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3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8
박하익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10월
평점 :
단편 소설보단 장편을 선호하는 취향때문에 단편소설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 실생활에서도 상대방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소설에서는 오죽 하랴~ 그러다 보니 편마다 다른 인물의 이름을 기억하기가 힘들거라는 편견에 접하기 싫었던 것이였다. 특히 번역소설들, 러시아 소설이라도 읽게 되면 긴 이름 기억하기가 참 어렵다. 적어도 읽는 동안에 기억이 나질 않으면 앞페이지를 뒤적거려서 꼭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기에.
그나마 한국 단편은 좀 낫다. 오랫만에 추리 스릴러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집어든 책.
이런 류의 책을 보고 있으면 왠지 아주 기대를 하게 된다. 추리/스릴러 라는 단어가 뭔가 잔뜩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것들을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 담고 있을것 같은 느낌. 무슨 협회 선정 세계 우수 공포 단편 스릴러 소설 같은 것들을 읽기 전에 그런 느낌이 강했으나 기대만큼 되돌려 주시는 책은 없었던것 같다. 잔인하고 독한 영화를 많이 봐서 감정이 무뎌진것인지 원래 별것 없는 건지 혼동스럽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볍게 읽을 목적으로 첫장을 넘겼다.

이름 모를 작가들이 이곳 저곳의 계간지에 발표한 작품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유명한데 나만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일단 내가 모르면 이름모를 작가라고 해두겠다. 처음에 실린 작품은 무는 남자. 왠지 일본의 가벼운 추리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학원 명랑 추리물이라고나 할까? 정체 불명의 한 남자가 얼굴을 가린채 여고생들의 팔목을 깨물고 달아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선암여고. 주인공 채율도 말로만 듣던 그 공격을 당하고 만다.
바바리맨도 아니고 성추행범도 아닌, 팔을 깨무는 이상한 범죄를 저지른 후, 사탕을 입에 물리고 달아나는, 변태성욕자라 심히 추정되는 의문의 남자에게 1학년 최초로 물린 것으로 주목 받는 채율. 무는 남자 체포 수사대라는 이상한 학생 클럽이 채율에게 가입을 권유하고, 마지못해 가입을 한다.
그러나 그 클럽은 수사보다는 여고생들의 호기심과 장난끼가 앞선 모임이었다.
외고를 지원했다 떨어진 채율은 유명한 작가 어머니와 천재로 소문난 오빠를 둔 덕에 상대적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전교 1등을 하면 조기 유학을 보내주기로 한 엄마와의 약속때문에 공부에 몰두하려는 채율에게 무수대는 귀찮은 모임일 뿐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정이 들어가는데.
드디어 중요 제보를 입수한 무수대. 소동끝에 겨우 검거하는데 성공하지만 놓치고 마는 무는남은, 뜻밖에도 학교와 얽혀있는 인물이었다. 독자적인 추리로 범인을 만나게 되는 채율. 범인의 입을 통해 의외의 사실들이 밝혀지게 되는데….
지하철에서 폐지를 모아 파는 노인 들도 자기 구역이 있다. 폐지 수집으로 3년 째 어려운 삶을 연명하고 있는 박.
그 질서를 깨고 들어온 젊은? 최 때문에 분노하는 박. 한때는 시장통을 호령했던 박이었지만 그를 제압하기엔 너무나 늙어버린 자신이 한탄스럽다.
용기를 내어 훈계를 하지만 금방 제압당해 버리고 마는데. 낙담한 최는 구역을 나누고 정도 나누던 정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한다. 크게 상심한 된 박의 분노를 최를 향한다.
이 작품의 화자는 어렵게 삶을 연명하는 노인들의 삶의 현장을 무협 소설처럼 읊어나간다. 코믹스러운 분위기로 전개 되는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쓸쓸하게 읽히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한국적인 맛이 살아있는 단편집이다. 고구려 시대의 추리물도 섞에있지만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벌이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 볼만했다. '이 씨리즈를 전부 읽어야겠다!!~' 뭐 이런 결심이 드는 정도는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