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 모험 소설쯤으로 알고 있던 삼총사. '달타냥의 모험'이라는 만화를 시청한 것이나 어린이용 동화로 읽었지만,  워낙 어릴적 일이라 처음 읽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억 나는 것은 다르타냥과 삼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의 이름, 즐겁게 읽었던 기억뿐이니.


 

  다르타냥과 삼총사의 모험, 대략의 줄거리- 

 

   아버지의 소개장을 받고 국왕 루이 13세의 근위대 대장 트레빌을 찾아간 다르타냥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와 차례로 시비가 붙게 되는데, 정의감 넘치고 용기있는 다르타냥과 함께 추기경의 친위대원들과 한바탕 소동을 겪은 뒤, 아주 친한 사이가 된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경험이 없는 다르타냥이기에 바로 총사대에 들어가지 못하고, 에사르의 근위대에 들어가게 된다.

 

  프랑스의 재상이자 추기경인 리슐리외는 역사 속 인물로서, 탁월한 지적능력으로 프랑스를 좌지우지 하는 인물이다. 국왕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그는 왕비 안도트리슈와 적대적인 관계이다. 왕과도 사이가 좋지 않지만, 무능한 왕은 리슐리외의 능력이 필요하고 서로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영국의 실세 버킹엄 공작은 자신이 가진 권력을 총동원할 정도로 안도트리슈 왕비에게 반해있다. 그의 끈질긴 구애에 왕비는 추기경에게 약점을 잡힐 것을 두려워 하면서도 마음이 끌린다. 비밀리에 찾아온 버킹엄때문에 곤란한 지경에 빠진 왕비는 그를 돌려보내려 하고, 버킹엄은 사랑의 징표를 원한다. 왕비는 왕이 생일에 선물해준 목걸이를 주고 버킹엄을 돌려보내지만, 추기경은 왕비의 주변에 밀정을 심어놓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아차린다. 추기경은 은근히 이 사실을 왕에게 알리고, 파티를 주최할 것을 권한다. 왕은 왕비에게 목걸이를 착용한 채 파티에 참석하라고 한다.

 

  유럽의 역사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읽기에 곤욕스러운 점이 많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발음하기 어렵고 긴 풀네임들이 그렇다. 마리에머드 로앙 몽바종이라던가 무슈 오를게앙 공작 밥티 스트스르옹등 무슨 이름들이 이렇게 길고 읽기에 어려운지. 오를게앙오게를앙이라고 읽는다든지 하게 되는데 나만의 난독증인 것인지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름중에 한부분만 기억하면 되긴 하지만.

당시 프랑스 사람들은 도덕성이 지금과는 차이가 있고, 불륜이 부끄러운 것이나 죄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왕비의 측근이었던 슈브뢰즈 공작부인은 책에서 소개하는 애인만 서너명이 넘는다. 주인공 다르타냥이 사랑하게 되는 여성, 왕비의 속옷담당 시녀인 콩스탕스도 남편이 있다. 그러나 다르타냥그런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포르토스아라미스도 마찬가지로 애인이 있으며 유부녀다. 그 시대에는 그것이 당연한 유행쯤 되었나 보다. 물론 남편이 알면 곤란한 일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다르타냥과 삼총사는 추기경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왕비를 위기에서 구출해낸다. 추기경이 하는 일을 번번히 무산시키는 다르타냥 일행, 특히 다르타냥은 추기경에게 찍히게 된다. 추기경은 분노하지만 그를 없애진 않는다. 젊은 다르타냥의 재능을 높이 샀으며 그의 측근이 다르타냥에게 호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과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것도 어느정도 참작이 되었을 것이다.

 

  다르타냥 최강의 적은 밀레디다. 영화에서는(보진 않았지만) 밀라 요요비치가  맡은 역할인데, 개인적으로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어떤 남자는 자신에게 굴복하게 만들수 있는 타고난 요녀로서 다르타냥조차 그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무척 악독한 여성이다. 그녀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며 갖가지 사건들을 일으킨다. 그녀의 과거는 삼총사 중의 한사람과 관계가 있는데 이것은 소설의 가장 극적인 요소이며 재미다.

