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열국지 4 - 3년을 울지 않는 대붕
이수광 지음 / 대산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자식이 아비를, 아비가 자식을 죽고 죽이는 군위싸움은 계속된다. 어느나라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있어왔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친족간에 서로 죽고 죽이고, 우리나라의 역사도 마찬가지인걸 보니 권력이라는 것은 그만큼 달콤한 것인가보다. 그 야욕은 죽을때까지 포기를 하지 못하게 한다.  현대에도 재물이 쌓이고 먹고살만하며 명망도 높은 사람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있으니 사람이 있는 곳에선 언제 어디든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가보다. 그러나 그만한 자질이 없는 사람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현대에는 자질이 없는 인간들이 계속해서 높은 자리를 유지하는 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춘추시대에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늦은 나이에 패자가 된 진문공 중이가 죽은 뒤, 평화로웠던 날들은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진(晉), 진(秦), 초(楚)간의 싸움, 타국들의 군위쟁탈전이 계속 이어지다가, 드디어 세번째 패자가 그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다. 


 













  초장왕의 유명한 일화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중국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일화일 것이다. 즉위직후 3년동안 방탄한 생활을 한 초장왕은 충신들의 직간을 모두 물리치고 여색에 빠져 정사를 전혀 돌보질 않는다. 직간하는 신하를 참하기도 하고, 조문에 직간을 금한다는 글귀를 써붙이기도 한다. 그때 대부 신무외가 찾아오자, 직간을 하기 위해 온 것으로 짐작한 초장왕은 조문을 보지 못했냐며 물었다. 신무외는 직간을 하러 온것이 아니라며 이야기를 해주려고 왔다고 말한다. 




"오색 영롱한 새 한 마리가 초나라의 언덕에 높이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새는 3년이 지나도록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습니다. 대왕께서는 이 새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신무외의 말에 초장왕은 얼굴색이 변했다.

"그 새의 이름은 대붕(大鵬)이다. 3년을 날지 않았으나 한 번 날개를 펴서 날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를 것이고, 3년을 울지 않았으나 한 번 울음을 토하면 반드시 세상을 놀라게 할것이다."     - 207~8p 중-




  초장왕은 그 이후로 주색을 끊고 정사에 몰두하여 중원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이 일화가 이수광의 열국지에선 조금 설명이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책에서는 그가 간신과 충신을 가려내기 위해 일부러 3년동안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고 써있다. 

그러나 이책에서는 초장왕이 신무외가 간한 말을 듣고 정신을 차린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사실이야 어쨋던 소설적 재미는 전자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느낌은 주나라를 건립하고 제나라의 시조가 된 강태공 여망의 일화에도 나타나는데, 그가 등장하고 나서 활약을 펼치는 식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하고 나서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설한 뒤에 나중에 등장 일화를 설명하는 식으로 되어있다.

  이런식의 전개는 열국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을 헛갈리게 할뿐더러 그 재미도 떨어진다. 결말을 미리 알고 진행을 알게 되는 식이다. 이 소설 전체에 걸쳐 이런 식의 진행이 계속 되는데, 패자가 등장할 때에도 먼저 그가 등장하자마자 '이사람이 바로 후에~~이 되는 OOO이다' 라는 식으로 설명을 앞에 넣음으로서 재미를 반감시킨다. 

  열국지를 제대로 읽은 것은 처음이지만 이책 저책에서 춘추전국시대의 일화를 접해 어느정도 익숙한 나에게도 이런 구성이 실망을 주는데, 하물며 처음 읽은 사람에겐 오죽하랴. 아무리 역사를 기반으로 한 소설이라고 해도, 이런 구성은 문제가 있다. 반전을 미리 알고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말희, 달기, 포사등에 이어 경국지색의 요녀의 바통을 이어받는 '하희'가 후반에 등장한다. 이 여자는 40대인데도 방중술을 익혀 20대의 미모를 가지고 여러 남자들을 홀린다고 했다. 동안미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여성들이 들으면, 아니 남성일지라도 귀가 솔깃할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 방법은 자세히 써있지 않으니 기대는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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