, 교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끝물선생을 전근시켜 버린다.
도련님은 아무것도 모르고 교감의 수작에 놀아나다가 내막을 알게 되자 거센바람과 함께 의기투합하고 교감을 벼르게 된다. 교감은 갖가지 술책으로 둘을 궁지로 몰아넣고, 학교는 거센바람에게 사직을 권유하기에 이른다.
둘은 교감에게 한바탕 복수를 해주고, 도련님도 거센바람을 따라 학교를 퇴직하고 동경으로 돌아온다. 도련님은 동경으로 돌아와 다른 곳에 취직을 하고 작은집에서 기요할멈을 불러 함께 지낸다.
주인공에겐 기요할멈의 존재는 말썽만 피우는 자신을 유일하게 알아주는 부모이상의 존재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는 안타까워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교사로 부임해서도 기요할멈을 걱정하는 그. 말썽쟁이였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를 못하고, 단순하지만 의리가 있는 주인공이다.
소소한 재미가 있는 소설이었으나 큰 감동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것도 역시 번역의 문제일까? 그리 까다로운 사상이나 메타포를 포함한 책이 아니기에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예나 지금이나 부도덕한 교사들이 참 많다. 학생때에도 선생들의 부정을 많이 목격하곤 했다. 선생이라는 이름하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모범을 보이지 못하거나 일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교사들은 지금도 허다하다. 선생이란 말안듣는 아이들에게 매를 들기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할 정도로 교사의 폭력은 심했었다. 요즘은 그런 권위도 없고 교권이 무시되는 상황이라고 하니 그것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서로 존중을 할 수 있는 학교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