 

 

  대중들이 선택한 고전이라는 문구에 걸맞은 요소들이 상당하다. 고전의 특징인 딱딱함이 거의 없고, 관념적이고 지독하게 종교적이거나 관습적인 행동들을 보이는 인물도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삼총사와 다르타냥그런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인물들이라 마음에 든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때가 가장 아름다울지 모른다-

 

   언젠가부터 어린시절을 떠올리니 그시절을 함께했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슬며시 찾아왔다. 태권브이와 메칸더 브이, 아톰이 그랬고 서유기가 그랬다.

추억을 되새기고 싶은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더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기억하기에도 너무나 멀어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가, 고민해야 할것들이 많은 어른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 잠시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의 표출인가.

 

  아톰이면 사죽을 못쓰던 나. 그것이 그리워 각고의 노력끝에 82년작 철완아톰 52부작을 어렵사리 구해 시청했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온갖 쓰잘떼기 없는 사전준비를 즐긴끝에 시청한 소감은 딱 한마디로 요약되더라.

'재미없다!!!'  

 

  결국 4화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중 아톰 만화책 출간소식을 알게되어 20권 전집을 구매했다.

  "역시 재미없다!!!"

  내가 아톰이 아닌 학창시절 교과서를 들고 있는것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4번이나 잠들기를 거듭한끝에 여섯권정도 읽고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아톰만큼은 아니었지만 서유기나 드라큘라, 톰소여의 모험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어린꼬마의 감상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일까? 왜 그토록 재미있게 보았던 것들의 감정을 지금와서 오롯이 느낄 수 없는 것일까? 어린이용 축약본이 아닌 상세하고 풍부한, 제대로된 완역본을 읽었는데 말이다. 더이상 역자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가족이나 친구와 의논할만한 문제도 아니며 전문가에게 상담할 수도 없다. 그랬다간 이상한 취급을 받을 수 있기에 급기야 혼자 문제를 제기하고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이만하면 혼자 잘 놀고 있는건가.

 

첫째, 어린시절만큼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다.

 

둘째, 그때의 감동이 세월과 함께 자라나 커져버렸다는 가정이다. 지난 시절을 아쉬워 하기도 하고 그리워 하기도 하는 것이 사람이다. 게다가 기억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기억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왜곡된다고 한다.

 

셋째, 경험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다.

  무언가를 읽을때 어쩔 수 없이 현재 나의 현실에 비친 관점이 반영된다. 경험이 부족하고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기대나 두려움, 환상등이 풍부하다. 시골마을 꼬마였던 때는 톰소여의 모험을 읽으며 낯선 이국땅의 미시시피 강과 동굴속을 탐험하는 톰의 모험자체를 동경하며 나도 언젠가 그런 신나는 모험을 하리라는 부푼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읽게 된다.

  삼총사 역시 멋진 칼과 멋진 말을 타고 대장이 되어 신나게 놀고 싶다는 기대 때문에 그것이 현실가능한 일인지, 지금시대와 맞는지 아닌지 따지지 않는다. 말이 현대에는 잘 쓰지 않는 이동수단이 되었다는 것을 계산하지 않음은 물론, 다른 자질구레한 것들을 아예 염두해 두지 않은채 삼총사와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어른이된 지금도 일일이 그런것들을 인식하면서 읽지는 않지만, 가능한것과 힘든것의 기준을 개인 경험에 따라 알고있으며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반대로 어릴때는 경험에 따른 판단기준이 없으며 무엇을 분석하고 따지려 하지도 않으며 이런 사실 자체를 아예 신경쓰지 않으니 작품 자체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다른 관점으로 읽어보자-

 

  아쉽지만 추억의 작품을 찾을때 그때의 감동을 기대하며 스스로 실망하는 과정을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반대로 그때는 볼 수 없었지만 지금 보이는 것들에 중점을 맞추면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모험자체에만 몰두하며 읽기 보다는, 시대적 배경이나 풍습, 인물들의 생활상, 섹슈얼리티(이부분에 밑줄긋고 돼지꼬리 땡)등에 관점을 두고 바라보면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원전은 아동용 동화가 아니다. 아동용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상당수의 작품들, 걸리버 여행기나 장발장도 마찬가지다. 본국의 정서나 원작자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가 잘하곤 하는 주관적인 투덜거림의 일환이다.

 

  나와는 달리 아직도 순수함을 간직한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난 추억의 재미를 고스란히 되살림과 동시에 색다른 재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일테다. 그런 능력자가 있다면 진정 부럽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쓸데없을지 모르는 문제의 유무를 떠나서 고전치고 상당한 몰입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