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홈쇼핑에서 100권이 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아내고, 낱권으로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30권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이게 30권 중 세번째 읽는 거다.

10권에 한권꼴로 읽은 거다.

누가 와도 구경시켜 주기 민망스럽게 정리가 안되어있는 방에 장식을 할 필요도 없는데 뭐할라꼬 이렇게 전집의 장벽을 쌓아놓는지 스스로를 질책하지만 뒤돌아 서선 또 새로운 신간소개를 훑어보고 있는 쳇바퀴 독서 인생. 가끔은 내가 독서를 원하는 건지 수집을 원하는 건지 분간이 안간다.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을, 그것도 1권만 완독하고 포기했음에도 느낀 고통의 크기가 너무 컸기에 생긴 휴우증이라고 해두자.

 

  어쨌거나 나름 밀려있는 책을 읽고자 도전한, 개중에 좀 쉽고 얇아 보이는 책으로 보자고 고른것이(이 또한 양철북 효과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다. 

전혀 어렵지 않고 수월하게 넘어가는 흥미로운 소재다. 책 뒷면의 소개를 보고 예상했던 일이지만 생각보다 후다닥 읽어버렸다.

1934년 출간 당시 폭력과 성애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를 당했다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에 그런 과격한 장면이 있는고? 싶은 의문이 든다. 지금 소설들의 수위에 비하면 암것도 아니었다.

 

 

 

  세계문학전집에서 흔히 겪게 되는 특징중의 하나인 모호하고 아리송한 은유는 제목뿐이다. 방랑벽을 가진 젊은 주인공 프랭크는 우연히 외진 곳에 자리한 작은 식당에 들어가 무전취식에 도전한다. 식당 주인 닉은 그 사실을 눈치챘으면서도 음식을 주는데, 프랭크를 직원으로 고용하고 싶어서였다. 심드렁하던 프랭크는 사장의 젊은 아내 코라를 보고 마음이 끌린 나머지 제안을 승낙한다.

식당 종업원을 전전하던 코라는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나이차가 많이 나는 닉에게 시집 왔다. 하지만 변두리 식당의 단조로운 생활과 마음에 들지 않는 남편을 지겨워한 코라는 단번에 프랭크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그리고 프랭크에게 남편을 없애버리자고 꼬드긴다.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을 세운 둘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만, 변수가 생겨 실패하고 만다.

살인미수로 병원에 입원했던 닉, 하지만 코라와 프랭크가 그를 죽이려 했던 사실은 모르고 있다. 둘은 재도전의 기회를 엿보고 더욱 치밀한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이 소설은 실제 치정사건을 모티브로 각색된 작품이다. 국내 뉴스에서도 간혹 등장하곤 하는 흔한 치정사건이지만 그 당시에는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로 주목과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줄거리만 보자면 지금의 기준으론 그저 그런 스릴러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건 자체보다 범죄 후에 벌어지는 둘의 갈등과 심리변화, 사건의 변호사와 검사의 자존심을 내건 법정싸움을 중점으로 보면 꽤 볼만하다. 또 작품해설에서 언급하는 실제 사건이야기와 대조 해보는 재미도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이라 문체도 떠돌이 주인공 화자의 기준에 맞춰져 있기에 읽기도 쉬웠다.

다만 그다지 강력한 여운이나 감동,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고전인데 고전이 아닌 현대의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고, 약간은 싱거운 느낌도 주었다. 스릴 넘치는 장면이나 치밀한 심리묘사 같은 것은 그다지 없으나 실제 사건의 주인공의 고백을 듣는듯한 담담하고 절제된 문장이 인상깊은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