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자 위대한 작가라는 미셸 투르니에는 나에겐 생소한 이름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제목도 무척 끌렸고, 철학에 관련한 책이라면 일단 읽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본인이 존경해 마지 않는 안철수 교수는 강의중 인재의 조건중 첫번째로 철학을 꼽았다. 철학이 있는 사람은 정도를 지키고 꿈이 있고 미래가 있다. 20대 내내 방황의 세월로 소비했던 것도, 꿈도 미래도 생각도 없이 세상에 대한 분노만 내뱉었던 10대의 나도, 철학이 없었기에 방황하지 않았을까. 노통 정부즈음 방영했던 안철수 강의를 다시 들으니 감겼던 눈이 점진적으로 뜨이는 듯한 느낌이다. 나의 30대는 달라질 것이다.
처음 접해보는 형식의 책이다. 원제는 생각의 거울인데, 베르나르의 책이 히트한 것에서 착안했던 것인지 한국어판 제목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이다. 짧은 철학적 에세이 형식으로 각각 대립되는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철학자가 되고 싶었던 저자는 철학교수 자격시험에서 낙방한 후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소개되어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걸 참 다행이라고 여긴다나? 철학교수가 되었다면 위대한 작가인 지금의 필자는 없었을테니까.
대립되는 개념은 반대의 개념이 아니다. 닮음과 대립은 의미와 가치부여에 따라 다르게 해석 되기도 한다는 것을 배웠다. 여성과 남성은 다르지만 서로 대립되지만은 않듯이. 우리가 익시 'A는 B다'라는 식으로 고정적인 관념으로 바라보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도 시선을 달리하면 다양한 해석을 붙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소 독특한 소재에 독특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들리게 만드는 작가. 검색해보니 다른 작품들도 항상 독특한 세계관과 상상력을 보여준다고 한다. 역시 혁명의 나라 프랑스니까 이 사람이 유명하게 되었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냥 4차원 학자로 치부되었을지 모른다. 마광수교수를 단순한 변태작가쯤으로 치부하고 있으니(그가 프랑스에서 태어났더라면!)
천재성
재능
솜씨
잔재주
인간은 누구나 - 그가 어떤 사람이든 - 이 네 가지 능력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문제는 어떤 능력이 얼마만큼의 비율로 섞여 있는가 하는 것이다. -146p
재능이라는 말이 원래 상당한 금액에 해당하는 화폐단위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성경에서 나오는 달란트는 재능을 나타내는 말인데 달란톤(talanton)이란 그리스의 화폐단위에서 온 말이다. 천재성과 재능의 이야기를 예술작품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는 저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는 원래의 어원인 돈에 가까운 작품을 만든다. 르 티티엔이란 사람은 생전에 그 시대와 부합하는 재능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었으나, 빈센트 반 고흐는 그 시대에 부합되지 않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힘든 삶을 살다가 사후에야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게 되었다. 가치 있는 작품은 예상되는 대중의 반응과는 무관해야 한다는 말. 설득력 있으면서도 천재가 아니라서 그런지 모호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후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 천재들은 많이 있다. 이지성은 꿈꾸는 다락방에서 반고흐를 자신이 자신의 미래를 만들었다, 스스로 수없이 비관하였고 자신이 사후에 인정받을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되었다고 하지만 결과론적인 해석일 뿐이 아닐까.
난 천재는 되지 못하기에 재능과 솜씨를 갖춘 인간이 되고 싶다.
창조성과 다양성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이런 책의 존재는 필요하다. 다양성을 인정 못하고 압박하는 사회는 답답하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성만을 강요하는 것은 사회전체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 유일신을 지향하는 종교들이 벌인 전쟁, 기득권 집단들이 빼앗은 다수의 권리. 나이외의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 다른 가능성이 존재하는 데도 이건 이것이 아니면 안된다고 하는 것. 참 답답하다. 더 답답한 것은 이득도 없으면서 그게 진리인줄로만 알고 따르는 사람들이다. 무지는 악의 근원이라는 말이 결과적으로 맞는 말이 되게 만든다.
잘못된 것들도 관례라는 이름으로 계속 세습되고, 의욕을 꺾고 포기하거나 좌절하게 만들며, 순리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은 사실은 사기일 뿐이다. 거기에 길들여지는 사람들이 그걸 깨닫지 못하면 잘못된 것들은 세습을 거듭하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기존의 것들에 대한 반발과 분노로 발전되어 왔고 그것이 역사를 이루었다.
익숙하지 않은 난해한 논제들이 등장할 때는 당혹스럽고 이해가 안되기도 했지만, 짧은 형식으로 되어있어 읽기 편하기도 했다. 저자의 이야기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도 있고, 이해되지 않는 모호한 말들도 있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붙임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판 제목의 센스는 괜찮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단지 베르나르만 신경쓰이지 않게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