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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야 형제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빅뱅이론이라는 미드는 미국판 오덕후들의 이야기인데, 4명의 젊은 천재괴짜들이 벌이는 시트콤이다. 미국 시트콤이나 개그 프로그램은 한국 정서에 잘 맞지 않아서 공감도 안가고 별로 웃기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이 시트콤은 달랐다. 공부만 하고 살아온 오타쿠들의 찌질한 이야기는 국가를 초월한 공감을 준다. 어른이 되어서도 피규어나 만화책에 열광하고, 여자를 만나는 대신 스타워즈에 열광하는 녀석들. 학창시절엔 왕따를 당하기도 한 이들의 찌질함과 엉뚱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머리는 좋지만 사교성과 감성은 바보인 놈들.
마미야 형제는 오타쿠의 원조인 일본의 덕후 형제들의 이야기다. 심한 덕후는 아니지만 찌질하다. 덕후의 특징은 이성관계에 취약하다는 것이 만국 공통. 한번도 여자를 사귀어 보지 못하고 늘 차이기만 하는 두 형제. 삐쩍마른 형은 여성에 대해 너무 숫기가 없고, 동생은 반대로 덩치가 크고 너무 들이대서 탈이다.
비디오 가게 점원을 사랑하는 형과, 형의 직장상사의 부인을 사랑하는 동생. 상상속에서만 진전되는 형제의 사랑은 늘 그렇듯이 짝사랑으로 끝나고 만다. 여성들은 그들의 순수함에 편안함과 안정을 느끼고 호감을 갖긴 하지만, 이성의 감정은 전혀 아니다. 오래된 추억의 보드게임이나 직소퍼즐로 여가를 보내는 형제. 그들의 집에 여자가 오는 것만해도 큰 사건이다.
특별하지 않지만 특이한 형제의 일상을 보여주는 소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걸까. 겉모습은 찌질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평범한 형제의 이야기?
뭐가 되었든지 그다지 인상에 남지는 않는다. 일본의 이런 소설들이 나에게는 역시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일본 소설이 잘 맞는 사람도 많다지만 아직 좋은 작품을 못만난것인지 개인적으론 늘 그랬다. 번역의 문제도 있겠지만 문장이 좋은것도 아니고 심리를 잘 묘사한 것도 아니며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 그러나 쉽사리 읽히긴 하는 그저 가벼운 소설.
일본 소설 전체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작품을 읽어본 것도 아니고 명성이 자자한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도 없기에. 그러나 굳이 찾아읽고 싶은 마음은 뭐... 앞으론 카페 회원들의 추천을 받고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